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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176일] 이렇게 높은 곳인지 몰랐다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3. 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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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1 0 . 2 6 . 월 | 콜롬비아 보고타(보고따) Colombia Bogota


    여행을 시작한지 어느새 반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집을 떠나 떠돌아 다닌 적이 없던 우리는 
    진작부터 몸과 마음 모두 지친 상태였다.

    유럽에 있을 때부터 여행은 잠깐 멈추고 한 곳에서 몇일 푹 쉬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유럽은 드높은 물가 때문에 맘 놓고 퍼질 수 있는 곳이 못 되었다.

    유럽에 있을 때, 남미,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가서 본격적인 휴식을 취하기로 했었다.
    아무래도 유럽보다는 경비가 적게 들 것이다.
    본격적인 남미 여행에 앞서 충전의 시간을 갖는, 시기적으로도 적당하고 명분도 좋다.
    그리고 적도에 가까이 있으니 가벼운 옷차림으로 늘어지기 좋은 날씨일테다.


    헌데, 날씨 부분에서 완전히 빗나갔다.
    뒤늦게 보고타는 해발 2,650m에 자리한 도시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 한라산이 1,950m)
    햇빛 아래에 있는 낮은 그나마 나았지만 
    긴 팔옷을 겹쳐 입어야 온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해가 진 후 건물 안은 꽤 서늘했다.
    마음까지 움츠러 들게 했다.




    복병은 또 있었다. 
    어제 보고타에 도착한 후부터 먹통이 된 노트북이 주인공.
    아예 부팅이 되질 않으니 어떻게 손 써볼 방법이 없다.
    몇일전부터 하드디스크에 이상이 있다고 경고창이 계속 뜨긴 했지만 그래도 잘 작동이 되었었다.

    그런데 어제 숙소의 컴퓨터로 해결방법을 찾아 검색을 하다 놀라운 글을 보게 되었다.
    이 노트북 브랜드의 동호회에 올라온 글이었다.
    그 분도 남미에 왔었는데 3천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에서는 작동이 되지 않던 노트북이
    1천미터쯤 되는 곳으로 내려오니 다시 잘 되더란 거였다.

    정말, 높은 곳이어서 생긴 기압의 변화가 노트북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
    숙소의 다른 분들이 쓰는 노트북은 다 잘 되는데...




    10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비록 담요를 두 장에 침낭을 덮고 자야할만큼 쌀쌀하고
    노트북은 말썽이지만 쉬기로 했으니 나태 충만한 늦잠을 잤다.

    숙소에서는 고맙게도 박물관, 추천식당 등이 표시된 지도와
    A4지 너댓장 분량의 스페인어 단어장을 지급해 주었다.

    지도에 표시된 추천식당 중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메뉴판이 없다.
    우리는 스페인어를 모르고 주인은 영어를 모른다.
    다른 식탁에 손님이라도 있으면 곁눈질 해서 보고 눈치껏 주문하면 되겠는데
    본격적인 점심시간 전에 온터라 식당에는 우리 밖에 없다.

    스페인어로 뭐라뭐라 하는데 멀뚱멀뚱 쳐다 보다 
    당황스러운 웃음만 쏟아내니 안되겠다는 듯이 돌아섰다.
    잠시 후 스프가 식탁에 올려졌다. 

    약간 입에 맞지 않는 스프를 다 먹고 나니 또 아저씨가 와서 스페인어를 늘어놓았다.
    여기 스프를 먹었다고 우리 입과 귀가 트일리도 없고, 계속 난감한 상황이 이어졌다.
    아저씨는 또 돌아서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잠시 후 아저씨는 쟁반에 여러가지 고기를 담아서 나왔다.
    선택하라는 듯 우리 앞에 내밀었다.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마웠다. 
    비록 얇은 소고기는 너무 질겨 반은 남겨야 했지만...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쉰 후에 다시 외출을 했다.
    산책도 하고 시내도 둘러볼 겸, 그리고 숙소에 있는 것보다 햇빛을 쬐는 게 더 따뜻해 나왔다.

    광장과 중심거리를 지나 숙소 주인분께서 
    이탈리아의 아이스크림까지 언급하며 추천해 준 아이스크림집을 찾아갔다. 
    로마에서 먹었던 젤라또의 기억이 선명하고 그리워
    잔뜩 기대하고 주문했지만 솔직히 그것에 견줄 맛은 아니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렀다.
    먹고 사는 게 참 일이다.
    돌아서면 또 끼니를 해결해야하니 원.

    뭘 해 먹을까 고민하며 마트 안을 배회하는데 닭고기가 눈에 들어왔다.
    백숙을 해 먹기로 하고 채소까지 함께 샀다.
    숙소에 있는 다른 한국분들과 나눠 먹으며 오랜만에 한국식으로 보신을 했다.

    우리 노트북도 어떻게 보신을 해주면 상태가 좋아질까 곰곰히 생각하는 사이에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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