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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따라 세계여행::324일] 멕시코에서 미국 뛰어넘고 캐나다로세계여행/캐나다 2010 2012. 5. 3. 09:00반응형
1 0 . 0 3 . 2 3 . 화 | 멕시코 멕시코시티 -> 캐나다 밴쿠버 Mexico Mexico City -> Canada Vancouver
새벽 4시, 숙소를 나섰다.
멕시코를 떠나 캐나다로 가는 날, 이른 아침의 비행기를 타야했다.
아직 캄캄한 멕시코시티.
지하철 첫차가 뜨려면 한참이나 남은 시각.
어제 미리 숙소에 택시 예약을 부탁했다.
시간 약속을 잘 지킬까 걱정반 기대반 하며 큰 길로 나갔다.
숙소 바로 앞에는 차가 들어올 수 없었다.
나가자마자 택시 한 대가 우리 앞으로 달려와 섰다.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이 택시가 예약한 그 택시인가?
야심한 밤과 새벽 사이지만 드문드문 택시가 다녔다.
예약할 때 알려준 금액과 동일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확인 방법은 그것 밖에 없었다.
여느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텅 빈 새벽의 도심거리를 쏜살같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거리, 인적 드문 시간, 무표정의 택시기사, 어딘지 알 수 없는 거리, 마음이 편하지 않은 질주다.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다.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다음 목적지가 캐나다라 왠지 마음이 더 편하다.
그렇게 편해진 마음은 탑승권을 받아본 후 금새 불편하게 바꼈다.
좌석번호가 찍혀야 할 부분에 SBY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Standby'가 큼직하게 찍힌 노란색 택이 함께 붙어 있었다.
수화물로 보내는 배낭에도 같은 택이 걸렸다.
왜 우리가 대기자인가?
이유는 알 수 없고 그저 탑승구 앞에서 좌석이 배정될 것이란 답만 듣게 되었다.
어제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체크인을 하려고 했지만 페이지가 열리지 않았다.
홈페이지에서 채팅상담을 했다. 'Payment'페이지에 'Confirm'이라고 표시되어 있으면
따로 탑승 컨펌 전화를 사무실에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걸 믿고 그냥 왔는데 이 모양이 이 꼴이 되어 버렸다.
여행 323일동안 수도 없이 비행기를 탔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여행 막판 당황스런 경험에 진땀이 난다.
멕시코 공항에서는 희한하게 출국도장을 찍지 않았다.
심사 없이 그냥 출국장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칸쿤(깐꾼 Cancun)에서 쿠바로 갈 때도 그랬다.
.면세점에서 라니 화장품 하나 구입.
.스타벅스에서 유리병에 든 커피 구입.
.얼마 남지 않은 멕시코 페소를 캐나다 달러로 환전.
우리가 탈 수 없을지도 모를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는 탑승구에 도착했다.
항공사 직원들에게 눈을 떼지 않고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는데 직원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 샛노란 'Standby' 택을 떼어내고 볼펜으로 탑승권에 좌석번호를 적어줬다.
다른 줄 같은 열. 떨어져 앉아야 했다.
갈 수 있다는데.. 그 정도야 감사히 감수한다.
여행 전 한국에서 세계일주항공권을 구입할 때는 일본항공(JAL)을 타기로 되어 있었다.
그 때는 멕시카나항공은 원월드 소속도 아니었다.
여행 중에 일본항공의 멕시코시티-밴쿠버 노선이 사라졌다.
다행히 멕시카나항공이 원월드에 가입을 했고 노선도 유지해 이렇게 멕시카나항공을 타고 캐나다로 간다.
이번 여행에서 미국은 뺐다.
일본 출입국 도장만 1번씩 달랑 찍힌 여권을 가지고 있었다.
여백이 너무 많아 버리기 아까웠다.
미국에만 가지 않으면 굳이 전자여권을 새로 발급할 필요가 없었다.
전자여권 발급 받는데는 1인당 5만원이 넘게 들었다.
물가 싼 나라에서는 적지 않은 돈일 것 같았다.
미국만 안 가면 되는 거였다.
괜히 심보가 틀어졌다.
그냥 이 다음에 미국은 미국만 여행하는 것이 나을 것 같기도 했다.
-비록 대한항공을 타고 갈 수는 없겠지만- '미국, 어디까지 가 봤니?'는 다음에 찍기로 했다.
자 버리면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 것 같아 나는 아예 밤을 새버렸다.
그 덕에 비행기 좌석에 앉아마자 잠에 빠져 들었다.
비행기가 멕시코를 떠나는지도 모르고 꾸벅꾸벅 졸아버렸다.
어떻게 보면 참 중요한 순간이고 감상에 젖어들어야할 시점인데..
잠으로 채워버렸다.
그렇게 졸음이 밀려와도 기내식을 포기할 순 없다.
정신을 차리고 밥상을 받았다.
까칠한 입안에 음식을 밀어넣었다.
이제 리모콘으로 기내 프로그램을 뒤적거리면 딱 좋은 시간.
그런데 모니터가 눈 앞에 없다.
앞 좌석 뒷면에 개인 모니터가 박혀 있지 않고
짐 칸 아래에 띄엄띄엄 모니터가 내려와 있다.
그래도 6시간이나 날아가는 명색이 국제선이고
저가항공도 아닌데 이따위 비행기로 운행하다니...
멕시카나, 실망스럽다.
원하는 영화나 프로그램을 볼 수도 없고
바로 앞에 있는 것도 아니니 시선이 가지 않았다.
점점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보다 더 먼거리를 가는 비행기에서도 지겹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는데..
멕시카나 오늘 여러가지로 사람을 당황스럽게한다.
차라리 어제 밤을 새길 잘 했다.
잠이나 자자...
숙면의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캐나다 밴쿠버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를 기다리는데 여기저기서 한글이 보인다.
신기하다. 이번 여행 중에 다른 나라 공항에서 한글을 보기는 처음이다.
한글 뿐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언어가 눈에 들어왔다.
입국신고서 안내도 여러 언어로 되어 있다.
그리고 연두색의 옷을 입은 도우미들이 있었는데 여러 인종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분들도 계셨다.
공항에 도우미가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여러 나라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건 정말 놀랍다.
캐나다가 여러가지 면에서 어떤 나라인지를 공항에서부터 실감하게 한다.
캐나다 입국심사가 까다롭다는 글을 얼핏 본 것 같다. 그래서 살짝 긴장했다.
지금까지 다닌 거의 30개국에 가까운 나라 중 영국과 더불어 가장 질문이 많았다.
어디에 묵는지 예약은 했는지 얼마나 있을 것이고 무엇을 할 것인지 물어왔다.
심지어는 통장 잔고가 얼마인지도 물었다. 쫄지 않고 또박또박 대답 잘 했더니 입국도장 쾅!
세관도 그냥 통과하고 드디어 캐나다.
민박집 주인 아저씨께 전화를 걸어 접선 장소를 정했다.
1주일 이상 머물면 픽업이 무료라 오늘은 호강을 누린다.
만나뵌 해외 교민 중 많은 분들이 교회 신자셨다.
이번 민박집의 주인 아저씨도 마찬가지.
민박집으로 가는 동안 교회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적당한 선에서 알아서 끊어주셔서 덜 부담스러웠다.
짐을 풀고 바로 집을 나섰다.
무인전철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한인타운을 찾아갔다.
한글이 넘쳐났다. 마트는 마치 한국에서 떼어다 놓은 것 같았다.
없는 게 없었다. 거기다 점원이며 손님이며 한국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지...
마트 안에 있는 분식집에서 김밥과 떡볶이를 주문했다.
어느새 한국을 떠나온지 10개월이 훌쩍 넘었다.
한국에서야 만만한 분식이지만 우리에겐 그 어떤 음식보다 귀한 음식이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귀한 음식이긴 마찬가지였다.
김밥 두 줄에 떡볶이 한 그릇이 한국돈으로 13,000원이 넘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돈을 따질 겨를이 없다.
이 얼마만의 김밥과 떡볶이란 말인가..
한국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도
여전히 먼나라에 있다는 걸 동시에 느끼며
캐나다에서의 첫 날을 보낸다.
.장 봐서 다시 숙소로.
.저녁식사 후 주인 아주머니와 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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