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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115일] 산토리니 트레킹 ①
    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8. 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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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햇살을 받은 산토리니.


    왼쪽의 마크가 없었다면 까르푸인 줄 몰랐겠다.





    기로스도 피자도 컵라면도 모두 다 잘 어울리는 발코니.


    0 9 . 0 8 . 2 6 . 수 | 그리스 산토리니 Greece Santorini (Σαντορίνη, Thira)
     

     

    자고 일어나도 산토리니였다.

    산토리니에 온 건 간밤의 꿈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의 점심은 꿈, 산토리니, 지중해 이런 단어들이 주는

    여러가지 이쁜 느낌과는 완전 반대편에 있었다.


    호텔에서 주는 아침을 먹고 아테네로 가는 배표를 사고 까르푸에 들렀다.
    반갑게도 컵라면이 있었다. 비록 한국라면은 아니지만, 용그림이 있는 것이
    기로스와 피자에 의해 입 안에 코팅된 기름을 잘 벗겨줄 것 같았다.
    우리 방의 작은 발코니에서 먹기에도 적당했다.

    그리스 사람들은 하얀색과 파란색이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해하며 후루룩거렸다.
    젓가락이 아닌 하얀색 플라스틱 포크로 면을 들어올리며 김서린 눈을 파란색으로 물들였다.








    걷는 걸 좋아한다.
    차를 타고 다니면 여러 곳을 볼 수 있지만 걸으면 그에 못지 않게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여행을 다니면서는 교통비 절약도 겸해서 할 수 있다.

    제주도처럼 으레 차나 스쿠터를 대여하는 산토리니에서도 걷기로 했다.
    마침 피라(Fira)에서 이아(Ia)까지 걷는 길이 따로 있단다.
    좀 많이 걸어야 하기는 하지만 멋지단다.

    일단 숙소가 있는 피라부터 둘러봤다.
    좁은 계단과 골목을 오르내리다 옛날 항구로 내려가는 계단을 만났다.
    라니는 더위와 얼룩소 무늬마냥 계단을 뒤덮고 있는 당나귀의 변에 질려
    몇칸 내려가다 말고 나는 계속 내려갔다.

    내려가면 뭐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 보다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피라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호기심에 내려갔다.
    그래서 맨아래까지 내려갈 생각은 애시당초 없었다.
    적당히 내려가서 호기심을 채우고 다시 올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속시원한 기대했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내려가고 또 내려갔다.
    삼분의 이쯤 내려왔을 때 멈춰섰다. 호기심 보다는 다시 올라갈 길에 대한 근심이 더 커져 버렸다.
    계단마다 숫자가 차례대로 적혀 있다던데 그게 있으면 좀 덜 힘들 것 같기도 한데 보이지 않았다.

    올라가는 길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이, 아주 많이 힘들었다.
    다 올라왔을 때는 땀에 폭 젖어버렸다.
    이아까지의 걷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진을 너무 많이 빼 버렸다.








    예진아씨가 광고했던 포카리스웨트가 있었다면 비싸더라도 하나 사서 마시고
    빨리 흡수시켜 땀으로 배출된 수분을 보충하고 금방 다시 출발했을텐데
    그러지 못하고 그늘에 앉아 물로 갈증을 달래고 쉬었다 걷기 시작했다.

    바다가 보이는 길을 따라 조금씩 걸을 때마다 조금씩 위로 올라갔고
    조금씩 올라갈 때마다 조금씩 달라보이는 피라가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피로스테파니(Firostefani)와 이메로비글리(Imerovigli)에서 보는 피라는
    피라의 호텔에서 보는 피라와 많이 달랐다.

    호텔의 발코니에서 본 피라는 온통 하얀색 마을이었지만,
    밖에서 멀리 바라본 피라는 있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신기루 같은 마을이었다.
    급격한 경사에 거칠게만 보이는 섬과 그 위에 만들어진 하얀 마을은 너무 대조적이어서 꼭 합성을 한 것 같았다.























    이메로비글리는 피라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상점, 식당, 카페,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피라와는 달리
    대부분 숙박업소인 듯 했고 그 때문인지 조용하고 한산했다.

    그래서, 작고 아담한 골목을 걷는 기분을 조금 더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길을 잃지 않고 걸어도 좋고 잃어도 나름의 재미가 살고
    곧 걸었던 길과 연결되는 길을
    걷는 재미가 더위를 식혀주었다.

    호텔들마다 이쁘게 만들어 놓은 길과 장식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였다.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여기서부터는 우리 손님만을 위한 곳'이라는 안내가 살짝 마음을 긁긴 했지만...












































    한참 걸어왔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더 많이 남았다.
    저기 섬 끝에 하얗게 보이는 마을이 목적지인 이아.
    이제 이메로비글리마을도 끝이 나고 이쁜 길은 물론이고 포장길 마저 사라지고 흙길이 나타났다.
    이아에 도착할 때까지 한동안은 산토리니의 자연을 만끽해야겠다.

    멀어 보이지만 드문드문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로부터 무언의 힘을 얻으며 한걸음한걸음 나아간다.
    거칠은 섬의 경사면을 타고 불어 올라오는 지중해의 바람에 등을 내맡기며 이아의 석양을 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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