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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116일] 신경전,잠입
    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8. 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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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0 8 . 2 7 . 목 |
    그리스 산토리니 Greece Santorini (Σαντορίνη, Thira)



    산토리니를 떠나는 날이다.
    아테네로 가는 배는 오후 4시40분 출발.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에 배낭을 맡기고
    해변이 붉은 색이라는 레드비치에 가기 위해 터미널로 갔다.

    그런데, 레드비치를 오고 가는 버스가 자주 있지도 않고
    항구로 가는 버스도 배 출발시각보다 꽤 이른 시각에 떠나
    시간이 어중간하게 됐다.

    어제 좀 무리하게 걷긴 했지만, 게으름의 결과이다.
    레드비치나 산토리니의 다른 명소에 대한 열망이 크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이었다.

    어쨌든 이미 벌어진 상황이니 수습해야한다.
    피라(Fira)마을의 둘러보지 못한 곳을 마저 찾아다녔다.



    피라.


    피라.


    피라의 옷가게.




    기로스(Gyros)와 수블라키(Souvlaki)를 점심으로 간단하게 먹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나는 인터넷을 쓰고 라니는 산토리니의 소박한 호텔 아담한 로비 책꽂이에서 발견한
    일본인 요시모토 바나나가 쓴 '도마뱀' 한글판을 읽었다.
    오랜만의 종이에 찍힌 한글활자들이 그녀를 신나게 했다.
    그리고 그 책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문구를 발견했다.

    좋아, 가자!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으로,
    둘이서.

    인생에서 뿐만 아니라 당장 우리 여행에도 좋은 말씀이 되어 줄 것 같다.
    잊어버리지 않게 메모해 놓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피라 버스터미널.




    아직 출발시각이 1시간도 더 남았는데 벌써 항구에 도착해 버렸다.
    다른 배가 항구에 도착하니 시끌벅적해졌다.

    숙소에서 나오신 분들이 한 분의 고객이라도 더 모시려고 경쟁이 시작되었던 것.

    팻말은 대충 허접하게 만들고 말빨로 승부를 거는 분도 있고
    사진 여러장으로 앨범을 만들어 꼼꼼하게 설명하는 분도 있는데
    우리가 도착한 새벽1시에는 두어명 밖에 없었다.

    호객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도 귀찮지만 너무 없어도 아쉬울 때가 있는데
    그 아쉬울 때가 바로 산토리니에 도착한 밤이었다.



    아줌마, 제발 금 밟지 마시라니깐요~!!


    우리가 알고 있는 산토리니와는 많이 다른 모습의 산토리니.


    우리가 타고 갈 배는 아니고,,, 코스에서 산토리니로 올 때 타고 왔던 배와 같은 배.




    아테네로 가는 배는 5시간 정도 걸리는 배와 11시간이 넘게 걸리는 배가 있었다.

    문제 하나는 두 배편의 요금이 비슷하다는 것.
    추측을 넘어 억측까지 동원해 봐도 왜 그런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른 문제 하나는 빨리 가는 배는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
    요금이 비슷하다면 기꺼이 하루를 더 머물고 다섯시간짜리 배를 타는 게 옳다.
    아직 못 가본 곳도 있고, 숙소야 저렴한 곳으로 옮기면 그만이다.

    또 다른 문제 하나는 하루를 더 기다려도 그 배를 탈 수 없다는 것.
    자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섯시간짜리 배에 목을 맬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할 수 없이 11시간을 넘게 타야하는 배를 선택했다.

    마침내 그 배를 타고 산토리니를 떠나갔다.
    스크류에 부서지는 바닷빛깔마저도 이쁜 지중해가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우리가 구입한 배표는 가장 싼 것으로 바로 위 사진에서 보여지는 데크용이다.
    언뜻 보기에는 분위기 있어 보인다. 그물로 덮어 놓긴 했지만 수영장도 있고
    테이블도 있고 지중해의 수평선이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 있게만 볼 수 없는 것이 여기서 밤을 지세워야 한다.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바다 한가운데서 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침낭 하나만으로 견디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1박2일의 복불복 게임에서 져도 이보다 야박하지는 않은데...

    코스에서 산토리니로 갈 때도 데크표를 샀지만 선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배가 출발한 후 한참 있다가 시도를 해 봤는데,
    선실로 내려가자마자 바로 태클이 들어왔다. 표를 보자더니 냉큼 올라가란다.
    쉽지 않은 신경전이 될 것 같다.

    왠만하면 법 없이도 살아가려는 사람들이다.
    새마을호 일반실 표 끊고 특실에 몰래 꾸역꾸역 들어가려는 그런 추태는 부리지 않는다.
    비겁한 변명이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어쩔 수 없다.

    다행히 우리에겐 동지가 있었다.
    실내좌석표를 구입하신 한국분이 계셨다.
    그 분이 일단 우리 배낭을 실내로 옮겨 주셨다.
    그리고 라니부터 잠입하고 이어서 나도 들어갔다.

    가장 가장자리 바닥에 침낭 깔고 누웠다.
    이건 뭐 적들을 피해 매복하는 해병대도 아니고...
    한번씩 직원들이 들어오긴 했지만 여러 의자 차지하고 누워 있는 사람들만 꾸짖고 나갔다.
    그래도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언제 무서운 얼굴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나타나 표검사를 할 지 모를 일이었다.

    밤이 되자 로비에서 누워 자는 사람들도 늘어갔고
    실내좌석실로 들어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갑판에서 자는 건 무리가 있다.
    직원들도 더 이상 제지를 하지 않았다.

    완전히 신경 쓰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딱딱한 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엔진의 웅장한 진동에 쉬이 잠들 수 없었다.



    기착지인 다른 섬. 섬 이름은 모르겠다.




    .피라마을에 여행사 비슷한 곳이 몇 있었고 그 중의 한 곳에서 아테네행 배표를 샀다.
    .여러 회사의 배편이 있어 비교 후 구입했다.
    .산토리니로 올 때도 그랬지만, 가장 저렴한 표를 구입한 경우 자리선점이 중요한 듯 하다.

    .산토리니 버스회사 (버스시간표) http://www.ktel-santorini.gr

    .터키-그리스, 그리스 국내, 그리스-이탈리아 페리 예약
    사이트.
    .. http://www.ferries.gr
    .. http://www.greekferries.gr
    .. http://www.greece-ferries.com
    .. http://www.bluestarferr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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