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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192일] 커피의 고장으로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4. 1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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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1 1 . 1 1 . 수 | 콜롬비아 메데진 -> 살렌토(살렌또) | Colombia Medellin -> Salento


    커피로 유명한 탄자니아와 케냐에도 갔었지만 커피농장을 다녀오지는 못했다.
    당시에는 커피농장에 다녀올 생각도 하지 못했고 또 다녀오신 분들의 정보도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역시 커피로 유명한 콜롬비아.
    메데진의 숙소에도 커피농장 견학에 대한 안내가 있었고
    인터넷에서도 꽤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검색을 해 보니 크게 두 군데로 압축이 되었다.
    마니살레스(Manisales) 인근의 친치나(Chinchina)와 아르메니아(Armenia) 부근의 살렌토.
    방문자수는 친치나가 더 많은 듯 했다. 농장 견학도 구성이 알찬 것 같고 영어가이드도 있었다.
    살렌토는 다녀오신 몇 분들의 사진을 보니 아기자기한 마을이 꽤나 이뻤다.
    어디로 갈까?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메데진에 머무는 내내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 떠나기 전날, 마음이 더 당기는 살렌토로 가기로 결정을 했다.


    메데진에서 아르메니아로 가는 버스.


    메데진에서는 택시를 3번 탔고 우연인지 아니면
    대부분이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기사분들이 모두 친절했다. 
    버스터미널로 가기 위해 오늘 탄 택시 기사분도 역시 상냥했다.
    그것 말고 네 분 모두의 공통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우리가 한국에서 온 걸 알면 꼭 이 질문을 했다.
    "Norte(북), Sur(남)?"
    "그걸 질문이라고 하느냐?"라는 말은 스페인어로 못하고
    당연하다는 듯 "수르, 수르"라고 답했다.
    오늘 또 한 번 그 질문을 받고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북한에서는 아무나 마음대로 해외여행을 할 수 없다는 걸
    모르는 그들에겐 그 궁금증이 오히려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기사분은 영어도 조금 할 줄 알았다.
    그래서 북에서 왔냐, 남에서 왔냐 라는 기본질문 외에 다른 이야기도 조금 나눌 수 있었다.
    태권도를 배웠었다는 그는 우리말 일, 이, 삼, 사와 단어 몇 개를 서투르게 발음해 냈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택시를 그렇게 많이 탄 것은 아니지만
    택시에서 이렇게 유쾌한 시간을 가진 적도 드물었던 것 같다.


    아르메니아 버스터미널.


    카르타헤나(까르따헤나 Cartagena)에서 메데진으로 갈 때 탔던
    버스와 달리 이번에는 에어컨을 아주 적당하게 틀어줬다.
    어제 밤에는 늦게 자고 오늘은 일찍 일어나 노곤한 몸에
    따뜻한 햇빛이 내려쬐니 잠이 솔솔 찾아들었다.

    버스는 메데진을 떠난지 6시간 반만인 5시에 아르메니아에 도착했다.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터미널에 도착해
    살렌토행 버스를 어디에서 타는지 알아내는 동안에도 멈추지 않았다.

    세차게 쏟아지는 비가 가늘어지길 기다리고 기다려도 
    기세가 꺾이지 않아 배낭에 커버를 씌우고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터미널 건물 밖 건너편 승강장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살렌토로 가는 버스는 대형버스가 아니었다.
    20명 정도가 옹기종기 타는 중형버스.
    그 작은 버스에 불청객이 동승했다.

    그들도 배낭을 메고 왔다.
    혼성 8인조.



    버스가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합창을 하기 시작했다.
    그냥 흥얼거리는 수준이 아니라 목 놓아 버스가 떠나가라 노래를 불러댔다.
    한 곡만 뽑고 끝낼 줄 알았다. 아니 그러길 바랐다.

    끝나자마자 누군가 다른 노래를 선창했고 또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없이 이어졌다. 안하무인이 따로 없었다.
    여럿이 뭉친 그들은 목소리 크기만큼이나 위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우리 뿐 아니라 버스에 탄 현지인 그 누구도 그들을 제지하지 못했다.

    빨리 살렌토에 도착하기만을 빌었다. 살렌토까지의 1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들과 작별하고 싶었는데 
    그들은 숙소로 향해 가는 우리의 길을 앞서갔다.
    짜증스럽게도 숙소로까지 악연이 이어지는건가?

    그들은 예약을 하고 왔는지 숙소 안으로 자연스럽게 사라졌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예약을 하지 않고 온 우리에게는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어두워진 이 동네에서 숙소 찾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차라리 그들과 떨어지는 편이 나았다.

    징글징글한 녀석들, 그들은 조용하고 아담한 이 마을에도 불청객이 될 것 같았다.


    (다행히 숙소 주인의 도움으로 근처의 다른 숙소에 여장을 풀 수 있었다.)




    트루차(뜨루차 Trucha), 송어요리. 치즈 밑에 깔린 것이 송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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