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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따라 세계여행::275일] 탱고세계여행/남미 2010 2011. 10. 5. 09:00반응형
1 0 . 0 2 . 0 2 . 화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Argentina Buenos Aires
오늘은 온전히 탱고(땅고 Tango)만을 위한 날이고
내내 죽어있다가 탱고공연이 시작하는 밤부터 하루가 시작되는 느낌.
먹고 자고, 숙소 텔레비전으로 영화 보고
느지막이 3시에 점심으로 삼양라면 끓여먹고
같이 공연 보러 갈 분들이 준비한 저녁 얻어먹고
그리고 드디어 밤에 피는 장미처럼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런 영화가 있다.
볼 때를 놓치게 되면 영영 봐지지 않는 영화.
양가위 감독, 양조위, 장국영 주연의 해피 투게더가 그랬다.
오늘 탱고 공연을 볼 바 수르(Bar Sur)가 바로 그 영화 해피 투게더에 나왔단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왠지 하나를 놓치고 온 듯해 아주 조금은 아쉽다.
나중에 한국에 가면 찾아봐야겠다.
먼저 이 곳을 다녀간 후에 영화를 보면 어떤 느낌일까...
조금 일찍 도착한 바람에 근처 공원에서 노닥거리다 다시 찾아갔다.
입구에서부터 분위기가 심상찮다.
문을 조금만 열고 빼꼼히 내다보는 종업원 덕에 내부가 더 궁금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어두침침한 실내는 영화 속 세트장 같은 느낌이다.
술집이라 큰 무대가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작을 줄은 몰랐다.
바닥 보다 조금 높게 만들어진 무대는 없었다.
테이블을 벽쪽으로 옮기고 생긴 공간이 무대였다.
이 작은 공간에서 어떻게 그 격렬한 탱고를 출까?
기대와 걱정이 오고 갔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구슬프면서도 격정적인 탱고 음악 연주와 탱고 춤사위가 번갈아가며 작은 술집을 가득 메웠다.
몸에 적외선 감지기라도 달린 것처럼 둘러싸고 있는 테이블을 교묘히 피해가며
작은 공간을 최대한 넓게 사용하는 탱고 남녀의 몸놀림에 황홀히 젖어들었다.
아주 짧았지만 탱고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졌다.
어설프지만 잠시나마 무대의 주인공이 되었다.
표에는 공연시간이 8시에서 10시까지였다.
하지만 10시가 지나도 레퍼토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춤과 연주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전혀 지겹지 않았다.
그들이 계속 해 주기만 한다면 내일 해가 뜰 때까지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손에 턱을 괸 채 눈으로 그들과 함께 춤을 추고 귀로 함께 연주하는 사이에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어느새 시계는 11시를 넘어섰다. 아쉽지만 이제는 일어나야할 듯 했다.
공연도 좋지만 밤거리는 여전히 조심해야할 상대이다.
잠깐 음악과 춤이 멈춘 쉬는 시간에 조용히 문을 열고 나왔다.
탱고 때문에 더 특별한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 덕에 더 특별해진 우리의 여행.
너무 소중하고 애틋한 추억이 될 것 같다.
.란 커트 35페소(약 10,7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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