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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 농가주택 리모델링 1] 멀고 길었던 '찾기'
    제주/생활 2011. 10. 2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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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서울에 살면서 제주도의 집을 알아보는 것 보담
    제주도에 살면서 찾아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도배만 하면 별다른 수리 없이 들어가 살 수 있는 년세집을 구해 이사를 했다.
    관광객에서 제주도민이 되었다. 바랐던 일이지만 신기했다.




    5월
    여름이 오기 전에 집을 구했으면 싶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농가주택, 시골집.
    작년부터 찾는 사람이 많아졌단다.
    마음에 살짝 드는 집도 있었지만
    집 찾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으므로
    조금 더 보고 선택하기로 했다.




    6월
    집을 구하지 못한 채 여름을 맞고 말았다.
    원했던 거보다 조금 좁기는 했지만 살고 싶은 집이 나타났다.
    위치도 집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큰 하귤나무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한발 늦었다.
    눅눅한 장마철. 마음에도 제습기가 필요했다.




    7월
    인터넷의 부동산 사이트나 교차로, 제주오일장 같은 정보지를
    뒤적거릴 일은 7월부터 없었으면 했었다.
    언제나 그랬고 그렇듯 현실은 녹녹치 않다.

    이런 저런 집들이 나타났지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8월
    시간은 너무 잘 지나갔다.
    뜨거운 여름을 맞아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에 살면서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마음 한 구석 풀지 못한 숙제를 안고 있는 바람에...

    집은 참 마음에 들었지만 부담스런 금액 때문에 덥썩 물지 못했던 집이 있었다.
    5월에 봤던, 이사 오고 얼마 안 됐을 때 봤던 집이 여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덤비기로 결정하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하지만 주인은 '매도철회'를 선언해버렸다.
    8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9월
    가을에는 말끔하게 고친 제주도의 돌담집에 이사하고 싶었다.
    마당도 있고 텃밭도 있고 손님을 받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한 '우리집'에서 가을을 맞고 싶었다.

    늦었지만 마음에 드는 집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도 우리의 연이 닿는 곳이 아니었다.

    세들어 사시는 분이 그 집을 사겠다며 나서버렸다.

    추석 전에는 계약을 하고 고향을 다녀왔으면 좋겠다고 보름달이 되어가는 달에게 바랐다. 
    소원풀이가 늦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마음을 끄는 집이 등장했다.
    다 좋은데 딱 한가지 크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 다른 이가 채어갔다.

    정녕 이 섬에는 우리와 인연을 맺을 집이 없는걸까? 절망하는 동안 또 다른 집이 나왔다.

    마음을 뒤흔드는 집은 아니었지만 다른 방향, 다른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조건이었다.




    10월
    우리 품으로 넘어오는 과정은 더디게 진행되었다.
    안 좋은 관점으로 보자면, 뭐하나 개운한 게 없었다.
    그래도 그렇게 애타게 구하던 까만 현무암 돌담집이 드디어 생겼다.
    제주도에 이사온지 6개월, 반년만에...

    넘어야할 크고 작은 오름이 앞길에 놓여있지만
    즐겁게 천천히 조곤조곤 넘어가 보기로 한다.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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