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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따라 세계여행::154일] 어제보다 나아요, 카사블랑카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11. 26. 16:10반응형
0 9 . 1 0 . 0 4 . 일 | 모로코 카사블랑카 Morocco Casablanca
눈을 뜨니 아침 7시.
어제, 나는 5시, 라니는 6시에 누운 이후로 계속 잠을 잔 것이다.
12시간 넘게 정신없이 침대에 쓰러져 있었다.
아무리 피곤했어도 그렇지 초저녁부터 무엇에 취해서 깨지 못하고 계속 잠을 자게 된 것일까?
술은 마시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까사블랑까에 취한 것도 아닌데...
어제 제대로 못 먹어서 그런지 무척 배가 고팠다.
아침 먹을 곳을 물색하다 야외테이블에 서양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는 가게를 발견했다.
2,800원에 커피, 크로와상, 오렌지주스가 나오는 세트메뉴를 주문했다.
희한한 것이 의자를 모두 길 쪽으로 향하게 나란히 배치놨다.
커피를 홀짝이며 마치 영화를 보듯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들을 감상했다.
신문이라도 하나 들고 있었으면 더 그럴 듯 하게 보일 뻔 했다.
아침을 먹은 카페를 나선 후에는 인터넷카페에 갔다.
우리가 피씨방이라 부르는 가게를 외국에서는 대부분 인터넷카페라 칭했다.
피씨방에는 방이 없고 인터넷카페에는 커피가 없다.
다행히 우리 노트북을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인터넷에서 알게 된, 수도 라밧(Rabat)에 사시는 한국분과 전화통화를 하고
까사블랑까에 둘러볼 곳을 알아보고 메일과 블로그를 확인하고 그러다 보니 금새 1시간이 지나갔다.
인터넷 1시간 8디람 (약 1,200원)
건물 지붕에는 마치 해바라기가 만개한 듯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위성안테나들이 가득했다.
굴뚝도 있고 연기도 나오고 남녀 구분도 있고 딱 우리나라 목욕탕 같던 곳.
핫산 2세 모스크(Hassan II Mosque).
여행안내소를 찾았지만 일요일이라 그런지 문이 닫혀 있었다.
겉에 크게 붙여 놓은 지도를 보면서 핫산 2세 모스크로 가는 길을 익혔다.
3인치도 되지 않는 카메라 엘씨디에 담긴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다.
어제 밤에는 약간 살랑했는데, 낮에는 햇빛이 살갗를 태우는 것 같이 따갑다.
햇빛을 피해 그늘진 길을 따라 걸으며 다행히 많이 헤매지 않고 모스크에 도착했다.
세상에서 세번째로 크다는 모스크.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치솟은 미나렛의 그 꼭지를 보기 위해서는 목을 90도로 꺾어야 했다.
이 쪽 끝에서 저 쪽 끝가지 가는데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볕과 바닥에서 반사되어 올라오는
햇볕에 오븐 속 통닭처럼 구워지는 듯 했다. 그렇게 넓었다.
하지만, 우리 마음을 끄는 것은 그런 규모보다는 모스크가
자리 잡은 곳과 모스크를 이루고 있는 모자이크였다.
대서양.
모스크는 나미비아(Namibia) 스와콥문드(Swakopmund)에서
헤어진 후 5개월만에 다시 만난 대서양을 마주하고 있었다.
푸른 바다가 부서지면서 일어나는 물방울들만큼 많은 타일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모자이크는 바로 눈 앞에서 보면 투박하지만
몇 걸음 뒤로 물러나 보면 마치 한동안 유행했던 매직아이처럼 돋아났다.
어떤 메세지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았다.
모스크는 기도하는 곳이기도 했지만 그 곳 사람들의 휴식공간이기도 했고 놀이공간이기도 했다.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라고 쳐 놓은 듯한 울타리 너머의 난간에 웃통을 벗은 아이들이 서 있었다.
경비원 같은 아저씨가 뭐라뭐라 하면서 다가오니 아이들은 난간 아래로 사라졌다.
모스크를 벗어나 해변쪽으로 와서야 울타리와 경비원의 존재 이유, 그리고 왜 추격전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었다.
모스크의 난간은 족히 건물 몇 층은 되어 보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경비원을 놀리며 스스럼 없이 뛰어내렸다.
보는 우리는 아찔했지만 그들에게는 워터파크가 따로 없는 듯 했다.
바다 깊숙한 곳까지 내려갔을 아이들은 잠시 후 머리를 내밀었다.
머리를 흔들며 물을 털어내었다. 그리고는 한동안 파도에 몸을 실었다.
변변한 놀이기구 하나 없고 맛있는 간식거리를 파는 매점도 없고
오로지 뛰어내리기만 하는 단순한 놀이터였지만
그들은 너무 신나 있었고 한없이 자유로워 보였다.
바다를 따라 걸어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길을 찾지 못해
구시가지라 할 수 있는 메디나(medina)로 들어서게 되었다.
코를 잡아 끄는 향에 이끌려 간판도 없는 식당에 들어섰다.
무슬림 여성들의 활동이 제한적이라는 것은 얼핏 들은 것 같은데
그래도 그렇지 무슨 남성 전용식당이라도 되는 듯 온통 아저씨들 밖에 없었다.
모두의 시선에서 레이저가 발사됐다. 그리고 그 레이저는 라니에게 집중 되었다.
나라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무슬림 여성의 노출 최대치는 얼굴과 손 정도.
아무리 외국 여성이라지만 현지 남성들 가득한 곳에 머리에 아무것도 두르지 않았고
거기다 상의는 민소매. 어색하게 시선처리를 하면서 식당에서 쫓겨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하면서 어정쩡하게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친절하게 음식을 내 주었다.
우리나라 뚝배기 같은 소재의 그릇에 닭고기, 감자, 당근 등을 넣고
꼬깔 모양의 뚜껑을 덮어 쪄 먹는 음식을 먹었다.
그릇 모양이 하도 특이해서 그것에만 눈이 갔다.
(따진(Tagine)이라 부르는 현지식이었다. 그릇도 따진이라 부르는 듯.)
빵과 함께 그릇만 달랑 나왔다. 다른 사람들을 보니 손으로 먹고 있었다.
그래 모로코에 왔으니 모로코식으로 먹어야지. 그런데 여간 뜨거운게 아니었다.
포크가 있는지 몸짓언어로 물어봤지만 그건 괜한 질문이었다.
빵을 조금 뜯어 집어 먹는데 사용했다. 마치 호떡 먹을 때 쓰는 종이처럼.
쉽지 않았고 그만큼 어색했다. 마치 젓가락질이 서투른 외국사람들처럼.
따진 18디람 (약 2,800원)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한물 간 전자오락실.
시장.
시장 구경의 끝무렵 어느 가판대에서 깜짝 놀랄만한 물건을 발견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때수건. 색깔도 모양도 거의 똑같았다.
색다른 것은 검정색의 때수건.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때가 너무 선명하게 보일 것 같다.
아무튼, 모스크 가는 길에 본 목욕탕으로 추정되는 그 곳에서 그들도 때를 벗기는 걸까?
뜨거운 물이 가득 담긴 탕에서 몸을 불리고 때를 벗기는 걸까?
그들의 목욕탕 내부가 더 궁금해졌다.
직항도 없어 한번은 비행기를 갈아타고 10시간을 넘게 날아와야 하는
아프리카 땅의 아랍국가에서 만나는 한다발의 때수건은
공유할 것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이 곳에서 반갑다고 내미는 손 같았다.
어제는 도시의 이름과는 달리 흰(blanca) 집(casa)은 보이지도 않고
우중충한 색의 건물들과 오줌 냄새가 코를 찌르는 지저분한 거리에
치여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었다.
그래도 오늘은 속을 들여다보면서 조금 나아졌다.
내일 라밧에서는 한뼘 더 가까워지기를 그리고 페스(Fez)에서는
모로코에 한껏 반해 떠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시장을 벗어났다.
.숙소에서 사진 정리, 밀린 일기 쓰기.
.저녁은 고민과 방황없이 바로 KFC행 (세트 2개 100디람 약 15,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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