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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따라 세계여행::315일] 쿠바 야구장을 가다세계여행/중미 2010 2012. 3. 29. 09:30반응형
1 0 . 0 3 . 1 4 . 일 | 쿠바 아바나 Cuba Habana
일어나 화장실 가는 길에 보니 후고와 그의 여자 친구는 거실에서 자고 있었다.
어디에 있었던 것인지 침대가 나와 있었다.
아마도 우리가 잔 방이 그의 방이 아닌가 추측을 했다.
배급제에 얼마 되지 않는 월급.
그에 비하면 우리가 내는 하루 숙박비는 무척 쏠쏠하다.
허가를 받지 않고 손님을 받는 위험부담, 거실에서 불편한 침대를 내놓고 자는 불편, 모두 감수할만도하다.
간단하게 내어준 아침을 먹고 외출을 했다.
일단 혁명광장부터 가기로 했다.
걷기에는 조금 먼 거리, 자전거택시를 잡았다.
너무 멀어서 갈 수 없다며 오토바이택시인 코코택시를 타라고 했다.
잠시 서성거렸지만 코코택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평소에는 잘도 지나다니더니...
하는 수 없이 버스를 탔다.
P12번 버스. 0.5CUP(28원).
일요일이지만 버스는 만원이었다.
서 있기도 비좁을 정도로.
결국 한 정거장을 지나친 후에야 내렸다.
코코택시들.
광장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후 곧바로 야구장으로 향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함성소리, 나팔소리로 야구장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드디어 야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바의 야구장은 어떤 분위기일까?
일단 표를 구입하려했다.
3번 출구로 가란다.
쿠바 사람이나 거주증이 있는 외국 사람은 1CUP(56원).
그냥 외국 사람의 경우, Palcos는 3CUC(4,000원), Gradas는 1CUC(1,335원).
외국 사람에 대한 차별이 너무 심하다. 스무배가 훨씬 넘으니...
그래도 할 수 있나?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도 없고. 한국에 비하면 훨씬 싸기도 하고.
Palcos와 Gradas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좌석 등급일 것만은 분명하다.
(나중에 찾아보니 Palcos는 Boxes, Gradas는 Terraces.)
Gradas로 2장 달라고 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스페인어가 쏟아졌다.
Palcos를 사야한다는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이건 몸짓언어로도 어떻게 해결이 안된다.
설명이 일단락되었지만 어떻게해야할지 모르겠다.
우리끼리 아주머니의 설명을 추측하며 주저하자 다시 설명이 이어졌다.
설명을 좀 더 쉽게 한 것인지 어떻게 한 것인지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했다.
Gradas는 쿠바 사람들이 앉는 자리인데 괜찮겠냐는 뜻으로 받아들여버렸다.
괜찮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Gradas표를 내어주었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앞장 서서 야구장 안으로 안내를 했다.
드디어 들어왔다. 쿠바의 야구장. 쿠바의 야구 경기.
아주머니는 나름의 배려인지 홈 바로 뒷편으로 데리고 갔다.
하지만 그물이 걸려 있어 보기에 불편했다.
그물이 없는 1루쪽으로 가도 되냐고 물으니 괜찮단다.
지붕이 없어 햇볕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외야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하지만 지붕으로 가리워진 내야석에는 그야말로 만원.
관람석 사이 사이의 계단까지 다 차지하고 있었다.
대충 복도에 자리를 잡고 서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경기장 시설은... 안타까웠다.
야구의 인기, 야구에 대한 열정을 전혀 못따라가고 있었다.
전광판은 점수, 카운트 등을 식별하기 어려울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지붕도 깨진 부분이 제법 있었다.
관람석 아래의 매점이 있는 공간도 좋은 시설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배가 고파서 경기를 보다가 갔다. 햄버거를 팔고 있었다.
여기도 채소없이 고기만 들어가는 햄버거.
그거라도 먹어야겠어서 줄을 섰는데 줄이 좀처럼 줄어들지를 않았다.
빵 가르고 고기 썰고 그걸 빵에 넣는 작업을 혼자서 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 한명이 여러개를 사가니 줄이 줄어들수가 없었다.
우리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야구가 끝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른 매점이 있었지만 거기라고 상황이 나아보이진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콜라의 당분과 탄산가스로 허기를 채워야했다.
마침 가방에 하나 남아 있던 스니커즈와 함께.
다시 관중석으로 돌아가서는 계단에 자리가 나 둘이 나란히 앉았다.
하지만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해야했다.
팀도 선수도 잘 모르고 산만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아니어서 6회초를 마지막으로 보고 떠났다.
끝까지 보지 못하고 일어서서 아쉬웠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오랜만에 야구장에 온 것도, 쿠바의 야구장에 온 것도, 쿠바의 야구를 직접 본 것도.
한 이닝이 끝나고 중계 카메라가 관중석을 비추자 난리가 났다.
대포만한 카메라를 지닌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중간 휴식시간, 심판들도 물한잔씩하며 한숨 돌렸다.
나름 마스코트도 있었다. 치어리더는 없었다.
Estadio Latinoamericano. Latin American Stadium. 라틴아메리카 경기장.
1946년에 지어진 골동품 야구장. 1971년 31,000명에서 55,000명 수용 규모로 증축.
관중들이 흥분을 잘 하는지 경찰이 꽤 많이 나와 있었다.
숙소가 있는 시내를 향해 걸었다.
공원을 지나는데 그곳에서도 아이들이 야구놀이중이었다.
정말 야구 좋아한다. 컴퓨터 게임도 없고 오락실도 없고 그만큼 놀거리가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일까?
차이나타운의 길거리에서 대충 요기를 하고
예전에 숙소에서 만난 일본사람들이 다녀왔다는 룸바공연장을 찾아갔다.
지도에 표시해준 곳에 정확히 도착했지만 간판을 찾을 수 없었다.
다른 공연장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정말 보고 싶었는데...
그래서 오늘 많이 걸어 다리가 아픔에도 찾아왔는데...
아쉽게 됐다.
아까 먹었던 허접한 스파게티로는 허기가 채워지지도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쿠바 내국인용 화폐도 써버려야하고 했다.
그래서 San Rafael 거리로 가 어제 사 먹었던 피자를 또 사 먹었다.
550원짜리 미니피자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맛있진 않지만 잊을 수 없을 쿠바의 길거리 음식들..
숙소로 돌아왔다.
일요일이라 집에서 쉬고 있던 주인, 후고가 반겼다.
어디어디 다녔냐길래, 야구장 다녀왔다니 반색했다.
그도 야구 좋아하는 쿠바 사람.
보여줄 것이 있다며 컴퓨터를 켰다.
아주 낡은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컴퓨터였다.
지금까지 쿠바의 민박집에서 봤던 컴퓨터들은 모두 그랬다.
하나 같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일반 가정집에서 인터넷 연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쿠바 야구 동영상을 틀었다.
그리고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쿠바 사람들에게 야구가 어떤 존재인지 다시 한 번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휴일이라 그런지 친척들이 찾아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거실, 우리는 방으로 퇴장했다.
그리고 친척들이 다녀간 후 후고에게 물었다.
"우리, 라면 끓여먹어도 될까요?"
"당연하죠."
후고는 다른 민박집과는 달리 저녁식사를 팔지 않았다.
대개의 민박집은 숙박비 외의 주요 수입원으로 저녁식사를 팔았고
저녁 식사를 팔아야하는만큼 주방 사용은 허락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 했다.
그냥 된다는 것도 아니고 당연하다는 대답이 괜히 고맙게 와 닿았다.
라면 끓이려는데 후고의 어머니도 뭘 챙겨주려고 하고 후고의 여자친구도 거들어주려고 나섰다.
어머니는 해 놓은 밥을 내어주고 여자친구는 토마토와 오이를 썰어주었다.
라면 끓여 먹을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감동의 연속.
9시 반이 넘어 외출을 했다.
쿠바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피날레는 재즈 공연으로...
택시들은 하나같이 5CUC를 불렀다.
돌아서도 붙잡는 이 하나 없었다.
흥정이 통하질 않았다.
여전히 카리브해의 물결이 넘실 거리는, 긴 방파제, 말레콘을 달렸다.
어둠이 내려 앉은 말레콘은 낮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파도와 함께 던져주었다.
밤인데다 초행길이었지만 재즈카페(Jazz Cafe)는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10시부터 공연이 시작되고 아직 한참 남았음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무대에서 가까운 곳에 우리 자리도 마련했다.
단순 공연장이 아닌 카페이기에 음식과 음료를 팔았다.
하지만 독특한 방식.
관람료는 따로 받지 않았다.
1인당 10CUC(12,800원)를 낸다.
10CUC 한도내에서 원하는 메뉴를 주문한다.
이런 상황에 이런 분위기이면 음식값이 제법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저녁도 든든하게 먹고 온 터라 마땅히 시킬만한 음식이 없었다.
거기다 술도 잘 못마시지. 그렇다보니 둘이서 20CUC 채우기가 어려웠다.
새우랑 밥이랑 감자튀김이 함께 나오는 12CUC짜리 접시랑 콜라 2캔을 일단 주문했다.
그런데 10시가 되어도 10시 반이 되어도 공연은 시작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잘못 알고 온 건가? 내일 떠나므로 오늘 꼭 봐야하는데... 진작 올 걸 그랬나..
시간이 흘러갈수록 안절부절이었다.
그러다 누군가 작은 무대로 올라가 드럼을 설치했다.
일단 안심은 했지만 공연은 여전히 시작되지 않았다.
11시가 넘어서야 베이스가 세팅되고 색스폰에 마이크가 연결되었다.
아, 이제 드디어 시작하는구나.. 했는데 아니었다.
색스폰, 베이스, 드럼 연주자로 보이는 셋은 무대 한쪽에서 담소를 나누었다.
도대체 하긴 하는건가...
그 상태로 11시 반이 되었다.
그제서야 건반 연주자가 나타났고 건반이 설치되었다.
순전히 이 한 사람 때문에 공연이 이토록 늦어진 것이란 말인가?
설마 11시 반이 공연 시작시각인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 다행이고 공연도 시작해서 다행이다.
오랜 기다림에 많이 지쳤지만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말끔하게 다 지워졌다.
'이런 공연이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기다려 줄 수 있다' 라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다른 때 같은면 사진도 여러장 찍고 동영상도 찍고 했을텐데 그러지 않았다.
기념 사진 한 장만 찍고 집중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공연이었다.
말로만 들었던 쿠바 재즈는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드럼 치시는 분에게 홀딱 반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바나에 있는 내내 올 걸 그랬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공연은 너무나도 아쉽게 1시간만 하고 끝나버렸다.
다음 공연이 또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어나기로 했다.
언제 시작할지도 모르고 시간도 많이 늦어버렸다.
쿠바의 밤은 그리 위험하지 않은 듯 했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할 일이다.
낮에 많이 걸었던 탓에 피곤하기도 했다.
아쉬움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다음을 기약하기 힘들기에 천근만근이었다.
간절한 아련함으로 다시 찾을 날이 올까?
그랬으면 좋겠다.
깊어가는 쿠바의 밤하늘에 그 날을 그리며 소망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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