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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오산로드
    여행/방콕&코사무이 2012 2015. 8. 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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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오산로드.

    이 곳의 수식어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배낭여행'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처음 이 곳을 찾은 이번 여행은 배낭여행이 아니다.

    둘이서 들고 온 짐은 기내에 실을 수 있는 캐리어 하나와 20리터가 조금 넘는,

    배낭이라고 하기에는 아담한, 등에 지는 가방이 전부.


    2009년에 떠나 1년여 세계여행을 했던 때에는 정말 제대로된 배낭여행이었는데

    정작 그 때는 여기 카오산로드에 오지 않았다. 

    한정된 시간에 가고 싶은 곳은 많으니 여행지를 선택해야했고

    우리나라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지역은 제외하기로 했었다.

    세계여행이 끝난 후로 미뤄뒀었다.


    그 길고 길었던 여행을 할 때는 큰 배낭은 등쪽으로 작은 배낭은 가슴쪽으로 메고 다녔다.

    공항에서 수화물로 보낼 때 무게를 달아보면 15kg 안팎으로 찍히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걸 메고 어떻게 호스텔을 찾아다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둘 다 예민한 스타일이라 2인실도 제법 이용했지만 여행 비용 절감을 위해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도미토리에서도 제법 잤었다.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 써가며...


    이번 여행은 그리 길지도 않은 여행, 그 때와는 여러가지로 여유롭게 보내려는 여행이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카오산은 하루의 잠시를 내어 다니기로 했다.

    길거리 음식을 먹고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섞여 길을 배회하다 발마사지를 받았다.


    아마도 밤이 더 화려할테고 몇일 밤낮을 보내면 더 재미있고 매력적일지도 모를 카오산로드.

    언제 다시 큼직한 배낭 메고 이 곳을 찾을 때가 올까?






































    카오산로드의 일정을 마치고 한동안 걸은 후 

    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의 실물과 마주했다.

    혹여나 티끌 하나 묻어 그 순결함에 흠집이 나지 않을까, 

    보는 사람이 다 마음을 졸일만큼 새하얀 벽을 따라 걸었다.


    왜 그랬을까? 왜 백색 담 너머의 화려한 왓 프라깨오 사원과 왕궁을

    무심히 지나치고 왓 포 사원으로 갔을까?

    이 글을 쓰는 시점은 2015년 8월, 여행은 2012년 11월. 

    이 여행 때는 사진과 경비만이 기록으로 남았을 뿐 일기도 짧은 메모도 남기지 않았다.

    기록으로 백업되지 않은 기억 중 일부는 기한만료로 삭제되었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기억이 덮어졌다. 

    복구할 수 없는 기억이 되어버렸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한편으로 왜 그런 말이 생겼는지 다시 한 번 절감한다.



    다만 추측하자면 앞서 세계여행에서 아시아를 제외했다는 것처럼 

    한정된 시간을 기반으로 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 여행 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보겠다며 

    사전에 여행 정보를 덜 확인한 이유도 있었던 것 같다.


    기록을 하지 않은 것도 세계여행 후의 첫 해외여행,

    세계여행 때와는 달리 느슨하게 다니고 싶은 것이 이유였다.

    그건 기억하고 있다.


    세계여행은 긴 여행이었고 여행 중에 다음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습득해야했다. 

    긴 여행인만큼 각 지역의 여행 후 기록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그 모든 작업이 귀찮거나 버거웠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긴 여행 후의 첫 여행에서는 

    그 부담을 덜고 싶었던 마음이 한켠에 있었던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정리하기로 한다.


      





    이 길고 높다란 벽을 어떻게 하면 이렇게 새하얗게 유지할 수 있을까?

    궁금해 하며 흰 벽을 따라 걷다 일련의 노동자들을 발견했다.


    일본어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 우리나라 공사현장에선 흔히

    아시바라고 하는 비계 위에 사람이 위태롭게 서 있었다.

    금속 재질의 파이프가 아닌 대나무로 만든 것도 신기했지만

    보호장비도 발판도 없이 대나무 위에 맨발로 그것도 짝다리로 서서

    페인트칠을 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곡예단의 공연 같았다.


    물론 수많은 날의 경험으로 외다리 페인트칠의 달인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곳도 아닌 왕궁을 관리하는데 작업환경을 조금은 더 신경 써 줄 수 있는 건 아닌지 의아했다.

    우리도 그랬듯 저들도 조금씩 점점 나아지겠지. 물론 우리도 가야할 길이 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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