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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16일] 아~, 마추픽추!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6.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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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5일 ①








































    0 9 . 1 2 . 0 5 . 토 | 페루 마추픽추(마추삑추) -> 쿠스코(꾸스꼬) , Peru Machu Picchu -> Cuzco


    마추픽추에 오기 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었다.
    '기대했던 것 보다 별로였다, 별로 볼 것도 없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진으로 수없이 봐왔던 곳, 막상 가보니 사진에선 본 것 그것외에는
    별 것도 없어 적잖이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우리도 그러면 어떡하나...
    적잖은 돈과 시간을 들여 갔는데 실망스러우면 어떡하나...
    거기다 날씨까지 꾸물꾸물하니 마음이 더 불편해졌다.




    하지만 그건 그 사람들의 감정일뿐이었다.
    우린 마치 엽서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엽서의 일부가 된 것 같은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손바닥만한 엽서에서는 미처 보이지 않는 돌담 너머를 미로를 헤매듯 걷는 기분이란...
    영영 책 속의 지구 반대편 유명한 유적으로만 남았을지도 모를 곳에 와 있음이 기쁘다 못해 벅찼다.

    정말 봉우리 아래에서는 고개를 쳐들고 아무리 살펴봐도 그 존재를 전혀 알 수 없었다.
    정교하게 깎아 붙여 쌓은 돌벽은 신기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 공중도시의 신비스러움은 주변의 봉우리들을 살펴볼 때 더 증폭되었다.
    온통 찌를듯이 뾰족하게 솟아오른 봉우리들 뿐인데
    도대체 중장비도 없던 그 옛날에 어떻게 이런 도시를 만들었을까?
    왜 만들었고 왜 사라졌을까 그리고 빙엄(Bingham)이라는 분은
    도대체 어떻게 이 도시를 찾아냈을까라는 물음 못지 않게 궁금했다.

    책으로 접했을 때에는 손에 잡히지 않던 불가사의한 느낌이
    직접 걷고 만지고 보는 사이에 뚜렸해졌다.






    처음 마추픽추에 도착했을 때의 기대는 그랬다.
    해가 점점 높아지면 신비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뿌려놓은 드라이아이스 같은 이 구름이 걷히지 않을까.
    완전히 빗나갔다. 오락가락 하던 부슬비는 장대비로 돌변했고 거친 바람까지 불기 시작했다.
    그나마 마추픽추의 곳곳을 둘러보고 전경 감상까지 끝낸 후인 것이 다행이었다.

    지붕은 없고 벽만 남아있는 공간들로 가득한 마추픽추,
    몇 안되는 지붕이 있는 곳으로 몸을 숨겼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시간, 조금이라도 더 있다가 가고 싶었다.
    이미 속속들이 다 둘러보았지만 잠시라도 더 바라보고 싶었다.
    비가 그치기를 바람이 잦아들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안데스는 야속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계속 등을 떠밀었다.
    아쉬웠다.
    더없이 많은 공을 들여 만든 도시를 떠났을 잉카인들의
    그 마음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아쉬웠다.












    비바람을 무릅쓰고 기다려봐도 구름이 말끔하게 사라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천천히 입구로 돌아나왔다.

    마추픽추와 아랫동네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사이는 셔틀버스가 다닌다.
    구불구불 길이 험하기는 하지만 다니는 거리에 비해 버스비는 너무 비싸다.
    그 버스가 다니는 길 가운데를 관통해 걸어다닐 수 있는 길이 있다.
    걸어 올라오는 것은 너무 힘들고 시간도 많이 들 것 같아 버스를 탔지만
    내려가는 길은 안데스의 숲을 느끼며 걸어서 내려갈까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새벽부터 지금까지 먹은 거라곤 바나나와 스니커즈 뿐이고
    막판 비바람에 바들바들 떨기까지 해 체력은 급격히 고갈 중이다.
    거기다 비에 젖은 길 때문에 아무래도 걸어 내려가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7달러를 주고 다시 버스를 탔다.
    내려가는 길에 보니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번 더 아쉬움에 젖었다.




    .기차 출발 때까지 몸을 녹이며 기다릴 곳도 필요하고 화장실도 급해 인터넷카페 입장.
    .밀크커피, 계란샌드위치 주문.
    .시장 잠시 구경 후 기차역.

    .이번에는 아예 좌석이 멀리 떨어져 있음.
    .사람이 다 차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배정되었는지.








    마추픽추에서 멀어지면서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야속.

    잉카트레일을 몇일동안 걸어 마추픽추로 가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오얀타이탐보역 앞에서 사 먹은 옥수수.


    오얀타이탐보(오얀따이땀보 Ollantaytambo)역에 도착하니
    택시에 미니버스들이 좁은 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꾸스꼬, 꾸스꼬!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
    서로 자기 차에 태우려고 난리다.
    대부분 10솔 부르는 중에 6솔짜리가 등장했다.
    머뭇하자 신꼬(5), 신꼬하면서 꼬셨다.

    현대 스타렉스는 그런 설레발 속에 금방 찼다.
    점잖게 생긴 아저씨의 운전은 꽤나 과격했다.
    추월, 또 추월. 올 때 탔던 버스가 무궁화호였다면 이건 완전 KTX.

    그렇게 간 떨리며 왔는데 차에서 내리니 아저씨가 맘 떨리게 하는 말을 했다.
    차비로 6솔을 달라고 했다. 5솔이었다고 손가락 다섯개를 펴 보이며 얘기했지만 소용없었다.
    같이 타고온 다른 아저씨가 짧은 영어로 원래 10솔인데 6솔이면 싸게 온거라며 거들었다.
    1솔, 우리 돈으로 따지면 5백원도 안 되는 돈이지만,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마음 상함이 문제다.
    스페인어를 전혀 할 줄 모르니, 말이 안 되니 말로 싸우는 건 되지도 않고, 그냥 6솔 주고 말아야했다.




    .산 프란시스코 광장(Plaza San Francisco)에 내려 근처 식당에서 볶음밥, 닭1/8.
    .남미에 와서 먹은 볶음밥 중에 제일 맛 없는 볶음밥.
    .밥맛도 없고 입맛도 없어 많이 남김.
    .숙소로 가는 길에 주스전문점에서 생과일주스.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을 지나 숙소로 올라가는데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와카치나(와까치나 Huacachina)에서 만났던, 라니와 함께 부기투어를 갔었던 여학생을 만났다.
    쿠스코에서 스페인어 배우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지나가다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반가워서 길에 서서 한참 얘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무리의 페루사람들이 다가왔다.
    카메라를 들어 보이며 우리와 자기 아이들을 가리켰다.

    아이들과 사진 같이 찍어줄 수 있겠냐는 뜻을 금방 알아챘다.
    다섯대의 카메라가 후레쉬를 터트렸다.
    중동에서도 같이 사진 찍자는 부탁을 몇 번 받긴 했었지만
    이런 카메라 세례를 받기는 처음이다.

    우리에게 재미난 이야기이듯
    그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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