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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숙소] 나름 사치 | 산토리니 파노라마호텔
    세계여행/유럽_지중해_모로코 2009 2010. 8. 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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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밤, 시간과 상황의 압박속에 서둘러 선택한 올림피아호텔
    우리가 생각했던 산토리니의 '그런 곳'이 아니었다.

    피곤함에도 일찍 일어나 올림피아호텔 주변을 둘러보았다.
    숙소 자체가 많지 않았다. 그나마 있는 곳들도 많이 비싸기만 하고
    우리가 원하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라니는 숙소에 있으면서 체크아웃시간이 지나면 일단 짐을 빼기로 하고
    나는 혼자 피라마을로 가서 숙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터키에서 가이드북을 구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와버려 지도가 없었다.
    급한 마음에 호텔에서 지도 얻는 것도 잊고 나섰다.
    일단 큰 길을 따라 걸었다. 먹은 건 없고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걸어도 걸어도 사진에서 봤던 마을은 나오지 않고...
    걸을수록 자기네 호텔이 피라마을에 있다고 하고 데려온
    그 아저씨에 대한 원망이 쌓여 더욱 걷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처음 선택한 방향이 맞았다.
    하마터면 엉뚱한 곳으로 갈 뻔 했다.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몇군데를 살펴봤다.
    그리고 인터넷에 누군가 후기를 올려놓았던, 마음에 드는 호텔도 만났다.

    성수기이지만 방은 있었다. 하지만, 하룻밤에 20만원이 넘는 돈을 내야하는 곳이었다.
    이번 여행에서뿐만 아니라 살아오면서 숙박비로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이 섬의 멋지고 대단한 호텔들에 비하면 준수한 편이고
    치러야 할 값에 비해 위치와 풍경은 아주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후기를 봤을 때도 어느정도 마음을 두었던 곳인데
    직접 다른 호텔과 비교해 보고 둘러보니 우리가 찾던 '그 곳'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제 다시 올림피아호텔로 돌아가 라니와 짐들을 데려와야한다.

    스쿠터를 빌릴까? 둘이 탈 수는 있어도 짐까지 다 실을 수는 없잖아.
    차를 빌릴까? 자동은 잘 없고 수동에 비하면 비싸기까지 하다던데...
    수동 가능하잖아? 그건 널널한 시골에서 트럭 몰 던 거고, 여긴 차도 언덕도 많고 승용차 수동은 좀 다르다던데...
    그러면서 렌탈샵을 그냥 지나쳤다. 결국 다시 우직하게 걸어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각자 감당해야할 짐이 15킬로그램을 왔다갔다한다.
    큰 길에 버스정류소인듯한 곳이 있었다.
    한참을 기다렸다. 
    뚜껑 없는 차도 지나가고 렌트카로 사용되는 현대차도 지나가고
    여자가 스쿠터를 운전하고 남자는 뒷자리에 앉은 보기드문 커플도 지나갔다.
    버스표지판만 달랑 서 있는 것이 아니고 지붕이 있는 정류소여서 다행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버스가 왔다. 헌데, 버스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세워달라고 손 흔드는 우리를 아주 가볍게 무시하고 지나가버렸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버스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고민 끝에 몸은 무겁지만 마음은 편하게 걷기로 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와 잠비아 국경을 걸어 넘어갈 때 보다는 짧은 거리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이번에 좀 더 사기로 했다.
    비싼 호텔에서 지낼텐데 몸으로 떼울 수 있는 건 떼워야겠다는 생각도 같이 버무렸다.

    그래도 평지를 걸을 때는 나았다.
    피라마을에 들어와서는 경사진 곳을 올라가야했다.
    호텔에 다가갈수록 우리의 모습은 어색해져갔다.
    반바지, 슬리퍼, 하늘거리는 원피스, 밀짚모자, 핸드백.
    모두 가벼운 차림새로 여유롭게 거닐고 있는데
    우리는 앞뒤로 배낭을 메고 땀 질질 흘리며 헥헥대며 죽을똥살똥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그랬지만, 그 모든 고생스러움은 호텔 방에 들어선 후 말끔히 잊혀졌다.
    작은 발코니 너머로 펼쳐진 풍경이 땀을 닦아주고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비로소 산토리니에 도착한 것 같았다.


    > 호텔에서 본 산토리니 풍경























    사실 시설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
    화장실이 많이 작아 불편했다.
    발코니도 많이 작지만 화장실보다는 덜 불편하다.
    그래도 이 정도 경관과 좋은 위치에 시설까지 훌륭했다면
    아마 올 엄두도 못 내었을만큼 높은 가격대였을게다.


    숙소를 정하고 나면 더 싸고 더 좋은 곳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나 이번에는 오기 전에 충분히 잘 알아보지도 못했었다.
    작은 섬에 빽빽히 들어선 숙소들 중에는 이 호텔보다 더 좋은 시설과 전망에
    더 좋은 숙박료를 제시하는 곳도 분명 있을테다.
    하지만, 짧게는 하루만에 길어도 몇일에 한번씩 새로운 숙소를 찾아야하는
    일상에서 그런 아쉬움에 계속 매여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했다.
    눌러 앉는 스타일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내에 여러곳을 둘러봐야 하는 일정이라면
    어짜피 숙소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럼, 풍경 좋은 비싼 숙소에 큰 의미가 있을까?
    좋은 경치는 돌아다니면서도 얼마든지 담을 수 있는데 말이다.
    저렴한 숙소에서 지내면서 좀 더 여유롭게 지내다 가는 것도 산토리니를 즐기는 한 방법일 듯 싶다.

    평소에는 발을 들이지 않던 비싼 숙소에 오니 별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잊자. 잊고 눈 앞에 펼쳐진 지중해와 산토리니로 더 채우고 가자.
    오랜만에 아름다운 곳에서 돈 좀 더 주고 낭만으로 도배하는 짧은 사치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아침식사.


    식당.






    - 그리스 산토리니 Greece Santorini
    - 파노라마 호텔 Panorama Hotel
    - 09년8월25~27일 (2박)

    - 2인실
    - 135유로/일 (약 246,000원)
    - 조식 포함.

    - http://www.panoramahotel.com.gr


    * 여행 당시의 환율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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