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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따라 세계여행::305일] 쿠바에서 '먹고' 살기세계여행/중미 2010 2012. 2. 7. 09:00반응형
1 0 . 0 3 . 0 4 . 목 | 쿠바 아바나 Cuba Habana
> 3월4일 ①
카리브해와 방파제를 옆에 두고 한참을 걸었다.
소지섭이 광고 속에서 멋지게 걸어 우리에겐 더 유명한 말레콘(말레꼰 Malecon).
광고 속의 분위기를 느껴보려 했지만 약간 부족함이 있었다.
달리 소지섭이고 달리 광고겠나.?
그래도 나름의 분위기는 살았다.
화창한 날씨 속에 왠지 모르게 쓸쓸한 듯 하면서도 뭔가가 그걸 또 채워줬다.
걸을수록 그 맛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걸을 때마다 다른 맛이 느껴질 것 같은 길이다.
한참을 걸어 Hotel Nacional이 나타난 곳에서 말레콘 걷기는 마무리를 했다.
아바나의 신시가지격인 베다도(Vedado)쪽으로 들어섰다.
높다란 빌딩은 많지만 마땅한 식당은 잘 못찾겠다.
길거리 음식으로 대충 때운다.
기대도 안 했지만 역시나 간결한 햄버거.
채소 없이 패티만 달랑 들어앉은 햄버거.
이런 햄버거를 어디가서 또 먹어볼 수 있을까?
소스 살짝 뿌려놓은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먹은듯만듯한 느낌으로 드디어 그 아이스크림집으로 향했다.
코펠리아(꼬뻴리아 Coppelia)라는 이름의 아이스크림 집 앞은
듣던대로 줄을 선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은 물론 지금까지 그 어떤 음식을 먹기 위해 이렇게 긴 줄을 서 본 적이 없다.
도대체 이 집의 아이스크림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길래 이렇게 줄을 서야만 하는 것일까?
그것도 평일 한 낮에... 기대와 호기심에 줄 서 있는 것이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들었던 것보다는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다.
4인용 사각테이블로 인도되었다.
쿠바 사람 둘과 함께 테이블에 앉았다.
커플. 아마도 연인인 듯 했다.
특이하게도 물이 먼저 나왔다.
첫번째는 물을 주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지난 열 달 동안 여러 나라의 수많은 식당에 가 봤지만 우리나라처럼 물을 기본으로 주는 곳은 흔치 않았다.
두번째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물을 먼저 내어주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한 접시에 다섯 스쿱. 5CUP. 대략 270원쯤.
세번째로 신기한 것은 우리처럼 한 접시만 주문한 사람이 드물다는 것.
우리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커플은 다섯 접시를 시켰다.
다른 테이블을 둘러보니 어느 아저씨는 세접시를 앞에 두고 있었다.
마치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오늘만을 기다려왔다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대단하고도 특별한 아이스크림도 아니었다.
베스킨라빈스나 하겐다즈에 비하면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아이스크림.
부페집 한 켠에 놓여진 아주 저렴한 맛이었다.
쿠바는... 의문투성이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나와 Hotel Nacional.
.호텔 뒷뜰, 바다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 휴식.
.바람이 많이 불어 쌀쌀. 호텔 로비 잠깐 둘러보고 화장실.
.버스 탈까 하다가 너무 사람 많아 다시 걸어서 구시가지로 복귀.
야구 좋아한다더니..
오전에도 길에서 야구 놀이 하는 아이들을 봤는데
오후에도 그런 아이들을 만났다.
오전의 아이들은 그래도 글러브도 끼고 공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아이들은 가는 막대기 하나와 페트병 뚜껑이 전부였다.
한 아이가 그 작은 페트병 뚜껑을 던지면 그걸 친다.
헛스윙 혹은 쳤는데 던진 아이가 바로 받아내면 공수교대.
잘 쳤고 던진 아이가 받아내지 못하면 계속 공격.
페트병 뚜껑도 작을 뿐더러 방망이도 페트병 뚜껑 지름만큼이나 가늘었다.
그걸로 어떻게 그걸 쳐낼까 싶어 쳐다보고 있는데 깜짝 놀랬다.
방망이 휘두르는 자세도 예사롭지 않고 그 작은 것을 잘도 쳐냈다.
쿠바가 야구 강국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 고사리 손에 글러브를 끼워주고 배트를 쥐어주고 싶었다.
Barrio Chino de la Habana. 아바나 차이나타운.
먹는 건 정말 사는 데 큰 문제다.
별 맛은 없지만 그래도 그나마 나은 것이 길거리 볶음밥인 듯 했다.
숙소에 가져와서 한번 더 볶으면 따뜻해지고 '생'숙주도 익혀져 그럭저럭 먹을만할 것 같았다.
하지만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노점의 볶음밥은 어제 먹은 것보다 더 부실해 보였다.
지나치고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혼자 다시 나섰다. 어제의 그 볶음밥 노점을 찾아.
한참을 걸어갔는데 없었다.
오늘 볶아 가지고 나온 밥은 다 팔았나보다.
차이나타운에도 CUP로 살 수 있는 싼 볶음밥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 너무 많이 걸어 다리가 많이 아팠다.
하는 수 없이 생수만 하나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의 다른 한국분들과 저녁을 어떻게할까 함께 고민했다.
그런 와중에 어느 일본분이 보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것을 사왔다.
모두들 굶주린 하이에나들 마냥 눈을 반짝였다.
위치를 물어보고 다같이 몰려나갔다.
뭐...
볶음밥처럼 그랬다.
보기는 맛있어 보였지만 맛은...
내일은 돈을 좀 들여 제대로 된 걸 사먹어야하나...
.란은 다른 한국여자분들과 담소.
.나는 사진 정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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