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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09일] 사막 속 오아시스 마을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5.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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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1 1 . 2 8 . 토 | 페루 리마 -> 와카치나(와까치나) , Peru Lima -> Huacachina


    "소유스(Soyuz) 버스터미널로 가 주세요."

    어제 리마 시내 구경하며 봐 둔 버스회사의 터미널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그런데 왠지 가는 길이 다른 듯 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갔던 그 터미널이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같은 회사.

    어제 갔던 터미널 보다 훨씬 깔끔하고 번듯한 건물에는
    분명 Soyuz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참 별나다.
    버스회사별로 터미널이 따로 있질 않나,
    같은 버스회사인데 터미널이 따로 있질 않나,
    거기다 같은 행선지인데 가격도 달랐다.
    어제 갔던 곳보다 무려 10솔(4,100원)이나 비쌌다.
    다시 택시를 타고 어제의 그 터미널로 갈까 고민하다 그냥 접고 10시10분 출발 버스를 탔다.
    > 버스표



    남미의 버스에서만 벌써 두 번이나 봤던 테이큰을 오늘 또 보았다. 다행인 건 또 봐도 그렇게 물리지 않는다는 것.



    와카치나라는 곳으로 간다.
    검색하다가 발견했다.
    사막으로 둘러쌓인 초소형 마을이었다.
    가운데 작은 호수가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다.
    사진으로 보면서도 정말 저런 곳이 있나 싶은 곳이었다.

    사막은 이미 여행 초반 나미비아에서 갔었지만 오아시스는 보지 못했다.
    오아시스 하면 사막 깊숙한 곳에 자리해 더위와 모래에 지쳐갈 때 쯤 나타나는 신기루 같이 여겨진다.
    하지만 와카치나는 이카(Ica)라는 도시에서 택시를 타면 금방 닿는 곳에 있었다.


    리마를 벗어나자 정말 사막이 바다를 옆에 두고 펼쳐졌다.
    페루하면 안데스산맥만 생각했지 사막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다.
    버스 안에서 스페인어로 더빙된 테이큰이 상영되는 동안
    버스 밖에서는 삭막한 풍경이 계속 이어졌다.




















    다섯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이카에 도착했다.
    잔뜩 흐리고 바다가 만들어낸 듯한 안개에 휩싸여 찬 기운이 돌던 리마와 달리 후끈거린다.

    3시다. 휴게소도 없는 고속도로를 달려오느라 점심을 먹지 못했다.
    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건물에 들어갔다.
    꽤 커서 푸드코트처럼 여러 음식점이 들어서 있을 줄 알았는데 하나의 식당이었다.
    '닭반마리+감자+샐러드+콜라'를 주문했다. 24페소(9,900원).
    토요일이라 그런지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종업원들이 분주할만큼 사람이 많다.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와카치나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3륜 3인승 택시.
    그 작은 차에 우리 둘이 타고 큰 배낭 2개, 작은 배낭 2개를 쑤셔넣었다.
    염려와는 달리 차는 그런대로 속력을 내었다.










    과연 그 곳에는 사막으로 폭 둘러싸인 마을이 있었다.
    사진으로만 봤고 사진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일단 숙소부터 잡았다.
    그리고 라니는 갈등했던 버기투어 신청을 했다.

    버기(Buggy)투어는 독특한 모양새를 한 4륜자동차를 타고 사막을 헤집고 다니며
    샌드보드(Sandboard)를 타는 것인데 나는 가지 않기로 진작에 마음을 정했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반년전의 일이다.
    이번 여행의 초반, 아프리카의 나미비아에서 4륜 오토바이를 타고 사막을 돌다가
    오토바이가 뒤집어 지는 바람에 어깨를 심하게 다친 적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레저 스포츠를 즐겨 하지 않는데다 그 때의 부상으로 한달동안
    휴유증에 시달렸던 아픈 기억이 더해져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 때 엎드려서 샌드보드를 타 턱을 다쳤던 일행도 기억에 떠 올랐다.

    그 때문에 라니도 고민했다.
    어떤 이들에겐 버기투어가 이 마을에 오는 이유일만큼
    이 마을의 핵심 이벤트이니 가고는 싶은데 온통 외국사람들 뿐인 투어에 혼자 가자니 흥이 덜 나고...




    그랬는데 참 고마운 인연이 나타났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우리 바로 앞에 한국사람이 있었다.
    발랄한 여학생. 마침 짐 풀고 바로 버기투어 떠날 것이라 했다.
    라니도 급하게 신청을 하고 함께 사막의 모래를 나르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나도 사막에 발을 담궜다.
    겉은 뜨겁지만 속은 차가운 모래.
    내가 밟는 것이지만 오히려 빨아들이는 것 같은 모래.

    그런 모래를 밟고 사구를 오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만
    발바닥에서 발등으로 이어지는 모래가 주는 묘한 느낌에 계속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바싹 말라있는, 밀가루보다 아주 조금 굵은 듯한 고운 모래가 발등을 점령하고 발목까지 차 오를 때의 느낌,
    나미비아의 듄45를 떠올리게 하고 앞으로 언젠가 가게 될 다른 사막을 기대하게 한다.

    라니 대신 멍멍 한 마리와 사막을 열심히 올랐다.
    헉헉대는 나를 자꾸 앞서나가는 녀석, 이 동네에 살아서 그런지 사구를 아주 우습게 오른다.
    뜨거운 햇빛을 피해 그늘에서 뻗어있기에는 너무 심심했던가 보다.

    끝까지 올라가지는 못하고 최대한 높이 올라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사진 속에만 존재할 것 같았던 오아시스 마을을 사진으로 담았다.


















    사막을 질주하는 버기(Buggy).










     





    마지막에만 이렇게 걸어올라오고 매번 차가 밑으로 내려가서 태워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 편하게 탔다고...





    사막의 모랫바람과 함께 돌아온 라니, 버기투어는 대만족이었다며 한껏 신이 나 있었다.
    롤러코스터처럼 거침없이 사막을 오르내리는 버기 타기도 재미있었고,
    엎드려서 타는 스노보드도 스릴 만점이었다고,
    안 갔으면 어쩔뻔 했나 싶을 정도로...
    미련 남지 않게 즐겁게 잘 다녀와서 다행이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사막을 즐기고 사막의 매력을 다시 맛 본 와카치나에서의 오후였다.



    .부기투어 45솔, 세금 3.7솔.
    .숙소에서 예약해 숙박비 5솔 할인.
    .도착하자마자 바로 출발하는 투어를 예약하느라 가격비교를 해 보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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