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따라 세계여행::숙소] 배신의 댓가 | 이스터섬 체 세실리아

시골 버스터미널만큼 아담한 이스터섬 공항의 도착 대합실에는

한쪽에 짐이 나오는 레일까지 있어서 더 좁아보였다.

반대쪽에는 'ㄱ'자 모양으로 숙소안내부스가 있었다.

우리처럼 예약을 하지 않고 온 여행자들을 위한 코너였다.

이 집 저 집 둘러보며 가격을 물어보고 시설을 확인했다.

어느 집은 사진첩까지 만들어 가지고 나왔다.

고민하는 사이 하나 둘 손님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1인당 7,500페소에 방에 화장실이 같이 있고 아침까지 주는 집으로 결정하고 공항 건물에서 나왔다.

차에 짐을 싣기 위해 기다리는데 바로 옆에서 손님을 태우고 있던 아줌마가 

1인당 5,000페소짜리 방이 있다며 꼬득였다. 

원래 가려고 했던 집 주인 아주머니께 미안하다 하고 그 집 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그건 완전 실수였다. 

싼 가격에 너무 혹해버렸다.

가격을 얘기하면서 '위'에 어쩌고 저쩌고 했는데 귀담아 듣지 않았었다.

그 '위'는 바로 그 방이 다락방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건 다락방이 아니라 그냥 다락이었다.

세모꼴 지붕에 작은 창이 나 있는 아담한 크기, 

약간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하는 그런 분위기 좋은 그런 다락방이 아니라

기어 다녀야할 만큼 낮은, 그냥 지붕과 천장 사이의 공간이었다.

거기에 매트리스를 놔두고 방이랍시고 내 주는 거였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곳에서 4박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른 방이 있는지 물어봤더니 더블침대가 있는 방을 보여 주며 1인당 1만페소를 불렀다.

아침도 주지 않고 화장실도 다른 이들과 같이 쓰는데 처음에 가기로 한 그 집보다 더 비쌌다.

 

제대로 걸려들었다, 싶었다.

배신한 댓가인가.

다른 숙소들을 알아보려면 배낭을 메고 제법 걸어나가야 해

바로 뛰쳐 나가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일단 쑥쑥한 더블룸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도 아까운 방에서

하루만 자기로 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왔다.

숙소 근처에 안내소가 있었지만

비가 와서 문을 닫았다는 메모만 덩그러니 걸려 있고 아무도 없었다.

가이드북도 없고 공항까지 걸어갔더니 우리가 타고온 비행기가 마지막 편인지

공항에는 청소하시는 분만 있고 아무도 없었다.

공항 근처에 숙소를 하나 발견해 찾아갔지만 호화호텔.

숙소로 가는 길에 공식 유스호스텔을 만나 들어가봤지만 만석.

다음 날, 이스터섬에 오기 전에 인터넷에서 본 마르타 아줌마네를 

여기저기 물어 찾아다녔지만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다른 숙소를 하나 더 찾았지만 거긴 더 비쌌다.

결국, 숙소 옮기기는 포기하고 이스터섬 즐기기에 전념하기로 했다.

- 칠레 이스터섬 Chile Easter Island

- 체스 세실리아 (Chez Cecilia)
- 09년10월17일~10월21일 (4박)
- 2인실 (공용 화장실/샤워실 사용)
- 20,000페소/일 (약 43,800원)


* 여행 당시의 환율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