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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53일] 뫼비우스의 띠를 달리는 것 같은 버스
    세계여행/남미 2010 2011. 8.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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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1 . 1 1 . 월 |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엘 깔라빠떼) Argentina El Calafate


    바릴로체에서 버스를 탄지 정확하게 24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려 발을 디딘 곳은 여전히 경유지.
    리오 가예고스(Rio Gallegos)라는 곳이란다.

    터미널이라 공기가 대단히 맑지는 않지만
    그래도 밤새 승객들의 체취를 한껏 머금은
    버스 내부의 공기에 비하면 자연휴양림급이다.

    다시 버스에 타야할 시간.
    여기서 그만 했으면 좋겠다, 싶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최종목적지라지만
    나 그만 포기할테니 내 배낭 내려달라 하고 싶은 마음이다.





    얕은 구릉하나 없는 평평한 지평선이 함께 달리는 길을 달렸다.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다. 그만 넋을 놓아버렸다.
    풍경이 멋져서이기보다는 지루함 탓이다.
    똑같은 장면을 빙빙 돌리는 것 같다.

    거기다 어제는 3편을 연달아 틀어대던 영화를 오늘은 단 한 편도 틀어주지 않는다.
    리오 가예고스에서 다시 출발한 후 잠깐 졸고 나서는 잠도 더이상 오지 않는다.
    이젠 사색이나 공상할 여력도 없다.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은 때에 드디어 버스가 엘 칼라파테 외곽에 접어들었다.
    2시15분. 뫼비우스의 띠 속을 계속 달리는 것 같던 버스가 드디어 시동을 껐다.
    어제 바릴로체에서 버스를 탄 후 정확하게 28시간35분만이었다.



    엘 칼라파테에 있는 한인숙소 양대산맥, 후지민박과 린다 비스타 중
    보다 저렴한 후지민박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계속 통화중이었다.
    하는 수 없이 공중전화기를 뒤로하고 가깝지 않은 거리를 배낭을 메고 걸어갔다.
    하지만 이미 만실. 

    다시 배낭을 메고 가기엔 먼 거리를 또 걸었다.
    린다 비스타도 상황이 여유롭지는 않지만 일단 2박은 할 수 있었다.
    어깨 근육을 갈갈이 찢어내는 것 같은 배낭을 마침내 내려 놓고 아껴두었던 비빔면을 끓일까 했다.

    잠깐 고민을 했다. 체크인하면서 김밥과 된장국을 판다는 메모를 보았었기 때문에.
    분명 비쌀테지만 제대로 된 식사도 못한채 힘들게 버스를 타고 온 우리 스스로를 위로하기로 했다.
    입맛을 쩝쩝 다시며 식당으로 나갔는데 김밥은 지금 팔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시면서 초췌한 몰골의 우리가 가여웠는지 팔고 남았다는 김밥 반 줄과
    크로와상 3개를 그냥 먹으라며 내어주셨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김밥을 넘기고 있는데 한국인 3명이 들어왔다.
    모두 20대의 파릇파릇한 학생들. 차를 빌려 모레노 빙하와
    엘 찰텐(엘 찰뗀 El Chalten)에 다녀올 계획이라 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우리도 함께 하기로 했다.

    차는 조금 비좁아질테지만 나눠질 비용은 줄어드니 서로 좋은 일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늘 둘이서만 다니다 젊은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는 색다른 시간에 대한 기대도 기분을 좋게했다.
    10살에서 13살까지 차이 나는 30대의 아저씨, 아줌마를 기꺼이 끼워준 그들이 고맙다.



    김밥 반 줄과 솜털 같은 크로와상으로는 도저히 허기를 달랠 수 없었던
    우리는 비빔면을 마저 삶아 먹고 초췌한 몰골도 씻어내기로 했다.
    그 사이 마음씨 좋은 동생들은 고맙게도 차를 대여해 오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다시 만났다.
    이제 막 빌려온 승용차를 타고 마트에 가 같이 장을 보고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우리처럼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상학, 연정, 그리고 남미만 여행하고 있는 준형과 함께 이야기 꽃을 막 피워나갔다. 하고 있는 여행이 인연을 맺어주고 했던 여행이 금새 친근감을 북돋아준다.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는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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