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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길고양이 26] 모로코 카사블랑카 | 늘 짠함고양이/세계의길고양이 2010. 11. 28. 23:00반응형
0 9 . 1 0 . 0 4 . 일 | 모로코 카사블랑카 Morocco Casablanca
오랜만에 길고양이를 듬뿍 만났다.
모로코 까사블랑까는 가기 전에 막연히 가졌던 느낌과는 상당히 다른 곳이었다.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과는 달리 깔끔하지 못한 곳이 많았다.
시장은 더욱 그랬다.
이 시장의 나이 만큼이나 오랫동안 온갖 지저분한 것들이 쌓이고 스며들어
농축되어 있을 것 같은 바닥에서 한 고양이가 열심히 털 손질중이었다.
그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한은 아무리 핥아봐야 부질없는 짓 같아 보였지만
고양이는 사진기를 들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우리 눈치를 살피며 열심히 낼름거렸다.
그렇게 열심히 가꾼 덕인지 녀석의 털은 주위 환경에 비해 너무나 깨끗했다.
마치 어제 누군가 고급 고양이 샴푸로 목욕을 시켜 준 것 처럼 뽀얀 털을 자랑했다.
이 녀석은 신발가게에서 돌보는 고양이인지 박스에 턱을 괴고
그 시끄러운 시장에서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잠에 취해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 보니 몸집이 거대했다.
새끼를 가진 것이라면 순산했으면 좋겠고 살이 찐 것이라면 운동 좀 해야겠다.
어느 쪽이든 더 없이 편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아 우리 마음도 푸근했다.
처음의 두 녀석을 보고 난 후 이 동네는 고양이들이 잘 지낼 수 있는 곳인가다 보다 하며
마음을 놓았는데 숙소로 가는 길에 만난 요 녀석을 보고서는 꼭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아
다시 안스러움을 품어야 했다.
뭐 먹을거라도 주나 싶어 다가오는데 사진만 찍고 있으니 심술이 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 아무 것도 해 주지 못해서...
잘 지내면 잘 지내는 대로 앞으로도 쭉 만수무강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짠 해지고
못 지내면 못 지내는 대로 어떻게 도와줄 수도 없고 안타까움만 앞서 짠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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