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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05일] 한나절, 로하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5. 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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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하 버스터미널.


    0 9 . 1 1 . 2 4 . 화 | 에콰도르 로하 Ecuador Loja


    사소한 것이지만
    장거리버스가 가이드북에 적혀 있는 예상소요시간보다
    10분이라도 빨리 도착하면 무슨 선물이라도 받은 냥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10시간, 잘 견뎌보자 하고 탔는데 무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엔돌핀의 힘으로 박차고 일어나 짐칸에서 배낭을 내렸다.

    터미널 바로 맞은 편에 우뚝 서 있는 숙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늘 해왔던대로 라니가 짐을 지키고 혼자 탐색을 하러 갔다.
    철창문 옆에 겸손하게 달린 벨을 눌렀다.
    잠시 후 복부비만이 걱정스러운 아저씨가 부시시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제 막 6시를 갓 넘긴 이른 아침.
    졸립기는 우리도 마찬가지, 얼른 침대에 일자로 눕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비싸지만 않다면 바로 라니를 불러올 태세.

    가격도 내부도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퇴짜를 놓아야할만큼 나쁘지는 않았다.
    어짜피 오늘 하루만 자고 내일 아침 일찍 뜰 터이다.

    어느 때보다도 무겁게 느껴지는 배낭을 2층에 있는 방으로 들고 올라갔다.
    칫솔질만 간단하게 끝내고 바로 뻗었다.


    로하 시내.


    실신한 듯 자다가 12시에 일어났다.
    주인아저씨게 치파(Chifa)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우리나라의 중국집처럼 현지화된 중식당 치파.
    멀고 먼 남미에까지 그들의 음식을 전파시킨 그들이 존경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고맙다.
    현지 음식에 지치고 한식이 그리우나 먹을 수 없을 때 간장소스로 볶은 밥과
    뜨근한 국물의 완탕은 훌륭한 대체음식이다.

    숙소 앞에서 택시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에콰도르 사람이 하는 치파에서 점심을 먹고 잠깐 구경에 나섰다.
    천을 중심으로 길이 나 있는 로하 시내는 서울의 청계천을 떠올리게 했다.


    로하는 바뇨스(Baños)에서 페루까지 바로 가기에는 너무 멀고 멀어 잠시 하루만 쉬기 위해 들른 곳.
    관심이 있었던 곳도 아니어서 따로 알아보지도 않았고 가지고 있는 남미 가이드북에는 시내 약도도 없다.
    조심스럽게 사람이 많은 곳들을 이어 걸었다.
    걷다가 우연히 시장을 발견했다.
    대단한 곳은 아니어도 일단 기본은 하는 시장.
    어디나 비슷한 듯 하지만 또 그 곳만의 특색과 사람 사는 모습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시장.

    1991년에 지은 듯한 시장건물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깔끔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각종 과일과 야채가 가지런히 차곡차곡 진열되어 있는 모습이 이뻤다.
    무슨 과일을 사 먹을까 고민을 하다 포도를 집었다.
    바뇨스의 시장처럼 과일주스가게도 있었다.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처럼 과일주스 한잔을 들이켰다.










    택시를 타고 온 길을 되짚어 걸었다.
    그 정도 거리면 숙소까지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는 길에, 찾았던 피씨방이 있어 들렀다.
    페루 리마(Lima)의 숙소 예약 확인을 했다.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인터넷 속도를 견뎌내며
    숙박비의 절반을 보증금으로 신용카드 결제.

    걸어가는데 중식당, 치파가 눈에 들어왔다.
    굳이 시내까지 가지 않아도,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치파가 있었다.
    생긴지 얼마 안돼서 숙소의 주인아저씨도 몰랐던걸까?
    그래도 시내 나간 김에 시장 구경도 하고 과일주스도 마셨으니 잘 다녀온 것이다.






    .1박2일 시청.
    .가이드북으로 페루 예습.
    .같이 나가서 먹자, 혼자 나가서 좀 사와라 티격태격하다 결국 혼자 나가서
    .닭고기+감자칩+햄버거+콜라 사서 숙소로 돌아와 개그콘서트 보며 저녁식사.
    .저녁 먹고 마지막 한 편 남은 개그콘서트 마저 시청.
    .텔레비전을 앞에 둔 쇼파에서 뒹굴거리는 일요일 같다.


    먼 거리를 이동해 왔고 그것보다 더 먼거리를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 때문인지 마음이 심드렁하다.
    바뇨스에서 한껏 끌어올린 여행의 재미가 또 갑자기 푹 꺼져버린 것 같다.
    극복했다고 생각한 슬럼프가 다시 찾아온걸까?

    박민우씨가 '1만 시간 동안의 남미'에 적어 놓은
    '의무감으로 하는 여행은 죽은 여행'이라는 문구도 문득 떠오른다.

    나스카 문양과 마추픽추가 기다리고 있는 페루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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