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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따라 세계여행::88일] 이집션의 농락 5편세계여행/중동 2009 2010. 6. 25. 10:00반응형
└ 길 중간에 흰색 비닐봉지를 들고 서 있는 아저씨는 뻥튀기를 파는 게 아니라 길을 건너려고 하시는 것.
└ 우리에게는 어색한 무단횡단의 일상화.
0 9 0 7 3 0 목 | 이집트 카이로 Egypt Cairo
경비 좀 아껴볼려고 하다보니 어떻게 된 게 이집트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이집트에 온 지 보름만에 보러 가게 되었다.
카이로 시내에서 피라미드가 있는 기자(Giza)지역으로 가는 방법은 몇가지가 있지만,
우리는 일단 사닷(Sadat)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서 기자(El Giza)역에 내려 택시를 이용하는 쪽을 택했다.
지하철역을 나와 어디서 택시를 타야되는지 물어보기 위해 영어를 좀 하실 것 같은 분을 찾으려고
눈동자를 굴리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다가왔다. 아니나 다를까 피라미드 보러 갈 거냐고 물어왔다.
흥정 끝에 처음 10파운드 부른 택시비를 5파운드로 맞추고 택시를 타러갔다.
헌데, 그는 택시기사가 아니었다. 달리는 게 가능할까 의문이 드는 낡은,
택시가 아닌 일반승용차로 우리를 데리고 간 후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할아버지와 얘기를 잠시 하더니 사라졌다.
조수석에는 -왜 타는지 알 수 없는- 그의 손자뻘쯤 돼 보이는 청년이 올라탔다.
어쨌든 차는 출발했다. 한참을 달렸다. 어제 5파운드를 내고 탔던 택시가 달린 거리보다 훨씬 더 달렸다.
거기다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용 쓰시는 할아버지가 측은해 보이기도 하고 해서 얼마 안되지만
1파운드짜리 동전 하나를 팁으로 준비했다.
드디어 저멀리에 피라미드가 나타났다.
점점 더 커져가는 피라미드에 감격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골목길로 차를 몰았다.
지름길로 가나 했다. 그런데, 낙타와 말들이 묶여 있는 곳에 차를 세우고는 시동을 껐다.
무슨 영문인가 했더니, 낙타나 마차를 타고 피라미드를 보러 가라는 거였다.
입구로 데려다 달라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급기야 마차가게주인으로 보이는 양반까지 나와서 꼬득였다.
웃으면서 좋은게 좋은거 아니냐 이런 분위기로 얘기해서는 안 될 것 같아 정색모드로 들어갔다.
정문으로 가지 않으면 돈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상태로 흥분해 입씨름을 하고 있는데
점잖게 생긴 영어가 유창한 분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나타났다.
자초지종을 전하니 아랍어로 할아버지에게 뭐라뭐라 하더니
할아버지가 우리를 매표소에 데려다 줄 것이니 다시 차에 타라했다.
별 문제 없으니 괜찮다, 진정하라 하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다시 출발하긴 했지만 매표소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릴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괜히 언성을 높였나 살짝 후회하기도 했다. 얼마되지 않는 거리가 그렇게 멀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를 피라미드 입구로 데려다주고 5파운드를 받은 후 한마디의 군소리도 없이 떠나갔다.
핸들 오른편에 고이 놓여 있던 코란을 무색하게 했던 피라미드 가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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