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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묘 일기] 가슴이 철렁
    고양이/쿠키와지니 2019. 4. 28.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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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2개월여 만에 적는 노묘 일기.

    이렇게 긴 시간이 흘렀는 줄 모르고 있었다.

    마지막 기록이 2018년 2월인 것을 보고 한편으로 다행이다 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별다른 일이 없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그러니까 정확히는 2019년 3월 4일에 병원에 다녀오긴 했다.

    올해 들면서 소변량이 늘어난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나이가 더 많은 쿠키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두 마리가 함께 화장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리고 지니도 적은 나이는 아니어서 함께 데리고 갔다.

     

    늘 가는 한림읍내의 한수풀 동물병원.

    이번에도 선생님은 친절히 여러 가지 설명을 해 주셨다.

    결론은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알아낸다고 해도 나이가 많아서 적극적인 치료는 어렵다는 것.

    가끔의 설사나 소변량 변화 외에는 극히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서 일단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검사나 처방을 받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진료를 받았는데 '그냥 가셔도 된다'고 하셨다.

    예전에도 신세를 진 적이 있어 이번에는 억지로 진료비를 여쭤보고 드렸다.

    멀지 않은 곳에 고양이를 잘 봐 줄 수 있는 좋은 의사 선생님이 계셔서 그래도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또 한번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을 다녀온 날도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았다.

    화장실 상황만 신경이 조금 쓰일 뿐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모습.

    그래서 기록 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4월 25일 밤.

    쿠키가 화장실을 가는데 휘청거렸다.

    제대로 된 걸음이 아니었다.

    뒷다리에 힘이 많이 없어 보였다.

    화장실에서 나와 높은 곳에 올라가려는데 올라가지 못하고 넘어졌다.

    본인은 자신의 다리에 문제가 있음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표정이나 울음 등 다른 모든 것은 평소와 같았다.

     

    왜 이러는 걸까?

    불과 서너 시간 전만 해도 스스로 의자에도 뛰어올라갔었기에 충격이 컸다.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누워있다 잠깐 잠들었다가 일어났다.

    예전 같지는 않았지만 아까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일단 자고 일어나 보기로 했다.

     

     

    다음 날,

    바닥에서 자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의자에서 자고 있었다.

    놀라기도 했고 안심도 되었다.

    고양이도 다리에 쥐가 나는 경우가 있다던데 나이가 많아서 잠깐 그랬던 걸까?

     

    불편해 보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잘 걸어 다닌다.

    의자에도 소파에도 잘 올라간다.

    밥도 잘 먹고 간식 줄 때 앵앵거리며 보채는 것도 변함없다.

     

    다만 뒷다리에 힘이 없어 보이는 건 분명하다.

    걸을 때는 뒷다리 발끝으로 걷는데 네 발로 서 있을 때는 발끝으로 꼿꼿하게 서 있지 못한다.

    그리고 꼬리가 항상 내려와 있다.

    기분 좋으면 막 올린채 다니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던 꼬리를 바닥에 닿은 채 걷는다.

     

     

    병원에 가도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 같아 가지 않았다.

    주말 동안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3월을 지나며 열일곱 해를 살고 18년 차 삶에 들어선 쿠키.

    15살이 지나도 참 안 늙는다며 신기해했었다.

    이러다 스무 살도 넘고 기네스북 기록을 넘볼 정도로 장수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16살이 된 작년부터 털 상태가 조금씩 나빠지더니 장 건강도 안 좋아지고 이제는 근육이나 관절에도 이상이 오는 것 같다.

     

    언제까지나 아기 같을 줄 알았는데 늙어가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

    그저 '안쓰럽다' 라는 단어로는 충분한 표현이 되지 않는다.

    얼마나 더 함께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해 왔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에 애정과 관심을 쏟아야 할 것 같다.

     

     

    2019년 4월 26일 쿠키

     

     

     

    2019년 4월 26일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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