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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54일] 매혹적 빙하
    세계여행/남미 2010 2011. 8.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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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1 . 1 2 . 화 |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엘 깔라빠떼) Argentina El Calafate


    어제 숙소 주인 아주머니로부터 돈 되는 고급정보를 입수했다.
    모레노빙하 보러 갈 때 아침 7시 전에 가면 국립공원 입장권을 사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입장권은 75페소, 우리나라 돈으로는 무려 26,000원이 넘고 
    여기 엘 칼라파테에서의 하룻밤 숙박비와도 맞먹는 액수다.

    힘들겠지만 모두 일찍 일어나 빙하 보러 내달리기로 했다.
    상학과 연정, 그리고 우리와 준형은 각각 다른 숙소에 머물고 있는 관계로
    어제 미리 접선 시각을 맞추고 헤어졌다.



    깜깜한 꼭두새벽에 겨우 일어났다.
    무슨 대단한 작전이라도 벌이는 냥 어두운 거리에서
    유일하게 자동차 라이트를 켜고 마을을 벗어났다.

    여명속을 꿈 같이 달렸다.
    그리고 꿈 같이 토끼들이 찻길로 뛰어들었다.
    운전병 출신의 상학이 최대한 요령껏 피해다니며 운전했지만
    결국 바퀴를 통해 전해지는 죄책감을 한번 느껴야했다.
    졸음도 함께 달아났다. 새벽도 달아나고 아침이 찾아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빙하국립공원(Parque Nacional Los Glaciares)에 도착했다.



    하지만 국립공원 입구는 '정지'라는 안내판과 함께 가로 막혀 있었다.
    허락을 맡고 들어가야 하나하고 궁금해 하는데 마침 사무실에서 직원이 나왔다.
    같이 간 준형이 나섰다.
    (그는 잘못한다고 겸손을 떨었지만 스페인어를 잘 못하는
    나머지 우리 네명이 보기엔 너무 멋져보일정도로 유창했다.)

    잠깐 직원과 대화를 나눈 준형이 멋적게 웃으며 돌아섰다.
    "올해 1월1일부터 규정이 바꼈데요. 이제 8시 이전에는 들어갈 수 없다네요..."

    아,, 이런,,, 추운 날씨에 오돌오돌 떨린던 다리에 힘이 쪽 빠진다.
    불운에 불운이 너무 많이 겹쳐버렸다.

    현재 시각 5시 35분. 우린 너무 일찍 도착했다.
    공짜로 들어갈 수 없는데다 돈 내고 들어갈 수 있는 시각도 8시로 늦춰져버렸다.
    2시간 넘게 뭘하며 어떻게 기다린담.

    하는 수 없이 차를 돌렸다.
    주인 아주머니를 원망하며 이번에는 숙소 주인 아저씨가 일러준 곳을 찾아 나섰다.
    이 곳 근처에 아주 멋진 숲이 있다고 했다.







    정확한 위치도 모른채 그저 있다는 얘기만 듣고 무작정 찾아나선 우리,
    그건 잘못된 선택이었다. 멋진 숲은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숲이 있을법한 눈 앞의 산은 아무리 달려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숲을 찾는 건 무모한 도전일 듯 싶어 그만 멈추기로 뜻을 모았다.

    그야말로 허허벌판에 차가 멈춰섰다.
    수많은 것이 있는 곳이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없다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곳이었다.
    바깥은 남극에서 불어온 것 같은 차가운 공기가 흘러다녀 선뜻 내릴 수도 없다.
    다섯이 차 안에 오글오글 모여 앉아 도시락 깠다.
    아침으로 준비해온 빵에 쨈을 바르고 삶을 계란을 깨트렸다.
    입 안은 까칠했지만 여럿이서 나눠먹으니 그래도 맛나게 넘어갔다.




    웃고 떠들며 아침을 신나게 먹었지만 시간은 그리 많이 흐르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벌판에서 우리는 금방 무료해졌다.
    장소를 옮겨 기다리기로 했다. 다시 국립공원 입구로 향했다.

    우리처럼 잘못된 정보를 습득한 사람들이 또 있는 듯 했다.
    입구 주차장에 서너대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직원은 몇 안 되지만 자꾸 몰려드는 사람들이 신경 쓰였는지
    8시가 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음에도 입장을 시켜주었다.
    (물론 입장료는 받고...)

    방황과 절망의 시간 끝에 드디어 빙하를 보러간다.




    입구에서도 차로 꽤 달려 드디어 도착한 페리토 모레노(뻬리또 모레노 Perito Moreno) 빙하.


    난생 처음 빙하 보러 온 기념으로 옅개 뜬 무지개.


    클릭하면 큰 사진.


    클릭하면 큰 사진.



    가까이에서 본 빙하의 색은 마음까지 시리도록 오묘하고 매혹적이었다.





    숨은 토끼 찾기.








    카메라를 대고 있으면 안 떨어지고 카메라를 거두면 떨어지던 빙하. 겨우 짧은 장면 하나 건졌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사막을 봤을 때도 그랬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도 좋았다.
    액션영화처럼 눈 앞에서 화려한 움직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미동도 없는 그 풍경에 시선을 빼았겨버렸었다.

    빙하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설명하기 힘든 감정에 사로 잡혀 한참을 바라봤다.
    탐방로를 따라 조금씩 다른 각도에서 빙하를 감상하고
    나와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 다시 탐방로로 내려갔다.

    그만큼 아쉬웠다.
    압도라는 단어가 제격인 이런 장관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른 채 잠깐 보고 떠나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하늘에서 본 빙하. (출처: 구글 지도)


    .칼라파테로 돌아와 버스터미널 방문,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뿌에르또 나딸레스 Puerto Natales)행 버스 예매.

    .마트에서 식료품 구입, 린다 비스타에서 스파게티 만들어서 점심식사.
    .좀 잤다가 밤에 후지민박에서 저녁 해 먹기로 하고 헤어짐.

    .자려고 했는데 같은 동에 머무시는 어르신들이 저녁 하셨다면서 맛보라고 하셔서 합석.
    .포도주도 함께 얻어마시며 담소. 70세 전후의 할아버지이신데 배낭여행 오셨다고.
    .타이밍 놓쳐서 피곤함에도 자지 못하고 상학이가 데리러 올 때까지 인터넷 쓰고 가이드북 뒤적거림.

    .상학과 연정이 묵고 있는 후지민박에서 모여 늦은 저녁식사.



    모양새는 영 볼품 없지만 분위기로 맛이 더 났던 밥상.


    내일 엘 찰텐에 가서 먹을 샌드위치와 참치 주먹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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