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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309일] 쿠바의 카리브해
    세계여행/중미 2010 2012. 3.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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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3 . 0 8 . 월 | 쿠바 트리니다드(뜨리니다드) Cuba Trinidad


    트리니다드에서의 삼일째.
    어제 게으름을 많이 부렸으니 오늘은 좀 부지런을 떨어볼까 했지만 쉽지 않았다.
    8시 알람은 가볍게 무시되었다.
    그래도 숙소에서의 아침 식사 시간에는 늦지 않았다.

    부시시한 모습으로 아침을 먹고 씻고 외출 준비를 하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노크를 했다.

    어김없이 집에서 저녁을 먹을 것인지 물어본다.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그러겠노라고 했다.
    라면 보따리 찾는 것을 도와준 그 노고에 대한 고마움은 여전히 유효하다.
    저녁 먹을 곳을 찾아 헤매이는 것도 귀찮다.
    오늘은 어떤 음식을 내놓을지 기대하며 숙소를 나섰다.



    내일 산타클라라(산따끌라라 Santa Clara)로 가는 버스를 예매했다.
    버스표 파는 사무실로 가는 길, 북적였다.
    저렴한 먹거리를 많이 판다는 그 길이었다.
    도착한 날, 그리고 어제 이 길에서 끼니를 떼울까 하고 찾았지만 휑했었다.
    오늘은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고 문을 연 작은 가게들도 많다.

    요일을 짚어보니 오늘은 월요일이다.
    주말은 그렇게 고요해지나보다.
    긴 여행, 요일을 잊고 다닐 때가 많다.



    안콘(안꼰 Ancon)해변에 가기로 했다.
    버스가 11시가 있단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공원의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그리 분주해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을 눈에 담는 동안 고요한 시간이 흘러갔다.

    버스 타는 곳에는 그레이스가 서 있었다.
    우리나라 차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거의 볼 수 없는 미니밴, 그레이스.

    안콘해변에 간단다.
    앞 유리창에는 시간표도 꽂혀 있었다.
    가격도 알아놓은 것과 동일했다.
    그런데 망설였다.
    이런 미니버스가 대중교통인 상황, 한 두번 겪는 것도 아닌데.

    그러는 사이 한 외국인 무리가 허리를 숙여 미니밴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다 자리를 잡은 후에도 자리는 남았지만 접었다 폈다하는 불편한 의자였다.
    또 망설이고 있는데 빨간 색 버스가 나타났다.

    버스에는 Trinidad Bus Tour라고 적혀 있었다.
    버스 다운 버스였다.
    미니밴의 운전기사가 저 버스도 안콘으로 간다며 친절히 알려줬다.

    우물쭈물 망설인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2CUC로 똑같은 가격, 하지만 크고 편한 버스.
    거기다 다른 정류장에서 많은 사람을 태우기 전에 타 앉아서 갈 수 있었다.

    30분을 달린 후 쿠바에서의 첫 해변에 도착했다.


    역시 카리브해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거기다 적절한 배율의 구름이 떠 있는 파란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백사장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모래사장에는 야자수 파라솔이 줄 지어 있었다.
    그 아래에는 흰색 일광욕용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것이 무료라는 것에 또 한번 미소 지으며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싸고 맛 좋은 음식만 곁들여진다면 여기를 천국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수건과 일광욕용 기름을 꺼내고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왔다.
    곧 스노클링을 하러 출발하는데 가지 않겠느냐고 물어왔다.
    배 타고 나가서 하고 장비 포함해서 10CUC(약 13,000원).
    나는 아예 수영복을 가져 오지 않았다.
    라니 혼자 가기로 했다.

    두 명이 더 탔다.
    그 이상은 더 탈 수도 없을 것 같이 작은 배였다.
    그 흔한 모터도 없이 순전히 바람의 힘으로만 가는 배였다.

    카리브해와 태양이 만들어낸 온풍을 타고 점점 멀어져갔다.




    한국에 보낼 엽서를 적었다.
    지인들에게 보낼 안부 메일 내용을 미리 수첩에 끄적였다.
    여유로움과 한가로움에 한껏 젖어들었다.
    한 입 베어문 트윅스가 다른 때보다 더 달달한 것 같다.

    한 시간 반 쯤 흐른 후 라니가 돌아왔다.
    물고기도 산호도 많아 정말 이뻤다며 자랑을 했다.
    그리고는 이미 많이 탄 살갗을 태워댔다.

    점심시간이 지났지만 그다지 허기지지 않았다.
    더없이 편안한 이 곳의 분위기 때문일까?
    그래도 입은 심심해 가져간 오뚜기 라면을 부셨다.
    참 오랜만이다. 스프 뿌리고 흔든 생라면.

    지금 이 곳에서의 평화로움을 저장해 둘 수 있다면
    느끼고 싶을 때 재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3시 15분 버스를 타고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내국인용 화폐로 사 먹을 수 있는 싼 음식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음식을 많이 파는 그 거리는 주말처럼 다시 고요해져 있었다.
    해변에 가기 전인 오전에만 해도 분주했었는데 아쉽게 됐다.

    하는 수 없이 외국인용 화폐로 가격이 매겨져 있는 식당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오이에 양상추 거기에 무려 토마토까지 얹혀져 있었다.
    하긴 아바나에서 먹었던 패티만 들어있던 햄버거의 12배에 이르는 값어치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라니는 쿠바의 수돗물로 쿠바의 모래와 말라버린 카리브해의 소금기를 씻어냈다.
    그리고 아마존의 눈물을 한 번 더 봤다. 재방송인셈이다.

    오프라인 상태로 지낸지 어느새 육일째다.
    멕시코에서 여분으로 받아온 동영상은 다 봐버렸다.
    이제 멕시코로 돌아갈 15일까지는 계속 재방송이다.

    블로그 글도 노트북의 메모장에 써 놓는다.

    인터넷 없이 지내는 세상.
    한시적이고 그리고 미리 알고 왔기 때문인지 그럭저럭 지낼만하다.



    삼일째 숙소에서 먹는 저녁.
    오늘 저녁은 생선요리.
    오늘은 스프 비슷한 것이 나왔다.
    대신 후식이 나오지 않았다.
    메뉴 선택에 나름 신경을 쓴 흔적을 느끼며 맛있게 먹는다.
    그들의 일상적 상차림은 어떤지 자못 궁금해지는 저녁이다.



    10시가 다 되어 갈 때쯤 혼자 숙소를 나섰다.
    어제 갔던 Casa de la Musica로 향했다.
    어제 보지 못한 살사 공연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살사로 유명한 곳이니만큼 꼭 보고 싶었다.
    라니는 어제의 지루함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여전히 그 곳은 깜깜한 밤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북극성 같았다.
    이 동네에서는 나름 밝은 조명이 있고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열심히 흔드는 사람들과 그들을 감상하는 사람들까지.

    살사공연을 기다리며 혼자서 뻘쭘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어제처럼 딱 그런 분위기였다.
    도착하고 얼마 후 라이브연주가 끝났다.
    그리고 씨디로 음악을 틀었다.

    음악은 신났지만 나는 무료했다.
    혼자서 무료함을 감당할 수 있는 시간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쉬움 속에 어둠의 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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