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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306일] 어슬렁거리다.쿠바.
    세계여행/중미 2010 2012. 2.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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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3 . 0 5 . 금 | 쿠바 아바나 Cuba Habana


    숙소에서 주는 아침을 먹고 난 후.
    라니는 식사를 함께 한 한국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나는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쿠바에 있는데.
    언제 다시 와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쿠바에 있는데 게으름을 피운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것 마냥 죄책감에 가까운 느낌도 든다.
    그런 감정, 이번 긴 여행을 하는 동안 처음이 아니다.

    너무 여유롭게 다니는건가?
    빡빡한 일정이었으면 더 열심히 돌아다녔을까?

    모르겠다. 인생이 그렇듯 여행에도 정답은 없다라는 것으로 마음의 구멍을 땜빵질한다.



    오늘도 오비스포(오비스뽀 Obispo)거리를 걷는 것으로 시작을 했다.
    쿠바의 흥겨운 리듬이 흘러넘치는 이 거리가 좋다.
    그것도 씨디나 엠피쓰리에서 나오는 음악이 아닌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는 생음악.
    그것도 어느 한 가게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여러 가게의 동시다발 공연.
    하루종일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거리며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하루를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음악을 배경으로 깔고 점심을 먹었다.
    햄버거와 볶음밥을 사다가 화단 턱에 앉아 먹었다.
    감개무량하게도 양상추에 오이까지 들어간 햄버거를 먹었다.
    적은 양이지만 양념까지 발라져 있었다.
    지난 몇일동안 먹었거나 보았던 햄버거 중 가장 양질의 것이었다.




    체 게바라(Che Guevara)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 되는 쿠바.

    깃발따라 다니는 단체 관광을 서양인들도 하는지 처음 알았다.

    초콜렛 박물관이라지만 카페에 더 가까웠던..

    차가운 초코라떼와 뜨거운 초코라떼.


    PLAZA DE ARMAS


    CASTILLO DE LA REAL FUERZA




    PLAZA DE LA CATEDRAL



    MUSEO NACIONAL DE BELLAS ARTES



    쿠바의 미술관.
    3층의 고전회화는 시큰둥하게 봤지만
    2층의 현대미술은 관심을 쏟아가며 재미있게 봤다.

    그리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화장실 세면대 쪽에 지키고 섰던 아주머니가 비누를 짜주셨다.
    엉겹결에 받고 손을 깨끗이 씻었다.
    휴지도 주셨다.

    미술관이며 박물관을 그동안 얼마나 다녔나.
    그런데 이런 서비스는 처음이다.
    쿠바란 나라는 이런 나라인가.

    미술작품을 볼 때 보다 더 큰 감동에 젖어들던 그 때,
    아주머니가 손을 내밀었다.

    그런거였군요. 아주머니.
    하지만 나는 돈이 없어요.

    돈주머니는 라니가 가지고 있었다.
    라니는 아직 작품감상중이었다.
    말이 안 통하니 '가서 돈 가져올께요'라는 의사를 전달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돌아서버리면 정말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주머니를 찔러봤다.

    어제 숙소 방에서 주웠던 동전이 손가락에 걸렸다.
    제일 낮은 단위에서 두번째인가 하는 정말 얼마 안되는 동전이었지만 그거라도 건네야했다.
    그리고 당황스럽고도 미안한 발걸음을 얼른 떼었다.






    빨간 락카로 '철거'라고 써 놓으면 내일 당장이라도
    각종 중장비가 득달같이 들이닥칠 것 같은 건물들 사이를 걸었다.

    그리고 왠지 쿠바와는 어울리지 않는 푸마 매장을 만났다.
    쿠바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군것질거리가 있었다.
    흔한 튀김 간식이었지만 쿠바에 와서는 처음 보는 간식.
    가격은 1CUP.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55원쯤.

    그냥 밀가루 튀김. 그게 전부.
    튀김만큼이나 기름도 시선을 끌었다.
    시커먼 기름의 색깔.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튀겼을까?


    그렇게 아바나를 어슬렁거리다 하루가 갔다.
    쿠바에서의 하루가 갔다.



    .저녁은 또 Ottogi 오뚜기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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