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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데탐.씨클로여행/호치민 2014 2017. 1. 18. 01:19반응형
호치민 여행 둘째 날 오후.
요리 교실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데탐거리.
배낭여행자의 거리로 유명하단다.
방콕의 카오산로드 같은 곳이라고.
그렇다면 아마도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한 곳이겠지.
음주와 유흥과는 거리가 먼 취향이니 '방문'에 의의를
둔 채 밤의 데탐거리로 낮의 호치민 시내를 걸었다.
걷다가 도롯가 화단 같은 곳에 꽂아둔 향을 발견했다.
풀 밖에 없는 그 곳에 무슨 의미로 향을 꽂아두었을까?
향에 관심이 많았던 오래 전의 때가 생각난다.
깊이 있는 관심은 아니었고 집에 어떤 특정 향이
늘 베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었다.
끊임없이 태운 것은 아니었지만 향 끝의 빨간 불빛도
향 끝에서 부드러운 곡선으로 올라가는 연기도
좋아해하며 아껴 태우곤 했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러다 좋지 않은 성분이
함유된 향에 대한 기사가 나왔고 그 이후로 아마
향 피우는 것을 중단했었던 것 같다.
온갖 속임수와 진짜 같은 가짜가 횡행하는 이 세상에서
참을 골라낼 능력은 없고 건강을 걸어가며 행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오토바이의 매연과 소음 속에 하염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벤탄시장이 나타났다.
오늘의 목적지는 데탐거리이며 이 시장은 내일의
목적지이므로 위치만 확인하며 지나갔다.
벤탄시장에서 데탐거리로 가는 그 얼마 안되는
길에서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오토바이를 만났다.
처음에는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신기하게만 보였는데
지켜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느껴졌다.
그들 사이에 흐르는 암묵적 규칙과 축적된 감각.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낸 것처럼 많은
오토바이들이 처음에는 무섭게 혹은 징그럽게
여겨지기도 했지만 호치민에서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호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도시에 대해 분명하게 각인시켜 갈 수 있는 하나가
있다는 것이 반갑게 여겨졌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는 사이에 다 잊혀지는 것이 아닌,
세상 어디에서나 생애 언제여도 오토바이만 보면
떠오를 여행의 기억이 확실하게 새겨졌기 때문에.
드디어 다 다른 데탐거리.
별다른 기대 없이 간 그 곳에 잘 갔다고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씨클로 때문이었다.
씨클로가 반가웠던 이유는 같은 이름의 영화 때문.
찾아보니 무려 20년도 더 지났다.
헐리웃영화가 대새였던 때에
만난 베트남 영화, '씨클로'.
영화 내용에 대한 기억은 거의 다 사라졌지만
이 영화를 여전히 기억할 수 있는 이유는
영화에 나왔던 음악 때문이다.
라디오헤드RadioHead 크립Creep
참 많이도 들었던 이 노래는 20대 초반의 생생했던
뇌 한편에 굵게도 새겨졌다.
그래서 호치민도 처음 온 것이고 호치민의 씨클로도
처음 보았지만 첫 눈에 크립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되었고 마치 익숙한 듯 씨클로를 쳐다 보았다.
아직 이른 저녁이고 요리교실에서 먹은 음식은 여전히
배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술판에 대한 흥미도 없으므로
베트남 맥주가 아닌 베트남 커피를 찾아갔다.
-정확한 자료인지는 모르겠지만- 세계에서 두번째로
커피를 많이 생산한다는 베트남에 도착한지 24시간도
더 지났는데 아직 베트남 커피를 맛보지 못했다.
호치민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하이랜드커피HighlandsCoffee에 가서
카페 쓰어다로 더위도 식히도 휴식도 취했다.
2층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이에도
오토바이의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좁은 길을 걷는 것보다 더 느리게 오토바이로
지나가는 걸 보면서 이들에게 오토바이는 몸에
탈부착 가능한 어떤 장치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의 목표는 다 이루었으니 이제 숙소로 돌아간다.
다시 벤탄시장을 앞을 지나는데 조명이 환하게 들어와
있었다. 오토바이들의 불빛과 함께 짙어진 어둠과
대조되며 밤의 호치민을 밝혔다.
벤탄시장을 지나치며 또 하나의 불빛을 만났는데
그건 야시장의 것이었다.
여행에서 야시장은 또다른 묘미인데 그냥 지나쳤다.
배가 고픈 상태가 아니면 간단하게 먹어도 될 것을
쭈뼜거리며 주저하다 구경만 하고 빠져나왔다.
이 다음의 여행, 코타키나발루에서는 이것저것
잘도 맛있게 먹고 즐겼는데 그 때는 왜 그렇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을까? 돌이켜 생각하면 무척 아쉽다.
신호등에서 마저 오토바이를 만났다.
이쯤 되면 오토바이를 구경만 하고 갈 순 없다.
여행을 준비하며 봐두었던, 할까 말까 약간의 갈등을
가지게 했던 오토바이 투어를 꼭 해야할 것 같다.
호텔 근처에서 발마사지를 한시간 정도 받고
편의점에 들러 현지 컵라면을 사들고 호텔로 돌아와
투어를 예약했다.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고
밤의 호치민 오토바이 무리 속으로 뛰어들면
어떤 느낌일까? 내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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