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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 :: 54일] 사파리 4 - 버라이어티
    세계여행/아프리카 2009 2010. 3. 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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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30  

    6시반에 아침 먹고 떠날거라기에 씻고 짐 다 싸서 딱 맞춰서 1층 식당으로 내려왔더니 횡하기 짝이 없었다.
    뒤늦게 나타난 가이드 죠셉과 아침을 먹는데 그가 말했다.
    '오늘은 많은 동물을 보게 될거야, 난 럭키가이니까.'
    그럼, 지난 3일간의 썰렁했던 사파리는 뭥미?
    오늘 하루만이라도 그가 충만한 럭키가이가 되길 바라면서 차에 올랐다.

    차를 타고보니 우리 둘밖에 없었다. 그랬다. 2박3일 마사이마라 사파리만 신청했던 댄을 어제 나이로비로 보내고
    오늘 하루는 우리 밖에 없다. 어떨결에 프라이빗사파리가 되어버렸다. 우리만을 위한 차, 우리만을 위한 가이드..










     07:40

    플라밍고로 유명한 나쿠루호수. 일단 호수 입구에서는 펠리칸들과 인사를 먼저 나눴다. 몸통에 비해 너무 큰 부리.
    날다가 거꾸로 쳐박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날기 위해 펼친 날개를 보고 거둬들였다. 엄청나게 큰 날개를
    펄떡이며 그들은 멋지게 날아올랐다.







     07:53

    펠리칸들을 뒤로 하고 차가 향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 곳에는 연분홍색이 보이지 않는 호수의 끝까지
    퍼져 있었다. 그건 이 나쿠루호수의 유명한 플라밍고들이었다. 무리, 떼 이런 단어는 이 풍경을 설명하기에
    부족했다. 너무너무너무 많았다.
    감히 세어볼 엄두도 나지 않았고 몇마리나 될지 짐작해 보는 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많았다.
    마치 작은 모래알갱이들이 모여 백사장을 만들 듯 빼곡히 들어차 핑크카펫을 만들고 있었다.










     08:10

    하지만, 동물의 세계가 늘 그렇듯 아름답고 우아한 풍경만 있는 건 아니었다.




     08:28

    분명 가이드 죠셉이 얘기해 줬을테지만 이름을 까먹은 뿔 달린 동물과 빅파이브 중 하나인 버팔로.




     08:32

    마사이마라에서 마지막날까지 그렇게 애타게 찾았던 코뿔소를 만났다.
    육중한 몸과 날카로운 뿔, 제대로 받혔다가는 살아남기 힘들 것 같은 코뿔소는 사실 초식동물이다.
    생각해보면 이름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코가 뿔인 소.




     08:36

    코뿔소에 한참 정신이 팔려있는데 다른 한쪽에서 하이에나가 나타났다. 하이에나에겐 참 미안한 말이지만
    앞다리는 길고 뒷다리는 짧고 꼬리는 뭉퉁하고 생긴게 꼭 남의 것 주워먹게 생겼다.
    다시 잠깐 코뿔소 사진을 찍는 사이 하이에나는 플라밍고 목을 물고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직접 사냥을 한 것인지
    아까 독수리가 먹던 걸 주워온 것인지 보지 못했지만 어쨌든 생경한 모습이었다.




     08:40

    서로 다른 종류의 새 두 마리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웃긴 건 까치 같은 작은 새가 큰 새에게 쉴새없이 한참을
    깩깩되는 거였다. 무슨 맘 상한 일이라도 억울한 일이라도 있는 듯. 하지만 망토를 두른 것 같은 큰 새는
    먼 산만 바라보며 계속 외면했고 얼룩말들은 남의 일이라는 듯 그냥  무심히 마른 먼지만 일으키며 지나갔다.




     08:57

    또 다시 만난 코뿔소. 명찰을 단 것도 아니고 다른 옷을 입은 것도 아니고 생김새는 비슷하니 조금 전에 만난
    녀석인지 다른 녀석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09:07

    물이 나는 웅덩이에 몰려든 얼룩말들. 윤기 좔좔 흐르는 피부에 그려진 그들의 무늬는 언제봐도 아름답다.




     09:08

    연애중인 것 같은 얼룩말 한 쌍.




     09:16

    나쿠루호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올랐다. 호숫가가 하얀 건 염분 때문.




     09:21

    아래에서 볼 땐 얼룩말 무리들이 차지하고 있던 물웅덩이. 올라와 보니 버팔로들이 장악해 버렸다. 얼룩말들은
    곁으로 밀려나 끽소리도 못 내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으며 자기들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09:43

    이름은 모르지만 '아기사슴 밤비'에 나올 것 같은 어미와 새끼.




     09:50

    역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새초롬하게 앉아 있던 여우를 닮은 동물.




     09:51

    만화주인공 같이 눈이 컸던...




     10:08

    마사이마라에서 한 마리도 보지 못해 안타까웠던 코뿔소를 나쿠루호수에 와서 원없이 본다. 엄마인지 아빠인지와
    함께 있는 어린 코뿔소도 보게 될 줄이야.










     10:12

    이번에는 혼자 고독을 씹으며 드러누워 있는 거대한 코뿔소를 만났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죠셉은
    차를 부르릉 거려 누워서 햇빛을 즐기고 있던 코뿔소를 기어이 일으켜 세웠다. 먼지를 일으키며 일어난 코뿔소는
    정말 크기가 어마어마했고 그 큰 덩치는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고개만 살짝 돌려도 뿔에 차가 찍혀 들어 올려질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일어난 코뿔소를 보니 꽤 나이를 먹은 것
    같았고 괜히 조용히 잘 쉬고 있는 걸 방해한 것 같아 미안했다.




     10:24

    마사이마라에서도 만났던 재미나게 생긴 녀석들. 새끼가 너무 귀였웠다.
    잠깐이라도 같이 장난치며 놀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










     10:35

    다시 함께 지나가는 새끼와 엄마 혹은 아빠 코뿔소를 만났다. 이번에 만난 새끼 코뿔소는 좀 전에 만난 새끼보다
    더 어린 것 같았다. 이제서야 뿔이 살짝 나온 것이 앙증맞았다.
    단지 멋진 뿔을 가졌다는 이유로 사냥의 집중적 대상이 되는 코뿔소. 인간의 욕심 때문에 별안간 고아가 되어
    버리는 아기 코뿔소들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10:39

    목이 길어서 높은 곳의 풀을 먹는걸까? 높은 곳의 풀을 먹기 위해서 목이 길어진걸까?




     10:46

    피 터지는 경쟁 끝에 여러마리의 암컷을 차지한, 멋진 뿔을 가진 임팔라 숫컷.







     11:01

    판타지 영화에 등장할 것 같은 이름 모를 동물. 되새김질중이신지 턱이 돌아갔다.




     11:04

    오늘은 정말 코뿔소 복이 터진 것 같았다. 여러마리의 코뿔소를 본데다 끝자락에는 검정코뿔소도 보았다.
    그 전에 본 것들은 모두 흰코뿔소. 보기 힘들다는데 용케 나무들 사이에 숨어 있는 걸 찾았다.




    그리고, 짝 짓는 중인지 무리에 섞여 있지 않고 정말 우거진 수풀속에 있던 사자 한 쌍을 보고 나서 호수를 돌아
    나왔다. 둘쨋날 하루종일 돌아다닌 마사이마라보다 더 짧은 시간에 더 버라이어티한 사파리를 한 것 같다.
    마사이마라에서 다소 실망했던 것을 그래도 오늘 많이 회복했다.
    나오는 길에 열 지어 있던 플라밍고 모양의 가로등 마저 정겨웠다.

    나쿠루호수로 갈 때는 엉망진창인 비포장길이 많았는데 나이로비로 돌아갈 때는 뻥뻥 뚫린 고속도로 같은 길을
    질주했다. 가는 길에 마지막 식사를 하면서 죠셉에게 부탁했다. 라니가 계속 설사하고 힘들어해서 아무래도
    한국 음식을 먹여야겠다며 처음 출발했던 숙소가 아닌 한국식당으로 데려다 달라고.

    미리 적어간 숙박을 겸하고 있는 한국식당의 주소를 들고 물어물어 찾아갔다. 다소 아쉬웠던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친절히 설명해 주고 챙겨주고 한 그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손바닥에 돈 몇푼을 붙여 악수를 하며 그에게
    팁을 건냈다. (여행 시작하기 전에는 나도 이런 방식으로 팁을 주는지 몰랐다.)




    한국과 케냐가 적절히 잘 배합된 분위기의 한국가든에서 한국 떠난 후 거의 2개월만에 맛보는 제대로 된 김치와
    두부가 들어간 된장찌게, 그리고 불고기로 거하게 저녁을 먹었다. 김치와 된장의 효소들이 힘을 발휘해
    라니의 설사를 멈추게 해 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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