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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 :: 45일] 격한 배멀미 2 - 탄자니아
    세계여행/아프리카 2009 2010. 1. 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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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르에스살람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기 위해 6시에 숙소를 나섰다. 숙박비에 포함된 아침을 먹지 못하고
    떠나서인지 아니면 평소보다 더 많은 위산이 분비되어서인지 속이 많이 쓰린 듯 하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스톤타운. 장난치며 뛰어다니던 아이들도 없고 골목과 골목이 만나는 곳에서 담소를
    나누던 아저씨들도 그 사이에서 차를 팔던 아저씨도 없고 눈만 내놓고 다니는 무슬림 아줌마도 없는 골목길을
    조용히 걸어가니 또 다른 스톤타운을 만나는 느낌이다.

    올 때의 경험을 살려 실내가 아닌 외부 갑판에 앉으려 했는데, 비싼 배라고 그러는지 죄다 내부좌석밖에 없다.
    외부에 작은 공간이 있긴 했지만 편안하게 가기엔 부족한 곳. 빈 속이긴 하지만 멀미약도 먹었겠다, 빨리 가는
    배라고 하니 헛구역질 몇번만 하면 금새 다르에 도착하겠지 하며 앞에서 4번째줄 자리에 앉았다.

    출발하기 전, 해가 뜨면서 바다에 무지개가 폈다. 평소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이 무지개가 길조임이 분명하다.
    왠지 편안한 뱃길이 될거라고 보장해 주는 듯 했다. 마침내 배는 무지개를 향해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올 때와는 확연히 다른 스피드. 몇 푼 더 준 돈이 아깝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이 빠른 속력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바다를 가르면서 빠르게 나아가는 게 아니라
    파도가 높은 곳으로 들어오면서부터는 파도와 부딪히면서 마치 놀이기구처럼 퉁퉁 튕기는 것.
    순간 불길한 느낌에 의자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1시간이 지나면서부터 멀미가 시작되었다.

    라니는 혹시나 해서 준비해 온 검정색 비닐봉지를 채워나갔다. 그리고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 밖으로
    뛰쳐 나갔다. 하지만, 나가자마자 기름냄새 때문에 또 쏠려서 한번 더 토하고는 자리도 마땅치 않은 곳에
    승무원이 건네준 거적 같은 것을 깔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것도 없이 그냥 바닥에 누워버렸다.

    그 사이 나는 멀미약의 약기운을 조금이라도 살려보려 애쓰며 실내에서 어떻게든 참아보려 노력했다.
    밖에 나가 바람이라도 맞으면 조금 나아질 수도 있었는데 어찌할바 몰라하며 일단 비닐봉지를 꺼내들었다.
    속이라도 비우면 나아질까 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하고 앞좌석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 채 어서 빨리 도착하기만을
    고대했다.

    그래도 잔지바르 갔을 때는 육지에 내리니 금방 회복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선착장에 내려 대합실에서 한참을
    쉬어도 진정이 되질 않았다. 아마도 어제 속이 좋지 않아 제대로 먹지 못했기 때문인가보다. 
    빠른 조치를 취한 덕에 생생해진 라니와는 달리 나는 터미널을 나와 길을 건너고
    나서 다시 주저앉았다.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기사아저씨의 안스러운 눈길을 의식할 여유도 없었다.

    위장을 도려내고 싶은 심정을 기사아저씨는 모르실테다.

    겨우 숙소를 잡고는 잔지바르로 가기전에 봐 두었던 중국집을 찾아갔다. 입맛에 맞는 뜨끈한 국물로 속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우리나라 우동 같이 국물이 푸짐하지는 않았지만 이 아프리카에까지 나와
    고국의 음식을 파는 중국화교들이 고마웠다.

    잔지바르에서의 것보다는 덜 진했지만 사탕수수쥬스도 마시고 하면서 점차 안정을 찾은 후 버스회사 몇군데를
    둘러보고 내일 모시로 가는 버스표를 끊었다. 배멀미의 여진이 버스에까지 전해지지를 않길 바라면서...



    └ 오랜만에 먹은 해물우동과 볶음밥


    └ 다르에스살람의 어느 거리


    └ 다시 찾아간 '주방장의 자존심 (Chef's Pride)'


    └ 배표 겉면에 찍어준 잔지바르 출도(出島) 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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