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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97일] 여인의 섬
    세계여행/중미 2010 2011. 12. 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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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2 . 2 4 . 수 | 멕시코 칸쿤(깐꾼) Mexico Cancun


    숙소에서 주는 아침을 먹고 씻고 나오니 비가 주륵주륵 내리고 있었다.
    밥 먹을 때, 흐리긴 해도 비만 안 오면 좋겠다 했었는데...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매력이 있다지만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곳이므로 
    비가 오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갈까 말까

    내일 날씨는 확인해 보지 않아 모르고
    비 안 오는 날씨만 고르고 있을 수는 없으므로
    작은 갈등 끝에 나서기로 했다.

    여인의 섬, 이슬라 무헤레스(Isla Mujeres)로..





    인터넷에서 미리 알아봤다.
    여인의 섬으로 가는 배를 타려면 어디서 몇 번 버스를 타야하는지.

    버스터미널 건너편 정류소에서 R-1을 기다렸다.
    옆에 있던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어디 갑니까?
    푸에르토 후아레스(뿌에르또 후아레스 Puerto Juarez)요.

    저기 거기로 가는 버스가 온다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건 우리가 보통 버스라고 칭하는 차가 아닌 봉고라 인식하고 있는 차였다.
    R-1이라는 표식도 없었다.

    가까이 다가오는 미니밴 앞 유리창에는 Puerto Juarez라 적혀 있었다.
    기사에게 재차 확인도 했다.

    말도 잘 안 통하고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곳.
    확실해도 버릇처럼 두 번 세 번 되짚게 된다.

    1인당 5.5페소를 타고 허리를 숙여 미니밴에 올라탔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방금 10시 출발 배가 출발한 상태.
    10시 반 배 표를 끊고 우중충한 구름이 이쁜 바다색을 먹어버린 카리브해를 내다 봤다.

    기다리는 동안 그쳐 반색하기도 잠시,
    배를 타기 위해 나서니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진 이쁘게 안 나오는 흐린 날씨라도 좋으니
    제발 비만이라도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배에 올라탔다.







    배의 유리창을 적셔내는 빗방울의 갯수가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배는 대략 20여분만에 여인의 섬, 이슬라 무헤레스에 도착했다.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비가 내렸다.
    하는 수 없이 선착장에서 잠시 대기.

    작은 섬.
    선착장 인근에는 스쿠터와 골프장에서 쓰는 작은 카트를 빌려주는 집들이 성행하고 있었다.
    비가 오락가락 하니 스쿠터는 안 되겠고 골프 카트는 1시간에 15달러라는 안내를 보고 잠시 주춤했다.

    작은 섬.
    그까이꺼 그냥 대충 걸어다녀도 되지 않을까?
    지난 9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걷는 것에는 아주 이력이 났다.
    비가 잦아들었고 일단 선착장 주변을 배회하며 생각해 보기로 했다.





    마침 걸어간 선착장 반대편 바닷가에는 산책로 같은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인적 드문 길, 구름으로 가득 덮힌 하늘,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날.
    스산한 분위기 속에 카리브해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바닷가 길은 끝이 났다.
    차가 다니는 도로로 내려왔다.
    처음 출발한 선착장이 있는 섬의 북쪽으로 돌아가야할지,
    아님 이대로 남쪽으로 향할지 선택을 해야했다.

    끝없이 들이닥치는 선택.
    우리는 살아가면서 도대체 몇 번의 선택을 하는 것일까?



    작은 섬.
    조금만 걸으면 백사장이 있는 해변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정확한 지도도 정보도 없으면서 괜히 그럴 것 같았다.
    골프 카트는 잊고 걷기로 했다.



    비는 야속하게도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며 약을 올려댔다.
    비에 젖은 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쪼리도 발도 조금씩 젖어갔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든 상관없이 어김없이 돌아오는 점심시간을 맞았다.

    양철판을 가볍게 올려놓은 가건물 같은 식당에서 단촐하게 점심을 해결했다.
    그리고 또 걸었다.





    조금 걷다 보니 벽에 섬의 지도가 크게 그려져 있었다.
    서쪽 편에 보니 티뷰론(Tiburon)이라는 낯익은 이름을 가진 해변이 있었다.
    지도를 카메라에 담고 그 해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골프 카트에 앉아 지도를 보는 이들이 살짝 부러웠지만 게의치 않고 걷기로 했다.
    이젠 빌리고 싶어도 빌릴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므로.



    한참을 걸었다.
    우중충한 날씨, 그리 놀라움을 주지 못하는 풍경, 우산을 몇 번이나 뒤집은 쎈 바람.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발걸음을 더욱 힘들게 했다.

    그러다 드디어 지도에서 보았던 갈림길이 나타났다.
    그리고 반가운 표지판도 있었다. Playa Tiburon →.
    친절하게 거리도 표시해 주면 더 희망적으로 걸을 수 있으련만.
    아쉽지만 이제 다 왔다 싶어 힘을 내었다.




    국립수산연구소에 들렀으나 우린 해변 찾기에 꽂힌 상태라 관심이 가질 않았다.
    더구나 거북이관찰 비슷한 것에 상당한 입장료를 부과하고 있어 입구까지만 갔다가 돌아나왔다.
    다시 걷던 길로 나왔다.

    우리처럼 걷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상어(Tiburon)해변은 어디냐며 투덜대는 사이 골프카트가 몇 대 스쳐지나갔다.
    잘못된 선택의 연속이었음을 확인하며 걸었다.

    호텔, 레스토랑을 지났다.
    그리고 돌고래랑 같이 수영할 수 있다는 곳에까지 이르렀다.
    더 이상 갈 곳도 없고 갈 힘도 의지도 없었다.

    마지막 희망으로 '돌고래랑 같이 수영할 수 있다는 곳'에
    들어가 바닷가쪽으로 나갈 수 있는지 물었다.
    혹시나 싶어 물었는데 역시나 입장권을 구입해야한다는 답을 들었다.

    카메라에 담아 놓은 섬 지도 사진을 다시 확인했다.
    상어해변은 국립수산연구소을 지나 조금만 걸어가면 되는 곳이었다.
    돌고래와 같이 수영할 수 있는 여기는 상어해변을 지나 한참을 더 걸어야 하는 곳이었다.

    조금만 가면 나오겠지, 나오겠지 하며 지도는 확인도 하지 않고 걸은 게
    잘못된 선택의 연속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지핀 꼴이 되었다.



    왜 그 놈의 상어해변에는 작은 간판도 하나 없었을까?
    다시 걸어 돌아가 확인하고 싶은 오기도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더 이상 오기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마침 '돌고래와 같이 수영할 수 있는 곳' 앞에는 택시 몇 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친절하게 목적지별 요금표도 걸려 있었다.
    작은 섬이지만 선착장의 거의 반대편 아래까지 걸어내려온 탓에
    요금이 꽤 많이 나오는 축에 속했다.

    그나마 골프카트를 빌린 것 보단 적게 나온다는 걸 위안으로 삼으며 택시를 탔다.
    걸을 때는 꽤 길고 먼 거리였지만 차로 가니 금방이었다.
    그렇게 편하게 차를 타고 가는데 눈에 익은 단어가 적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Playa Tiburon.
    어처구니 없게도 그 간판이 서 있는 곳은 진작에 지나쳐 온 레스토랑이었다.
    그리고 더 어처구니 없게도 택시를 타고 가는 방향으로만 간판이 서 있었다.
    그러니까 걸어올 때는 그 간판이 보이지 않았다.
    혹 뒤돌아 보았다면 보았겠지만 우린 앞만 보고 걸었다.

    앞만 보고 내달릴 것이 아니라 가끔은 뒤도 돌아볼 줄 알아야한다는 
    교훈을 엉뚱한 상황에서 아로새기며 택시 좌석에 푹 기댔다.



    힘들게 걸었던 길을 택시는 너무 쉽게 그리고 빨리 달렸다.
    처음 도착한 선착장을 지나 택시가 닿은 곳은 북쪽 해변(Playa Norte).

    택시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니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묘한 빛을 내고 있는 바다가 나타났다.
    그런 바다 곁을 거닐자니 이렇게 좋은 곳을 놔두고 괜한 헛거름을 하고 온 건 아닌가 하는 후회도 살짝 들었다.
    걸었던 길의 풍경이 인상적이고 아름다웠다면 그래도 덜 아쉬웠을텐데...

    파도에 발을 담그고 아쉬움을 씻어내고 기분을 전환해 보려 했지만 금새 물러나야했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여인의 섬은 우리와 인연이 별로 없는가 보다.









    3시에 뭍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기로 하고 선착장으로 향했다.
    선착장 앞에는 커다란 지도가 있었다.
    또 한번 아쉬움이 밀물처럼 들이닥쳤다.

    거기다 배 탈 시간이 다가오자 하늘이 서서히 개이기까지 했다.
    정말이지 2010년 2월에 찾은 여인의 섬은 우리와 인연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절감하며 섬을 떠났다.
    누군가는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갔을 섬을 우리는 궂은 날씨 속에 아쉬움만 가득 안고 떠난다.










    헤매이다 들어간 식당. 맛은 그저 그렇고 가격은 비싼. 거기다 세금 따로 붙고 팁까지 요구.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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