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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126일] 피자와 젤라또와 로마
    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9. 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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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0 9 . 0 6 . 일 | 이탈리아 로마 Italy Rome


    마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우리는 아프리카와 중동을 거쳐 드디어 로마로 왔다.

    그 대단한 로마에 왔고 그래서인지 미리 예약하고 온 한인민박으로 가는 방식이 특이했다.
    나폴리를 떠난 후 2시간여만인 12시20분 쯤 로마의 테르미니(Termini)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중전화를 찾는 것이었다.

    수첩에 적어온 번호로 전화를 해 민박 주인 아주머니와 통화를 하고
    약속장소인 24번 플랫폼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주인 아주머니와
    접선을 한 후 
    아주머니 뒤를 졸졸 따라 숙소로 갔다.
    꼭 밀입국한 이들이 비밀 아지트로 가는 것 처럼.





    일요일이라 그런지 역 근처에 자리한 숙소 주변은 한산한 정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콜로세움으로 가는 길에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려고 했던 계획은 실패작이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차라리 역쪽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다시 나서는게 나을 뻔 했다.

    주린 배를 움켜 잡고 콜로세움으로 가는 일요일의 길은 황량했다.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은 상태였고 도시공동화현상의 정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콜로세움에 도착해서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식당 몇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식당이라는 단어보다는 레스토랑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할 것 같은 곳들 뿐이었고 결국 선택의 여지 없이 가게 앞 길거리에
    말끔하게 차려진 테이블을 차지했다.

    얼마 안 되는 분량의 메뉴판을 꼼꼼하게 정독한 후 해물피자를 주문했다.
    웨이터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우리보다 뒤에 온 손님의 식탁에도 음식이 놓여지는데
    우리는 계속 그들의 부산한 움직임 속에 해물피자를 찾고 있어야 했다.



    30분이 지났다.
    아무리 정성스럽게 반죽을 하고 도우를 만들고 빵을 굽는다 해도 이쯤 되면 나왔어야 했다.
    우리나라 도미노피자는 30분안에 집으로 배달까지 되는데 말이지.

    불러서 얘기를 했다.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얘기를 하고 주문표를 뒤적이더니
    알아들을 수 없는 이탈리아말과 미소가 전달되었다.
    그 이탈리아말과 미소를 해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제서야 피자제작에 들어간 것임이 분명했다.

    기다린 보람은 없었다.
    제대론 된 피자집을 찾아가야 하는 것인지,
    피자 종주국의 피자에 대한 환상이 컸던 것인지,
    아니면 도미노피자와 미스터피자의 한국적 피자에 입맛이 길들여져서인지,
    먹을수록 실망감만 커져가는 피자를 콜라와 함께 삼켰다.

































    클릭하면 큰 사진.



















    지난 4개월간의 여행동안 이미 몇번 경험한 것이지만
    피자와 피자식당에 대한 좋지 못한 기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콜로세움(Colosseum)을 시작으로 로마를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금방 잊혀졌다.

    콜로세움 다음으로,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Acro di Costantino)
    대전차 경기장 (원형 경기장, Circo Massimo)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인 성당 (Santa Maria in Cosmedin)
    캄피돌리오 광장 (Piazza del Campidoglio)
    포로 로마노 (Foro Romano)
    비또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Vittoriano)
    포로 트라이아노 (Foro di Traiano)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 (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

    을 차례대로 보았다.

    아직 보아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았지만,
    로마는 거대한 야외 박물관 같았다.
    도시에 유적이 띄엄띄엄 박혀 있는 것이 아니라
    유적지에 도시가 끼여 있는 듯 했다.

    혹은 초대형 영화 세트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차들을 치우고 거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옛 로마시대의 옷만 입혀도 그 때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오늘 밤, 로마의 야경을 기대하면서
    내일 또 다른 로마를 기대하면서
    저녁을 먹으러 숙소로 돌아갔다.





    나폴리의 한인민박도 그랬지만,
    여기 로마에서도 대부분의 한인민박에서는
    숙박비에 아침과 저녁식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다른 도시 같았으면, 혹은 로마의 일반 숙소에 머물렀다면
    적당한 곳에서 저녁을 먹고 야경을 구경하고 나서 숙소로 돌아갔겠지만
    여기서는 일단 번거러움을 감수하며 저녁을 먹으러 숙소로 돌아가야했다.
    비싼 유럽에 저녁은 한식이니까.

    우리가 정말 유럽에 이탈리아에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될 정도로
    푸짐하게 차려진 그리웁던 밑반찬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승환씨 문영씨와 함께
    어둠과 조명으로 치장한 로마를 보러 다시 나갔다.


    일단 그 유명한 이탈리아의 아이스크림, 젤라또(Gelato,젤라토)를 먹으러
    일명 로마 3대 젤라또 가게 중 한곳이라는 파시(Fassi)에 들렀다.
    단순히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이유로 간 그 곳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진열된 아이스크림을 보면서는 그랬다.
    뭐, 아이스크림이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겠냐 싶었다.
    다들 호들갑이다 싶었다.
    이탈리아에서 젤라또로 혀발림을 한다고
    모두가 그레고리 펙이 되고 오드리 헵번이 되는 것은 아닐텐데...

    그런데, 아, 이건, 뭐, 정말, 이런, 오,,,
    지금까지 먹어본 아이스크림과는 전혀 다른
    지금까지 내 혀가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혀를 낼름거릴수록 혀를 사로잡는 감촉.
    '엄마는 외계인'도 맛있지만 이건 '31'과는 종류가 달랐다.
    그래서 젤라또라 부르겠지.

    힘들고 지쳐도 이렇게 새로운 자극에 여행은 또 이어진다.





    낮 동안 한껏 보듬었던 태양의 열기를 어둠속으로 모두 증발시켜 버린
    콜로세움은 노란 조명에도 불구하고 차갑게 느껴졌다.
    젤라또의 신선함과 시원함이 아직 머리를 쥐어잡고 있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한밤의 로마산책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뜨레비분수로 스페인광장으로 이어졌다.
    (Fontana di Trevi, 트레비분수) (Piazza di Spagna)

    젤라또 같은 밤이다.
    로마의 대단한 유적들만큼이나 유명한 로마의 소매치기들에 대한 경계는
    혀에 닿은 젤라또처럼 녹아사라졌고 로마의 첫날밤은 그렇게 녹아 스며드는
    젤라또처럼 보드라웠다.



















    2009.09.06. 10:5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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