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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305일] 아바나,카피톨리오,말레콘
    세계여행/중미 2010 2012. 2.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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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3 . 0 4 . 목 | 쿠바 아바나 Cuba Habana


    쿠바에서의 삼일째.
    어제 하루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거리를 찬찬히 거닐며 적응의 시간을 가졌다.
    외국인용 화폐 CUC 뿐만 아니라 내국인용 화폐 CUP도 환전을 해 두둑히 챙겼다.
    CUP로 길거리 음식도 맛 보고 유명한 쿠바의 음악도 라이브로 들었다.
    한결 편안해졌고 조금 더 친해진 느낌이다.
    그 느낌으로 오늘, 아바나에 그리고 쿠바에 조금 더 다가가본다. 



    숙소에 함께 머물고 있는 한국인 여행자분의 도움을 받아 버스표를 예매했다.
    모레 트리니다드(뜨리니다드 Trinidad)로 떠나는 버스.
    Inglaterra라는 이름의 호텔 내부에서 표를 살 수 있었다.
    버스도 호텔 앞에서 타면 된다고.
    배낭 메고 터미널까지 가는 것도 일인데 잘 됐다.

    예약하고 돌아보니 인터넷카페가 있었다.
    1시간에 6CUC. 한국돈으로 계산하면 7천원이 넘는...
    역시 듣던대로 함부로 얼씬거릴 수 없는 곳이 쿠바의 인터넷카페다.
    그래서 단단히 마음 먹고 왔다. 이번 기회에 인터넷 없이 보름동안 지내보자.

    돌이켜보면 브라우저를 단 한번도 켜지 않고 지낸 날은 거의 손에 꼽을 것 같다.
    지금은 사라진 두루넷의 인터넷을 처음 연결한 1999년 그 날 이후로.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보자 오른쪽 검지손가락이 움찔했다.
    블로그에 누가 댓글은 달지 않았을까, 메일은 몇 통이나 와 있을까?
    마음도 살짝 요동치는 금단 현상이 일어났다.
    하지만 가격표를 보며 잘 눌러내렸다.

    인터넷 없이 보내는 날들은 또 다른 쿠바로부터의 추억이 될 것 같다.









    예전에 국회의사당이었던 카피톨리오(까삐똘리오 Capitolio Nacional)로 향했다.
    유럽식의 낡은 건물들과 올드카들이 지나갔다. 카피톨리오 앞에는 마차가 줄지어 있다.
    올드카들과 마찬가지로 작동이 되기는 하는지 의심스러운 카메라를 세워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무슨 민속촌 같다. 사람들 복장만 갖춰주면 당장 5,60년대 영화를 찍어도 무리가 없겠다.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을 빼다박은 카피톨리오.
    나는 그래도 내부를 구경해봐야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라니는 별 흥미를 가지지 못했다.
    라니는 밖에서 사람 구경을 하기로 하고 나는 내부 구경을 하기로 했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청동상이란다.
    그 청동상 앞 바닥에는 무려 24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단다.
    수도 아바나로부터 쿠바의 다른 도시까지의 거리가 바로 이 다이아몬드에서 측정된다고 한다.

    가이드북에서 그 외의 것은 더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진은 거의 없는 영어로 된 가이드북의 한계다.
    아는 것은 별로 없고 시각을 자극하는 것들 또한 별로 없으니
    처음에 가졌던 흥미는 점점 무게를 잃어갔다.

    내부에 있는 인터넷카페에 괜한 관심을 표했다.
    아까 그 호텔보다 1CUC 싸다. 괜히 혹한다.
    밖에서 라니가 기다리고 있으니 그것으로 다시 욕망을 누그러뜨렸다.









    이제 바다를 보러 갈 차례다.
    Prado라는 이름의 길을 걸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길 가운데에 인도가 있고 그 길 양쪽으로 차가 다니는 곳.
    아름드리 나무들이 터널을 만들고 있었다.
    지금 이 나라가 처한 상황과는 상관없이 그저 평화롭기만하다.

    바다는 언제쯤 나타날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야구글러브를 낀 아이들을 만났다.
    그래 쿠바는 야구를 사랑한다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은 족히 되어 보이는 아이들까지 섞여 야구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무기둥이 1루, 2루, 3루, 그리고 홈이었다.
    얼토당토 않는 야구장이었지만 그들은 마냥 즐겁게 보였다.

    한국에서는 이제 새 시즌 맞이에 한창이겠구나.
    아, 야구장에 가고 싶다. 야구가 보고 싶다.




    야구에 대한 그리움을 뒤로 하고 드디어 말레콘(말레꼰 Malecon)에 도착했다.
    스페인어로 방파제라는 뜻이지만 쿠바의 아바나에서만큼은 단순한 명사만은 아닌 듯 했다.
    카리브해의 거센 파도를 받아내고 있는 긴 방파제의 끝까지 걸어가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사실 말레콘을 이름도 모른채 접하고 뇌리에 남기게 된 건 순전히 소니와 소지섭 때문이었다.
    짧은 광고 속의 짧은 한 장면이었지만 강렬하게 시선과 마음을 자극했던 말레콘.
    그윽한 눈빛의 소지섭을 덮칠 것 같은 파도가 연신 방파제에 들이닥쳤었다.

    그 길에 지금 서 있다.
    파도는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이 거칠다.
    다만 소니 알파 대신 파나소닉 똑딱이 루믹스가 손에 들여 있다는 것이 다를 뿐.
    그래도 분위기는 광고 못지 않다.
    그 분위기에 젖어 부서지는 카리브해에 젖어 천천히 말레콘을 거닐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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