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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 :: 13일] 신고식
    세계여행/아프리카 2009 2009. 7. 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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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많은 여행기를 통해 장기여행을 하다보면 분명 신고식을 치러야 한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가는 우리도 뭘 잃어버리든지, 다치든지, 아프든지 할 줄은 알았지만
    그 날이 여행 십여일만에 이렇게 빨리 올 줄을 몰랐었다.

    사막에 사륜오토바이를 타러 갔다.
    바퀴 두 개 달린 것도 아닌 네 개나 달리 오토바이 타기는 어린 애들한테나 어울리는 거라 생각했다.
    소싯적에 잠깐 책배달 아르바이트를 할 때 스쿠터를 타고 도심을 질주했던 나로썬 발로 운전해도
    사막을 다 누비고 다닐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시작부터 영 시원찮았다.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가이드가 인도하는 길을 벗어나 사막 모래속으로 오토바이가 푹 빠져버렸다.
    좀 타는 분들은 사막 경사면을 거꾸로 올라가는 묘기까지 선 보였지만, 나는 이탈하지 않고 앞서가는
    일행 쫓아가기 바빳다.

    결국 전반전 종료전에 두번 더 오토바이가 모래속에 빠져 버렸고
    나와 같은 가이드를 따라 다니며 오토바이를 타던 다른 이들의 -사막에 내려쬐는 햇살보다 더 따가운 것 같은-
    눈총을
    오토바이를 꺼내기 위해 진땀 흘리던 가이드 옆에 뻘쭘하게 서서 받아내야 했다.

    그래도 차라리 그렇게 모래에 수십번 빠지는게 나았다.
    하필 부드러운 모래위가 아닌 사구 바로 옆 울퉁불퉁하고도 딱딱한 흙길을 지나갈 때 운전대를 잡은 두 팔의
    힘조절에 실패했고, 어딘가에 부딪혔고, 공중부양을 했고, 순식간에 땅에 내동댕이쳐졌다.

    오토바이가 내 오른쪽 다리를 짓누르고 있다든지 하는 불상사는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팔꿈치가 심하게 까진 것도 모를 정도로 어깨가 너무너무너무 아팠지만 금새 일어날 수 있었다.

    껄렁껄렁해 보이던 대장가이드가 와서는 쇄골을 만져보고 이리저리 보더니
    Yo, Man!! 뼈 안 부러졌어, man,, 괜찮어, 괜찮어, 걱정하지마, man~~
    싱글벙글하며 안 다친 왼쪽팔을 툭툭 친다.

    나는 아파죽겠는데,
    50대 어르신들까지 같이 온 모든 이들이 아무 일 없이 재밌게 잘 타고 나 혼자 다쳐서 쪽팔려 죽겠는데 말이지.

    그렇게 아픈 어깨 부여잡고 잘 돌아가나 확인하느라 정신 없었지만,
    그래도 바다와 바로 접해 있는 사막, 해지는 바다와 어우러지는 사막은 그제 다녀온 사막과는 또다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고 그나마 성한 왼쪽팔을 들어 라니와 함께 사진 한 장 남긴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 쿼드바이크 : 500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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