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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71일] 나쁜 이집트인 착한 이집트인
    세계여행/중동 2009 2010. 5. 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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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0 7 1 3 월 | 이집트 카이로 -> 후루가다



    일년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두달은 짧지만 두달만 놓고 보면 그리 짧은 시간도 아니다.
    그 두달동안 막연하기만 했던 아프리카를 여행했고 일주일이지만 유럽도 다녀오고
    이제 내공이 조금은 쌓였을 법도 한데 중동여행이 시작되는 카이로로 날아가는 동안
    계속 신경이 곤두서기만 했다.

    온통 영어보다 더 꼬부랑글씨인 아랍어에
    언제 뒷통수를 칠지 모르는 콧수염의 호객꾼 아저씨들이 득실거린다는 그곳에
    그것도 자정을 넘겨 도착하니 더욱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한장에 15달러 하는 비자를 입국심사대 근처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서 사서는
    여권과 함께 건네주니 여권 한면의 반을 차지하는 스티커 비자를 붙이고 도장을 쾅 찍어준다.
    HSBC 현금인출기에서 500이집션파운드를 인출하고 드디어 밖으로 나갔다.


    곧바로 홍해변에 있는 후루가다Hurghada라는 곳으로 가야했다.
    그곳에서 라니는 다이빙 자격증을 따기로 했고 하루라도 빨리 바다에 뛰어들고 싶어했고
    결정적으로 이집트 도착 후 24시간이내에 그 다이빙클럽에 가서 다이빙을 하면 
    숙박비를 면제해 준다는 이벤트 때문에 곧바로 후루가다로 가기로 했다.



    엘고나 El Gouna 버스.


    택시기사 몇몇과 접촉을 했다.
    사전조사에 따르면 공항에서 우리가 타야할 엘고나ElGouna버스의 터미널까지 택시비는 50파운드.
    하지만, 도저히 55파운드 아래로는 협상이 되질 않았다.
    빨리 포기하고 55파운드에 가기로 결정. 연세 많은 택시기사아저씨와 함께 공항버스를 타고 주차장 같은 곳으로 
    이동 후 그의 허름한 택시를 타고 한밤이라 많이 여유로운 카이로 시내를 질주했다.
    어딜 가나 택시드라이버들은 레이서다.

    이제 막 현금을 인출해서 작은 돈이 없었다. 100파운드짜리를 건네니 5파운드짜리가 없다며 40파운드만 돌려준다.
    '55파운드에 오기로 했잖아욧!! 5파운드 줘요!'
    '나, 잔돈 없어요, 당신이 바꿔와요.'
    '헐~'

    어짜피 버스표를 사야하니 표 사고 잔돈 생기면 줄려고 하는데 마침 내 앞에 손님, 직원과 열심히 입씨름중이시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으니 답답하고 자꾸 시간만 가니 답답하고 중간에 끼어들지도 못하고 눈알만 굴리다
    한숨만 쉬다 겨우 마무리되어 표를 사려고 하는데 기사아저씨가 매표소로 들어왔다.
    '빨리 돈 줘요.'
    '아, 좀 있어봐욧!'

    표를 샀지만 5파운드짜리는 생기지 않았다.
    20파운드짜리를 주위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바꾸려고 하는데 말이 안 통하니 쉽지가 않았다.
    열손가락을 폈다 오므렸다 하고 있는데 재촉하던 기사아저씨가 갑자기 자기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온 그의 손에는 5파운드짜리 지폐 3장이 쥐어져 있었다.

    그랬다. 그는 5파운드짜리를 가지고 있었다. 순간 멍했다. 
    그 멍함 속에 나는 70파운드를 주었고 그는 5파운드짜리 3장 15파운드를 거슬러 주었다.
    그렇게 계산을 끝내고 그는 잔뜩 화난 표정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아랍어를 신경질적으로 뱉어내며
    매표소 문을 박차고 나갔다. 어이없고 화도 났지만, 따지기 보다는 무슨 말을 한 것인지 묻고 싶었고
    왜 그러는지 설명을 듣고 싶었다. 팁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잘못이었을까?



    새벽2시가 넘은 야심한 시간이었지만 터미널 안과 밖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고
    유일하게 다른 생김새의 동양인 한쌍은 때때로 호기심의 시선을 받으며 초췌한 모습으로
    후루가다행 3시반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말이 터미널이지 행선지별로 승장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매표소와 대합실이 있는 건물 앞 큰 길에서
    사람을 태우고 떠나는 시스템. 출발시각이 조금씩 다가오면서부터는 도착하는 버스마다 확인을 해야했다.
    긴 말은 필요없었다. 버스를 가리키며 '후루가다?'

    버스를 타기 전 방광을 비워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화장실을 찾았다.
    시원한 느낌으로 나가는데 나보다 더 초췌한 모습의 청소년이 손을 내밀었다. 사용료를 달라는 것.
    집게손가락을 들었다. 나도 집게손가락을 들며 '원파운드?' 하며 되묻는데 내 옆에서 일보던 아저씨가
    아직도 일을 보며 고개만 돌려 '하프파운드'라고 외쳤다.

    이제 막 이집트에 떨어져 모든 것이 낯설은 나에게서 청소년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잔돈을 조금이라도 덜 주려는 그. 하지만, 그의 노력은 방금 '하프파운드'를 외친 아저씨가
    일을 마치고 와서 정리해 주는 바람에 허사가 되었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후루가다로 가는 길 버스안에서 이집트의 첫 아침을 맞이했다.
    자다 일어나 일출을 보고 급히 카메라를 꺼냈다. 저 작은 흰선은 별똥별이었을까?


    엘고나 버스 내부.


    잠깐동안 양쪽 뺨을 번갈아 가며 맞은 듯한 얼얼한 느낌으로 새벽 3시반에 버스에 올랐다.
    몸도 마음도 많이 피곤했다. 버스가 카이로를 벗어나는 듯 할 때쯤 골아떨어졌다.
    맨 뒷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한번씩 머리가 무릎에 닿을 때쯤 깜짝 놀라 깼다가 하는 것을 반복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손이 내 어깨에 닿는 것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옆자리의 콧수염 아저씨가 후루가다라고 살며시 얘기해 줬다.
    버스가 조금은 황량한 도시로 접어들고 있었다.



    후루가다 엘고나버스 터미널. 





    버스에서 내려 처음으로 느껴보는 이집트 7월의 햇살. 강렬하다.
    자정에 비행기에서 내려 황당한 일을 겪고 6시간 넘게 밤새 버스를 타고 와 지칠대로 지친 몸은
    더위에 녹아내리고 있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았다.
    다이빙클럽에서 운영하는 숙소에 데리러 나와 달라는 전화를 해야했다.

    터미널 앞에는 동전은 받지 않고 카드만 받는 공중전화가 있었다.
    터미널의 매점에서는 공중전화카드는 팔지 않고 돈을 받고 핸드폰을 빌려주었다. 비싼 듯 해서 패쓰.
    라니는 짐을 지키고 나는 공중전화카드를 사기 위해서 뜨거운 후루가다 시내를 돌아다녔다.
    작은 슈퍼, 핸드폰 가게에서도 공중전화카드는 팔지 않았고 혹시나 하고 들어갔지만 현지인만 있는
    현대차영업소에서 손짓발짓해가며 물어봤지만 모르겠다는 대답만 듣고 다시 터미널로 돌아왔다.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은 하나둘씩 터미널을 떠나고 터미널 앞에 늘어선 택시의 기사아저씨들이
    어서 타라고 손짓을 한다. 날은 점점 더워지고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주저 앉을 것 같다.
    하는 수 없이 옆에서 같이 기다리고 있던 몇몇을 훑어보았다. 방금 통화를 끝낸 여자분에게 도움을 청했다.
    주빗거리며, '영어 하세요?'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었다. 사정을 설명했고 그들은 흔쾌히 핸드폰을 빌려주었다.
    우리는 너무너무 고마워서 어쭙잖게 돈으로 감사의 표시를 하려고 했다가 괜히 겸연쩍어해야했다.
    '돈 받을려고 빌려준 것 아닙니다!'

    그들의 친절에 지난 밤 택시기사아저씨와 화장실청소년 때문에 얼룩진 이집트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는
    다시 깨끗하게 표백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목적지인 레드씨다이브팀RedSeaDiveTeam의 '우리집'에 도착했다.
    내일부터 자격증코스를 시작하기로 하고 점심을 먹고 샤워를 하고 비로소 침대에 몸을 뉘였다.

    이집트, 그리고 중동, 만만치 않겠다 싶으면서도 재미있을 것 같다.



    후루가다 엘고나버스 터미널 앞.


    * 이집트 비자 공항에서 구입 15달러, 30일 유효
    * 카이로>후루가다 엘고나버스 65파운드/인 (터미널은 람세스힐튼 옆)



    * 어줍잖다(X) 어쭙잖다(O)
    * 겸연적다(X) 겸연쩍다(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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