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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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섬고냉이] 미안고양이/그리고 2011. 6. 10. 23:29
올레 5코스를 열심히 걷고 있었다. 어느 마을의 골목길에 접어 들었는데 돌담 위 나무 덤불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울음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온몸으로 토해내는 악이 담긴 소리. 잦아들지도 않았다. 무슨 일인지 어디에 있는지 복잡하게 얽힌 나뭇가지 사이를 살폈지만 보이지 않았다. 포기하려던 순간 시커먼 것이 나뭇가지로부터 벽을 타고 떨어졌다. 하얀색 점 하나 없는 완전 까만 새끼 고양이. 이제 막 젖을 땠을까 싶을 정도로 작았다. 어미를 잃은 것일까? 우리를 쳐다보며 여전히 울어대는 작은 고양이는 겁도 없이 다리 사이를 파고 들었다. 외면할 수 없어, 아니 외면하지 못하게 했다. 조금만 걸음을 옮겨도 그 작고 짧은 다리로 총총거리며 쫓아왔다. 이 험한 길바닥에 홀로 남겨진 이 작은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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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길고양이 36] 페루 리마 | 꽃밭 고양이고양이/세계의길고양이 2011. 5. 18. 09:00
0 9 . 1 1 . 2 7 . 금 | 페루 리마 Peru Lima 정말 오랜만에 고양이를 만났다. 그러고 보니 보름 전 콜롬비아 살렌토에서 보고 처음이다. 그러고 보니 에콰도르에서는 고양이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페루, 리마의 고양이는 꽃밭 고양이. 가로등이 켜진 공원에서 꽃향기를 즐기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더이상 방해하지 말라는 듯 눈을 부릅뜨고 쳐다본다. 녀석, 코에 붙은 오서방 점만 아니었으면 더 총명하게 생겼을 것 같다. 움직임이 빠른 고양이. 저사양 카메라. 충분하지 못한 빛. 제대로 나온 사진은 겨우 한 장. 낮에 만났으면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