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해따라 세계여행::308일] 꿈이 현실로
    세계여행/중미 2010 2012. 2. 27. 09:35
    반응형


    1 0 . 0 3 . 0 7 . 토 | 쿠바 트리니다드(뜨리니다드) Cuba Trinidad


    간밤에 꿈을 꿨다.
    잃어버린 라면 꾸러미를 되찾는 꿈.

    많이 안타까웠고 정말 간절했지만 꿈에서도 나올줄은 몰랐다.
    꿈이 현실이 될까 아니면 현실은 꿈과 반대일까?
    6시50분에 일어나, 포기했지만 일말의 희망을 버리지 못한채 광장으로 향했다.

    어제 숙소의 주인 아주머니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찾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거의 체념했지만 그래도 없다는 걸 확인해야 확실하게 단념이 될 것 같았다.

    광장에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도착했다.
    트리니다드에 올 때 타고 온 버스가 맞았고 기사 분도 같았다.
    버스에 올랐다. 아, 제발. 꿈이 현실이 되었으면.
    우리가 앉았던 그 자리 위의 선반으로 다가갔다.

    아, 이런!
    우리의 라면 가방이 다소곳이 그 곳에 있었다.
    하마터면 감격에 겨워 기사 아저씨를 안을 뻔 했다.

    이 사실을 빨리 라니에게 전하고 싶었다.
    기사 아저씨에게 고맙다는 말을 쏟아부은 후 달렸다.
    쪼리를 신었고 라면 가방이 덜렁거렸지만 신나게 달렸다.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라니에게 얘기했다.
    혹시라도 정말 만에 하나라도 라면 가방을 찾게 된다면 쿠바를 사랑할꺼라고,
    우리나라와 쿠바가 야구를 해도 쿠바를 응원할거라고...
    그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되찾은 것이 그저 꿈만 같다.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 찾은 라면을 보글보글 끓여먹는 꿈을 꾸었으면 하면서...


    숙소에서 주는 아침을 먹고 다시 잠에 들었다.
    게으른 여행은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시작되었다.
    햇살 가득한 트리니다드를 거닐었다.
    당장 라면을 끓여먹을 수 없지만 더없이 느껴지는 포만감과 함께.




















    .노점에서 빨간 별이 붙은 까만 베레모와 국방색 모자 구입.
    .숙소에 돌아와 개콘 한 편 시청.
    .일기 쓰기.

    아침 먹을 때 주인 아주머니는 저녁을 집에서 먹을 것인지 빠트리지 않고 물어왔다.
    네, 집에서 먹을께요~.

    라면 가방 찾는 것을 도와줘서 많이 고맙기도 했고
    집에서 먹는 게 편하기도 하고 또 어제 먹어보니 맛도 괜찮아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저녁을 먹은 후 방에서 일기 쓰며 시간을 보내다 9시 반,
    살사 공연을 보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야밤의 외출은 나라를 불문하고 극도로 삼가해왔었다.
    초저녁도 아니고 야심한 밤의 외출은 더욱 그랬다.

    하지만 쿠바에서는, 트리니다드에서는 어렵지 않게 발걸음을 떼었다.
    치안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얼핏 듣기로 죄를 지으면 많이 힘든가 보더라.
    그리고 낮에 돌아본 트리니다드는 그저 소박한 시골의 모습이었다.
    밤도 평온하리라 믿으며 나섰다.




    Casa de la Musica.
    살사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이라 했다.

    고요한 길 끝에서 음악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음악을 연주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서 부산하게 다리와 엉덩이 그리고 팔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만큼의 많은 사람들이 계단에 앉아 술을 홀짝이며 음악을 듣고 춤사위를 구경했다.

    그 사이 빈자리에 앉았다. 분주한 웨이터를 불렀다.
    술을 잘 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그냥 앉아 있기엔 밍숭맹숭해 모히토(모히또 Mojito)를 주문했다.

    음악에 맞춰 사람들이 끊임없이 다소 방정스러운 살사를 춰댔다.
    30분쯤 흘렀을까 라이브 연주가 끝이 났다.
    하지만 음악은 계속 흘러나왔고 아마추어들의 춤은 계속 되었다.
    기대했던 전문 댄서들의 공연은 아무리 기다려도 시작되지 않았다.



    먼저 다녀간 분의 블로그에서 공연을 봤다는 글을 읽었고
    가이드북에도 분명 살사댄스쇼를 한다고 적혀있어 적잖이 기대를 하고 왔다.
    좀 있다 하려나 싶어 계속 기다렸다. 라면을 찾았을 때처럼 기대를 버리지 못했다.

    어느새 11시가 넘었다.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오늘은 공연이 없는 날인가? 아니면 오기 전에 이미 했던건가?
    비전문가인 우리가 보기엔 비슷한 동작이 무한 반복되고 있는 것 같은 아마튜어들의 춤은 지겨워졌다.

    엉덩이를 탈탈 털고 일어나 살사의 언덕을 내려왔다.
    점점 멀어지는데 그 곳에서 트럼펫 연주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젠장. 공연을 시작한건가. 되돌아가볼까 생각도 했지만 이미 많이 떨어진 흥미가 발길을 돌려세우진 못했다.





    숙소 근처의 광장에서는 여전히 젊은이들이 몰려있었다.
    질 나쁜 스피커가 찢어질새라 크게 음악을 틀어놓았다.
    야외 클럽? 이 동네 청년들은 다 모인 것 같았다.


    여전히 '혁명'이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은 쿠바의 젊은이들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봤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