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따라 세계여행 :: 58일] 스산한 몸바사세계여행/아프리카 2009 2010. 4. 6. 10:00반응형
0 9 0 6 3 0 화
나이로비Nairobi에서 몸바사Mombasa로 가는 이번 기차는 많이 낡았긴 했어도 잠비아에서 탄자니아로 갈 때
탔었던 타자라 기차에 비하면 시설과 승차감 모두 호텔급이다. 그래도 역시 흔들리는 기차에서 잠을 잔다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지금까지 기차 타서 멀미한 적은 없었는데, 지난 잔지바르 다녀올 때 왕복으로 심한 멀미로 고생한 것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는 것인지 제대로 잠 설치고 일어나자마자부터 속이 울렁거려 아침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그렇게 미간이 찌그러진 상태로 접어든 몸바사의 창밖 풍경도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았다. 몸바사 주민들
대신에 온갖 쓰레기들이 기찻길 옆에 늘어서 저 멀리 동쪽 끝에서 날아온 우리를 반겨주었다.
15시간만에 도착한 몸바사. 가이드북도 없이 숙소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거의 묻지마 관광식으로 온 몸바사.
어제 식당칸에서 만난, 몸바사로 자주 출장을 온다는 케냐 아저씨가 호텔을 소개해 준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언제나 그렇듯 역 앞에서는 택시기사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런데 흥정이 잘 안 먹힌다. 이럴 때는 당연
돌아서기 전법 구사. 하지만 예상과 달리 붙잡지 않는 아저씨. 역 앞 큰 길에 나가면 택시들 널리고 널렸겠지
하며 호기롭게 걸어나갔는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부끄러운 것보다도 이제 갑에서 을의 입장으로 바뀌어 버리는 상황이 싫어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별 수 없다.
다시 조금 전 그 기사아저씨에게 가서 다소곳이 잘 얘기해 조금 깎아서 인도양을 마주한 호텔로 향했다.
직원이고 손님이고 사람 보기 힘든 썰렁한 분위기에 잠시 고민하다 비도 오고 다른 곳보다 싼 것 같기도 하고
해서 그냥 머물기로 하고 짐을 풀었다. 그리고, 잠깐 비가 그친 틈을 타 해변으로 나갔다. 언제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 구름 잔뜩 낀 하늘과 야자수가 휘청거릴 정도로 세게 불어대는 바람 때문에 모래가 피부를 때려대서
금방 들어와야 했지만 말이다.그래서, 인도양의 아름답다는 해변을 바로 앞에 두고 우리는 방에서 조그만 노트북 화면으로 영화를 보고
모자란 잠을 보충하고 저녁을 먹고 다시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내일은 쨍한 햇빛에 영롱한 바닷빛깔에
취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반응형'세계여행 > 아프리카 2009'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따라 세계여행 :: 60일] 불행과 다행 사이 (2) 2010.04.12 [해따라 세계여행 :: 59일] 몸바사, 인터넷 그리고 생선 (5) 2010.04.09 [해따라 세계여행 :: 57일] 케냐를 가로질러 몸바사로 (5) 2010.04.03 [해따라 세계여행 :: 숙소] 요양 - 나이로비 한국가든 (0) 2010.04.01 [해따라 세계여행 :: 56일] 몸 나아 몸바사로 (1) 2010.03.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