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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따라 세계여행 :: 38일] 배멀미를 가르며 잔지바르로 가다세계여행/아프리카 2009 2009. 11. 21. 10:18반응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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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지바르에 가는 날.배를 타고 4시간 가까이 가야하는데 우리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귀밑에'는 한국에서 아예 가져오지도 않았고 현지의 멀미약도 먹지 않았다.잔지바르에 간다는 것에 들떠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배멀미를 한 것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전의
일이라 그 시간만큼 무뎌져 있었기 때문일까.. 전날 바라본 바다가 호수 같이 잔잔해 보이고 그렇게 멀리 가는
배는 왠만한 파도쯤은 삼켜버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클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하지만, 배가 출발하고 얼마 되지 않아 창밖으로 해수면이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곧 라니는 배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며 쇼파에 앉아 먹어댔던, 이미 많이 부풀어진 말린 바나나와 땅콩을 도로 봉지에 담아내는
작업을 2회 실시했다. 거기다 역시 멀미 때문인지 우리 앞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흑인 여성의 암내는 라니에게
결정타를 날렸고 급기야 숨쉬기마저 힘들어하는 단계에 도달했다.당연히 남편인 내가 나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했지만, 나 역시 멀미가 시작되어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가는
카페트가 깔린 바닥에 무슨 짓을 해 버릴지 알 수 없는 상태여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보다 못한 옆자리의
흑인청년이 라니를 일으켜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 청년이 한없이 고마웠지만 자존심이 있지 그렇게
맡겨놓고만 있을 수 없었다. 멀미 때문에 끊임없이 입안에서 줄줄 흘러나오는 침을 모아 꿀꺽 삼켜 식도를
막은 채 정신을 가다듬고 뒤따라 나섰다.온통 현지인들만이 있는 3층 갑판에 누군가 양보해 준 자리에 라니는 앉아 있었고 다행히 바닷바람의 쐬면서
조금 좋아지는 듯 해 나는 짐을 지키기 위해 다시 선실로 들어왔다. 하지만 긴장이 풀어진 탓인지 실내로
들어와서인지 또 다시 쓰나미 같이 멀미가 밀려왔다. 손발이 저리면서 힘이 빠졌고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있는데 김선생님이 선실로 뛰쳐 들어오셨다.잠비아에서 탄자니아까지 함께 기차를 타고 왔다 숙소 문제 때문에 헤어진 후 잔지바르로 가는 이 배에서
다시 만난 김선생님은 라니 상태가 다시 안 좋아져 울면서 바닥에 들어누웠다며 베개로 쓸만한 걸 가지고
얼른 따라 나오라 하셨다. 배낭에 묶어놓은 침낭을 뜯어내다시피 하며 멀미의 고통도 잊은 채 3층 갑판으로
달려나갔다.검은 다리들 사이에 쓰러져 있는 그녀 옆에 나도 주저 앉았다. 하늘의 뭉개구름은 푸른 바다와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바닷바람은 시원했지만 그것들을 제대로 즐길려면 아직 2시간은 더 가야했다.
배는 물거품을 일으키며 열심히 나아가고 있었지만 계속 제자리인것만 같았고 1초가 1만년 같이 느껴졌다.
그래도 참 다행스럽게 119헬리콥터를 바다 한가운데로 불러내는 극단적인 드라마틱한 장면까지는 만들지
않았고 우리는 우리발로 배낭을 짊어지고 잔지바르의 땅을 밟았다. 항구 근처에 숙소를 잡고 몸을 추스린 후
텅텅빈 라니의 배를 채워주고 여전히 울렁거리는 나의 배를 다스려 줄 무언가를 찾아 나섰다.길을 잘못 들어 오히려 생각보다 일찍 닿은 바닷가. 그 곳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지는 해를 등지고
노점식당가를 준비하고 있었고 그 중에는 우리 속을 진정시켜 줄 그것이 있었다.사탕수수쥬스. 다른 가게보다 조금 일찍 준비를 마친 아저씨는 단순히 사탕수수만 짜는 것이 아니라 라임과
생강을 끼워 함께 짜내고 계셨다. 처음 마셔보는 색다른 맛과 호기심, 아름다운 노을, 그리고 생강의 효력은
의외로 좋았고 바닷가에 자리한 분위기 좋은 '머큐리'라는 이름의 식당을 찾아 나서는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사탕수수쥬스. 300실링. 약300원. 컵 사이즈에 따라 가게에 따라 다른 가격.
* 가게에 따라 혹은 쥬스를 받는 통안에 있는 얼음이 얼마나 녹아 있었느냐에 따라 농도 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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