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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14일] 고산병일까?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5. 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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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1 2 . 0 3 . 목 | 페루 쿠스코(꾸스꼬) Peru Cuzco


    지난 밤,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한기가 찾아들었다.
    엄청 추웠다.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다리 사이에 양 손을 집어 넣었다.
    그렇게 한참을 있었지만 손은 전혀 데워지지 않았다.
    꿈일까?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겨우 잠에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깼다.
    옆으로 누워 웅크린 채 자다 보니 불편해서 반대편으로 돌아누웠다.
    그런데, 좀 괜찮아진 것 같은 몸이 다시 으슬으슬 추워졌다.
    속에는 가스가 가득 찬 것처럼 불편하고 답답했다.

    그렇게 자고 깨고를 반복하며 밤을 보냈다.



    이게 바로 고산병인가?
    어제 볼리비아 비자 받으러 다녀온 게 너무 무리한건가?
    조심조심 천천히 다녔는데.. 라니는 멀쩡한데...

    아침 시간이 되었지만,
    왠만하면 숙박비에 포함된, 숙소에서 주는 아침은 거르지 않지만
    도저히 입에 들어가지가 않았다. 주스 몇모금으로 목만 축였다.

    먹은 것도 없는데 여전히 꺼지지 않는 장.
    높은 곳에 올라오면 터질 듯 부푸는 믹스커피 봉지처럼 장도 팽창한걸까?
    불편한 속을 달래기 위해 소화제를 먹고 그저께 쿠스코에 도착하자마자
    사 놓은 고산병약을 먹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약 기운이 돌아서인지 자고 일어나니 그래도 조금 나아졌다.
    "뭘 좀 먹어야지.." 라니가 외출을 타진해 왔지만 그건 아직 무리인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혼자 내보냈다.

    그래도 손가락과 눈동자 움직일 힘은 남아 있어 인터넷을 쓰며 라니를 기다렸다.
    한참 지났는데도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고산지대인데 숙소는 거기서도 높은 동네에 자리해
    걸어올라오려면 여간 힘든게 아니어서 시간이 걸릴것이라 예상은 했었다.
    어느 새 그 예상을 넘어가고 있다.

    걱정스럽게 창밖을 내다보는데 구름이 잔뜩 몰려와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도 안 가져 갔는데... 이건 무슨 영화도 아니고 거기다 천둥까지 친다.
    이럴 땐 여행 전 한국에서 해지하고 나온 핸드폰이 참 아쉽다.

    겉옷을 챙겨 입고, 우산을 집어들었다. 힘들지만 일어섰다.
    대문을 열고 나서는데 라니가 헉헉거리며 비닐봉지를 들고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사온 샌드위치는 너무 짰다.
    없는 입맛에 정성을 봐서라도 조금이라도 더 먹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었다.
    반 이상을 남겼다.




    침대에 나란히 누워 1박2일을 봤다.
    황금어장과 더불어 빠지지 않고 챙겨보는 프로그램.
    재미는 있지만 때론 고문에 가까운 장면들 때문에 무척 힘들다.
    게임을 걸고 내놓는 각 고장의 별미들.
    출연자들도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비꼬고 우리도 침을 한가득 삼킨다.

    아프니까 우리나라 음식이 더 간절하다.
    대단한 것도 아니고 고슬고슬한 갓 지은 쌀밥과 김치만 있었어도 좋겠다.

    몸이 또 으슬으슬해진다.
    이불을 턱 아래까지 잡아당기고 다시 잠을 청했다.
    잠이 보약이길 바라면서...



    9시가 넘어 마당 한켠에 자리한 주방의 불을 켰다.
    조금 남아 있던 쌀로 죽을 쑤었다.
    신줏단지처럼 여기는, 고추장이 담긴 통을 꺼냈다.
    호호 불어 죽을 떠 먹고 간장 대신 고추장을 찍어 먹었다.

    라니라도 멀쩡해서 다행이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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