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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 흥부네
    여행/제주도 2010 2010. 8. 13. 22:00

    1 0 . 0 6 . 1 8 . 금 ~ 0 7 . 0 3 . 토


    언젠가부터 제비를 보지 못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지냈다.

    제주도에서는 여느 시골에서와 같이 새들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일어났다.
    참새, 제비, 까치는 기본이고 난생 처음 들어보는 새소리도 많았다.

    그리고, 어느 날 짹짹거리는 소리에 머리를 들어보니 처마에 제비집이 지어져 있었다.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바로 위에 있어 집을 드나들때마다 눈에 들어와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평소에는 인형처럼 가만히 정말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다가
    어미새가 먹이를 물고 나타나면 힘껏 입을 벌리고 목을 있는대로 다 빼서는 짹짹거렸다.
    정말 목이 빠지도록 어미를 기다린 것 같았다.

    처음에는 간신히 노란 부리들만 보이더니
    몇일 지나서는 머리 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자라났다.

    또 몇일이 지나서는 집이 비좁아 보이기 시작했다.
    아주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새끼 한마리가 둥지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걸 발견했다. 정말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이쑤시개 보다 더 가는, 다리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가는 다리로 둥지를 꽉 붙잡고 있었다.
    이대로 나뒀다가는 얼마 못가 떨어질게 분명한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새끼는 체온유지가 중요하다 해서 긴급히 인공둥지 제조에 돌입했다.
    때마침 버리지 않고 놔뒀던 스티로폼을 상자 안에 넣고 그 위에 화장솜을 깔았다.
    그리고 물을 데워서 생수병에 넣어 둥지에서 부대끼며 나눴을 형제자매의 체온을 대신했다.

    핀셋으로 카스타드를 집어서 부리에 가져다대니 급하게 받아먹었다.
    그래, 둥지에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느라 힘들었겠지.
    어쩌다 밀려났니.
    어미는 둥지를 좀 넉넉하게 짓지.





    다음 날, 아직 둥지에서 어미의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제비는 점점 힘을 잃어가는 듯 했다.
    제 힘으로 날아오를 때까지 돌보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라니가 인터넷에서 야생동물구조단체를 찾아 연락을 했다.

    그 다음 날 아침, 짹짹거리는 소리에 나가 보니 또 다른 한마리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렇게 두마리를 구조단체에서 나 오신 인상 좋아 보이는 아저씨께 맡겨 보냈다.
    천연기념물도 아니고 널리고 널린 제비 새끼들까지 잘 보살펴줄까 하는 조바심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떠나보내고 우리는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


     






    끝까지 둥지를 지킨 두마리는 살이 통통하게 붙으며 자라나갔고
    그에 반비례해 집은 급속도로 무너져 내렸다.
    이제는 붙어있기조차도 힘들겠다 싶던 어느 날
    나가보니 둥지는 텅 비어 있었다.

    구조단체로 떠나간 제비들도 잘 자라 서툰 날개짓을 하며 날아올랐을까?
    비록 부러진 다리를 붙여준 건 아니지만 내년에 박씨를 물어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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