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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01일] 화장실 마을?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5. 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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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1 1 . 2 0 . 금 | 에콰도르 바뇨스 Ecuador Baños


    대부분의 나라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남미.
    그런 남미에서 스페인어를 하나도 할 줄 모르는 채 여행을 하겠답시고 나섰다.

    그리고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어휘력이 많이 늘었다.


    다음 날 받아쓰기를 해야하는 초등학생처럼
    연습장에 단어를 쉴새없이 적어가며 외운 것은 아니고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 아이들처럼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그림과 글이 함께 적혀 있는 카드로 익히는 것처럼...


    마트가 딱 그 식이다.
    과일, 채소, 해산물 등을 비롯해 온갖 종류의 물건이
    그것의 이름과 함께 진열되어 있으니 단어 배우기에 더없이 좋다.


    그런 식으로 습득한 단어 중 하나가 바뇨(Baño). 바로 화장실 되겠다.
    어딜 가나 화장실은 가게 되고 또 가야 하니 금새 머리 속에 각인되었다.


    그런데, 오늘 가는 곳의 이름은 바뇨스.
    처음에는 그랬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마을 이름이 화장실일까?
    끝에 붙는 's'를 영어의 복수형으로 생각했다.


    알고 보니 그게 아니라 바뇨는 욕실을, 바뇨스는 목욕을 뜻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바뇨스에는 온천이 많다는 설명도 찾을 수 있었다.

    그런 오해 속에 바뇨스란 이름은 머리 속에 꾹 눌러졌다.




    약간의 빨래를 겸한 샤워를 하고 숙소를 나섰다.
    어렵사리 현금을 인출하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찾아다녔다.

    스프, 식사, 과일주스가 함께 나오는 세트 가격을 싸게 적어놓은 허름한 식당에 들어갔다.

    고수를 빼고 달라는 뜻으로 'Sin cilantro(신 실란뜨로)'라고 말을 했지만
    돌아오는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하나는 스프를 빼고 달라고 했다.
    고수가 잔뜩 들어간 스프 두 그릇을 다 비우지 못할게 뻔했다.





    하지만 스프를 먹지 않는다고 하니 다른 것이라도 대신 줘야겠다고 생각을 했는지
    식사가 담긴 접시에 콩죽 같은 것을 함께 담아 내줬다.
    밥까지 모두 적신 그 국물에는 고수가 진하게 녹아있었다.

    밥 위에 뿌려놓은 것이라면 걷어내고 먹으면 되지만 이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한 접시의 밥은 포기해야 했다. 그나마 온전히 남아 있는 밥은 너무 푸석푸석했다.

    과일주스는 상큼달달하며 맛있었지만 허한 배를 채우기에는 모자랐다.

    아, 이 놈의 고수.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맛. 아직 남미여행은 많이 남았는데 어떻게 해야할까?


















    자그마한 마을 속을 구경 삼아 잠시 걸은 후
    숙소로 돌아와서는 결국 어제 산 라면을 뜯어야했다.
    걸어오는 사이에 배가 다 꺼져버렸다.
    그런데 에콰도르에서 처음 산 이 라면마저도 맛이 없다.
    콜롬비아에서 팔던 라면은 고추가루만 살짝 풀면 한국의 라면과 비슷한 맛을 내 잘 먹었었는데 말이다.

    그런 연유로 저녁은 조금 나은 식당을 찾아갔다.
    가이드북의 추천을 받아 간 곳은 멕시코 음식점.
    낮에 갔던 식당에 비하면 비싼 곳이지만 대신 든든했다.
    분위기도 좋아 늘 밖에서 밥을 사 먹지만 왠지 오랜만에 외식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멕시코에서 먹는 진짜 멕시코 음식은 어떤 맛일까?
    3개월 후면 가게 될 멕시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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