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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148일] 마드리드 타임머신
    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11. 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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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0 9 . 2 8 . 월 | 에스파냐 마드리드 Spain Madrid


    모레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가 예약 되어 있고
    내일은 세고비아에 다녀 올 것이라 마드리드는 오늘 하루 바짝 보아야한다.
    아침식사 시간 전에 출동준비하고 재빠르게 밥 먹고 숙소를 나섰는데
    차들은 온데간데 없고 갑자기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복장은 물론이고 말과 마차까지.

    생각해 보니 건물들도 대부분 옛날 것들이고 그래서 몇 가지만 제외하면
    그들이 과거에서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 것 같았다.
    영화에서 처럼 문을 열면 다른 세계가 펼쳐지듯이.


    마구 급하게 가는 것이 아니어서 우리도 천천히 행렬을 따랐다.
    여러가지 목적과 의미가 있겠지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있을테니 그것에 부응해 주기로 했다.

    행렬이 당도한 곳은 마드리드궁전.
    궁전의 넓은 마당에는 군인과 군악대가 도열해 있었고 중요한 행사가 있는지
    마차는 윗분을 내려주자마자 궁전을 다시 나서 어딘가를 다녀오기를 반복했다.

    제자리에 서 있는게 곤욕인지 뭔가 다른 것이 불편한 것인지
    궁전 앞에서 한참 서서 대기중이던 말들 중 몇은 게거품을 물고
    또 나머지 말들은 번갈아가면서 대변과 소변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 위에 타고 있는 군인아저씨들은 근엄하게 위엄을 지키며 앉아 있어
    그 모습이 참 대조적이었다.

    잠시였지만 과거로의 여행을 하게 되어서 재미있었다.
    딱 맞춰서 그렇게 나타나줘서 고마웠다.






    마드리드왕궁(Palacio Real de Madrid).


















    말들이 남기고 간 흔적. 떠나가자마자 청소차와 청소부가 나타나 뒷정리를 했다.










    시간여행을 마친 후 갑자기 배가 아파왔다.
    잠깐 참으면 사라질 잠깐 왔다가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엄청난 힘을 뒷쪽에 모아야했다.
    지척에 맥도날드가 있음을 알고 있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아이스크림을 얹어주는 커피를 하나 주문한 후 나는 지하에 있는 화장실로 뛰어내려갔다.
    변기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어제 오늘 민박에서 오랜만에 자극적인 양념이 가득한
    한국음식을 먹어서 장이 놀란 것인지 위장, 소장, 대장할 것 없이 골고루 아팠다.
    그래도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 급속도로 안정을 찾은 것이 다행스러웠다.





    마드리드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걸어다니는데 이번에는 라니의 상태가 나빠졌다.
    세르반떼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돈 끼호떼와 산초가 함께 있는
    에스빠냐 광장(
    Plaza de España)에 도착해서는 벤치에 앉아
    한참을 쉬었지만 돌아다닐수록 더 힘들어하기만 했다.

    하는 수 없이 숙소에서 가까운 솔광장에서 헤어졌다.
    라니는 숙소로 돌아가서 쉬기로 하고 나는 좀 더 돌아다니고
    시티은행에서 현금을 찾아서 돌아가기로 했다.















    한국사람들은 솔광장으로 통하지만 실제 이름은 태양의 문(Puerta del Sol).


    그 놈의 수수료가 뭔지..
    인출수수료가 1달러 밖에 들지 않는 씨티은행을 찾아 걸었다.
    '그래, 대단한 곳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덕분에 마드리드의 소소한 일상들을 보네.'
    라며 위안을 삼고 잠깐 길을 헤매다 씨티은행에서 비싼 유로를 뽑고 돌아가는 길에 레티로공원에 들렀다.

    입구에 있는 공원 안내도를 보니 너무 넓어서 하루종일 여기만 돌아다녀도 될 것 같았다.
    혼자서 사색의 시간을 가지며 걷다가 벤치에 앉아 고독도 씹으며 월요일 오후에 조깅하는
    한 무리의 남성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뭇잎 사이를 헤치고 떨어지는 햇살에 따스함을
    느끼다 5개월이 다 되어 가는 여행을 되돌아 보기도 했다.

    참 오래도 다녔다. 5개월이라니.
    낯설기만 했던 아프리카와 중동을 거쳐 유럽대륙의 끄트머리에 와 있는 것이 그저 신기하다.
    때론 매트릭스처럼 육체는 한국에 있고 가상현실 속에 빨려들와 있는 듯한 비현실적인 기분에 사로잡힌다.
    아직 7개월이 더 남았다는 것 또한 그런 감정에 빠지는 데 한 몫을 한다.






    Palacio de Comunicaciones. 중앙우체국이라고... 한국으로 보낼 엽서에 붙일 우표4장 구입.


    독립광장(Plaza de la Independencia)에 있는 알깔라문(Puerta de Alcala).


    레띠로공원(Parque del Retiro).










    4시반쯤 텅 빈 숙소로 돌아왔다. 라니는 여자방에서 아직 자고 있는 것 같다.
    인터넷을 연결했다. 다섯 밤만 자고 나면 모로코에 가야 하는데
    아직도 모로코 일정 세우기에서 갈등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내일 갈 세고비아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모레 갈 바르셀로나에 대해서도 예습해야 하는데...
    꼭 시험 앞두고 책상에는 앉았는데 공부는 안 되고 몸만 비비꼬는 학생 같다.

    오늘 하루는 마드리드에 온전히 쏟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밍숭맹숭 지나가고 있다.
    컨디션 난조, 그리스부터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까지 지나오면서 많이 익숙해진 풍경들,
    그리고 그 속에서 마드리드만의 강한 무언가를 찾지 못함의 결합으로 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나름의 분석을 내 놓으며 오늘 밤 예약해 놓은 플라멩고 공연 마드리드에서의 부족한
    그 무언가를 만회해 주기를 살짝 기대해 본다.



    마드리드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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