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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16일] 새벽 안개 헤치고 마추픽추로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6.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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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1 2 . 0 5 . 토 | 페루 오얀타이탐보(오얀따이땀보) ->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아구아스 깔리엔떼스)
    0 9 . 1 2 . 0 5 . 토 | Peru Ollantaytambo -> Aguas Calientes


    마추픽추로 가는 기차는 새벽 5시 7분 출발.
    표에는 출발 30분전까지 역으로 나오라고 적혀 있었다.


    작은 산골마을에서는 해가 진 후 마땅히 할 것이 없었다.
    손님이라고는 우리 밖에 없는 숙소도 마찬가지.
    일찌감치 씻고 9시반에 침대에 누웠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자고 해가 떠 밝아지면 일어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텐데, 우리 몸은 밤에 깨어있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새나라의 어린이를 졸업한 이후로는 9시반에 잠을 들어 본 적이 없는 몸은
    당황해하며 좀처럼 잠을 불러들이지 못했다.

    평소에는 한참 꿈 속을 헤매이고 있을 시각에 일어나야 한다는,
    5분만 더를 외치고 또 5분만 더를 되뇌이며 손목시계의 알람을 무시했다가는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라는 압박도 잠을 몰아냈다.

    300부터 숫자를 거꾸로 세다가 양 한마리, 양 두마리를
    세다가 잠깐 졸았다가 다시 깼다. 라니도 뒤척이기는 마찬가지.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느낄 작은 부스럭거림이 귀에 콕콕 박혀들어왔다.
    방 안에 초침 달린 시계가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자는 둥 마는 둥 하다 딱 잠에 빠지자마자 손목시계의 알람이 울리는 것 같았다.
    실제로 얼마나 잤는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은 그랬다.

    새벽 3시 50분. 아무리 조심스럽게 걸어도 삐걱대는
    나무로 된 발코니를 지나 1층으로 내려와 간단하게 씼었다.
    그리고 개미가 걷는 소리도 들릴 것 같은 새카만 정적을 흐트리며 기차역으로 향했다.






    쥐 죽은 듯 고요한 마을이었지만 역전만큼은 살아 있었다.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몇은 줄을 서 있었고 몇은 차로 몸을 녹이고 또 몇은 간단한 먹거리로 요기를 하고 있었다.

    한 여름인 12월임에도 살갗을 휘감는 고지대의 서늘한 공기를 맞으며 그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윽고 개찰구가 열리고 짙은 파랑색의 기차에 올랐다.
    좌석 번호 7번과 8번.
    당연히 붙어 있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서로 반대편 창가자리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 나란히 같이 앉을 수 있었지만 보기드문 희한한 좌석 배정에 잠시 당황했다.






    달리는 기차에서 아침을 맞았다.
    해는 보이지 않았지만 저 멀리서 빛을 보내왔고 어둠을 걷어냈다.
    그리고 안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름이라 하기엔 너무 가까이 내려앉았고
    안개라고 하기엔 너무 두꺼운 것들이
    높다란 산들을 내리 누르고 있었다.
    계속 비가 내렸는지 강물은 어디서 잔뜩
    긁어모아온 흙들로 혼탁해져 있었다.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창밖을 보고 있자니 지난 밤 잠을 설치고
    이른 새벽에 일어났음에도 졸음이 찾아들지 않았다.

    어쩌면 일생의 한번,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마추픽추 방문인데, 그래서 날씨의 도움이 절실한데...
    맑게 개인 화창한 날씨 속에 환한 모습의, 엽서 속의 그 마추픽추를 보고 싶은데...

    이제는 비라도 내리지 말아줬으면 바램을 안고 가게 생겼다.
    남미에서의 첫 기차, 안데스에서의 기차여행이라는 낭만은
    조바심에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외국인은 내국인의 2배, 어른은 학생의 2배. 외국인에 학생도 아닌 우리는 최고액 입장권을 사야했다.


    마추픽추의 관문 마을,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 도착했지만 날씨는 여전했다. 
    '아직 6시 반이니 그래도 조금 더 희망을 걸어보자.'
    무려 5만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입장권을 구입하고
    드디어 마추픽추로 올라가는 버스를 탔다.

    S자를 꾹 눌러놓은 듯한 굴곡진 길을 몇번이나
    아슬아슬하게 돌고 돌아 드디어 입구에 섰다.
    마추픽추에 드디어 온 것이다.
    멀고 먼 길을 달려와 드디어 마추픽추 앞에 선 것이다.

    여전히 안개인지 구름인지 분간할 수 없는 장막이
    신비스러움을 더하고 있는 마추픽추로 발을 들였다.
    이제는 막이 걷히고 본 공연이 시작되기를 바라면서 점점 마추픽추 속으로 들어갔다.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의 여정 정리
    .쿠스코->우루밤바, 버스, 3솔.
    .우루밤바->오얀타이탐보, 버스, 1.2솔.
    .오얀타이탐보에서 1박.
    .오얀타이탐보->아구아스 칼리엔테스, 기차, 31달러.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마추픽추, 버스, 7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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