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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55일] 불쑥! 피츠 로이
    세계여행/남미 2010 2011. 8. 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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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1 . 1 3 . 수 |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엘 깔라빠떼) <-> 엘 찰텐(엘 찰뗀)
    1 0 . 0 1 . 1 3 . 수 | Argentina El Calafate <-> El Chalten


    오늘은 어제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
    새벽 3시 반. 왠지 일찍 일어났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시각이다.
    어젯밤에 늦게 저녁 해 먹고 도시락 준비하느라 느즈막히 잤으니 잠시 눈 붙였다는 게 더 맞는 듯 하다.

    오늘까지 린다 비스타에 머무를 수 있는데 마침 후지민박에 자리가 났다.
    후지민박에는 확실한 예약시스템이 없었고 먼저 찜하는 게 임자인 듯 해
    그 꼭두새벽에 밀수라도 하는 것처럼 배낭을 후지민박에 옮기고 숙박부에도 이름을 남겼다.
    렌터카가 있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모든 것이 잠들어 있는 새벽부터 부산을 떨고
    드디어 피츠 로이(Fitz Roy)가 있는 엘 찰텐으로 떠났다.

    렌터카가 있으므로 좀 더 여유있게 천천히 출발해도 될 일이었지만
    치밀하게 계획을 짜지 못한 탓에 오늘 낮에 차를 반납해야했고
    그 시간에 맞추다 보니 서둘러야 하게 되었다.

    얼마 못 잔 탓에 졸음이 밀려왔다.
    어제 모레노빙하 보러 다녀올 때도 운전을 하고
    오늘도 운전대를 잡고 있는 운전병 출신의 상학에게
    미안해 잠들지 않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엘 찰텐.



    2시간 반 쯤 걸려 엘 찰텐에 도착했다.
    차를 대고 어젯밤에 미리 만들어 놓은 샌드위치를 나눠 먹었다.
    배가 불러오니 졸음이 더 밀려왔다. 거기다 밖은 너무 추웠다.
    딱 나가기 싫은 조건이었다. 앉아서 불편하게 자야해도 차에서 한숨 졸고 싶었다.

    서로를 다독이며 겨우 차문을 열고 피츠 로이를 향해 나섰다.
    우리처럼 일찍 트레킹을 시작한 이들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한참 따라 가다 그들 무리에서 가이드로 보이는 이가 이정표 앞에서
    설명을 하는데 유심히 살펴보니 그 곳은 우리가 가려고 했던 경로가 아니었다.

    이 길이 아닌가벼.
    무거운 발걸음으로 적잖이 걸어왔는데,,, 맥이 쪽 빠졌다.
    지도를 다시 살펴보니 주차장을 잘못 찾은 거였다.



    피츠 로이 코스 (Sendero al Fitz Roy).


    지점별 소요시간. 마지막 호수까지는 왕복 8시간.


    준형은 이미 이 곳을 다녀간 탓에 다른 빙하를 보러가고 넷이서만 왔다.


    한참을 바라보고 앉아 있어도 물리지 않는 풍경. 





    엽서 속에 뛰어 들어온 것 같은 느낌으로
    우리나라와는 또 다른 풍경에 감격해가며 열심히 걸었다.

    경사진 곳을 지나 평탄해진 길에서 가쁜 숨을 고르며
    일렬로 줄지어 걷고 있는데 갑자기 내 뒤에서 짧은 외마디 비명이 일어났다.
    아!

    라니였다. 놀라 돌아보는데 발목을 부여잡으며 주저 앉고 있었다.
    선두의 상학과 두번째의 나는 그냥 지나친, 작게 패인 곳에 발을 디뎠고 그만 발목이 접질려버린 것.

    얼마나 다친걸까? 조금 쉬면 괜찮아지는 정도일까, 아니면 심각한걸까?
    당장 병원에 가야 한다면 이미 많이 올라온 이 산길을 어떻게 내려가야할까?
    같이 온 이 친구들은 또 어떡해야하나? 라는 오만가지 생각이 순간 한꺼번에
    스쳐지나가지는 않았지만 무척 당황스러운 것은 분명했다.

    일단 앉아서 안정을 취하고 발을 잡고 천천히 돌려봤다.
    통증이 있기는 했지만 죽을 만큼 아픈 건 아니였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심각한 것은 아닌 듯 했다.
    조금 더 쉬었다가 일어나 천천히 걸음을 떼어 보았다.
    처음에 조금 절뚝거리긴 했지만 걸을만 하다며 어서 가자고 했다.

    십년감수했다.



    피츠 로이 전망대(Mirador Fitz Roy). 구름으로 가리고 살짝만 보여주는 예고편.


    제발 집에 가기 전에 깨끗하게 걷혀다오.




    이 곳에 왔으면 그래도 토레스호수(Laguna de los Torres)까지 가서
    목을 꺾어 피츠로이를 올려다 봐야 보람찬 하루가 되겠지만,
    우리는 주어진 시간 때문에 거기까지 다녀오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았다.
    일단 모드레 이 이하(Modre e Hija)라는 이름의 전망대까지만 가기로 했다.

    이제 좀 쉬었으면, 점심을 먹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
    아마도 저 높은 봉우리의 눈이 녹아 흘러내려왔을 개울이 나타났다.

    어젯밤 열심히 주무른 참치주먹밥을 나눠먹었다.
    그리고 우리는 전의를 상실했다.
    처음에 길을 잘못 들어서서 그리고 중간의 작은 사고로
    시간을 보내 늦어졌기도 했고 힘이 부치기도 했다.

    선명하지는 앉지만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피츠로이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하산했다.




    카프리호수(Laguna Capri).







    수동운전을 할 줄은 알지만 완전히 익숙하지는 않아
    가급적이면 운전대를 잡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상학이에게만 계속 운전을 맡기는 것이 미안했다.

    서울과 같은 복잡한 시내운전은 없으므로,
    오히려 지나가는 차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운 길이므로,
    최고단수를 넣고 그냥 달리기만 하면 될 것이므로
    엘 칼라파테로 돌아가는 길은 내가 운전하기로 했다.

    아쉬움 속에 엘 찰텐을 빠져 나와 한참 달리다 무심코 바라본
    차창 밖 거울에 장대한 피츠로이의 전경이 담겨져 있었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거친 산세속에 불쑥 솟아올라 있는 뾰족한 봉우리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숨겨진 힘을 보여주는 듯 했다.
    어제의 빙하에 이어 연달아 품게 되는 압도당하는 느낌,
    중독적이다.





    어제 오늘 새벽에 운전하느라 피곤한 운전병 출신 상학.

    달리고 달려도 크게 변하지 않는 풍경은 졸음을 몰고 왔다.


    .마트에서 장 본 후 라니와 연정은 후지민박에 내려주고 나와 상학은 주유 후 차 반납.
    .날씨가 좋지 않아 빙하 투어를 하지 못한 준형 만나 린다 비스타에서 세탁기 옮기는 일 도와드리고 후지민박행.
    .닭백숙과 닭죽.
    .위 아래 구분 없는, 긴장감 200% 눈치 게임해서 설겆이 당번 정하기.
    .렌터카, 식비 등 공동 경비 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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