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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45일] 안되는날
    세계여행/남미 2010 2011. 8. 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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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 0 1 . 0 3 . 일 | 칠레 발디비아 Chile Valdivia


    여기 발디비아에서 다섯밤을 잤다.
    다시 이동이다. 남쪽으로...

    푸에르토 바라스(뿌에르또 바라스 Puerto Varas)라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버스로 3시간이 채 안 걸리는 곳이기에 느지막히 일어나 숙소에서 주는 아침을 챙겨먹었다.
    인터넷으로 푸에르토 바라스의 숙소를 챙겨보고 숙박비를 지불하고 숙소를 빠져나왔다.
    오늘따라 더 무겁게 느껴지는 배낭을 메고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터미널로 가는 길을 터벅터벅 걸어갔다.




    "뿌에르또 바라스~"
    "*&%*#&$@#*&@"
    "?? 뿌에르또 바라스? 노?"
    "껌쁠레또"


    터미널의 창구 직원이 쏟아내는 말을 알아들 수 없었다.
    겨우 한 단어를 건져들었다.
    아마도 영어의 complete과 같은 뜻일 것인 completo.
    푸에르토 바라스로 가는 버스가 오늘은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매진이라는 것인지 알아 먹을 수 없지만 아무튼 버스가 없는 건 확실했다.


    푸에르토 바라스의 바로 아랫동네인 푸에르토 몬트(뿌에르또 몬뜨 Puerto Montt)
    가는 버스는 자주 있다고 가이드북에 안내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가는 길목에 있는 푸에르토 바라스행 버스표는 굳이 예매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어제 푸콘(뿌꼰 Pucon)에 다녀오느라 터미널에 왔었지만 예매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아, 그런데 이게 왠 일.

    오후 4시에 출발하는, 푸에르토 몬트로 직행하는 버스에는 자리가 있다고 했지만 너무 늦은 시각이었다.
    이미 다 둘러본 발디비아에서 특별히 할 일도 없고 배낭 맡길만한 곳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오래 기다려야 했다. 하는 수 없이 내일 오전에 출발하는 푸에르토 바라스행 버스를 예매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머물렀던 숙소로 돌아가자니 왠지 쑥스러웠다.
    작별인사 다 하고 나왔는데...

    대안은 다른 숙소를 찾는 것 밖에 없는데, 그러자니 너무 귀찮았다.
    차라리 어색한 재회가 나을 듯 했다.

    결국 왔던 길을 되돌아가 체크아웃한지 얼마지나지도 않은 숙소에 다시 체크인을 해야했다.
    현관문을 열고 우리를 보며 어리둥절해 하는 숙소의 알바 아가씨와 어색한 미소를 섞으면서.

    우리가 썼던 방은 예약이 걸려 있지 않아 다시 쓸 수 있었다.
    그 사이에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괜히 미안했다. 굳이 갈지 않아도 될 시트였는데...



    짐을 다시 풀고 시장엘 갔다.
    나흘 전 이 시장에서 갖은 조개를 사다 탕을 끓여 먹었었다.
    1킬로를 샀었는데 다 먹고 보니 부족한 느낌이 국물보다 더 진하게 남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개 1킬로에 홍합 3킬로를 더 샀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시장 근처 식당에 들렀다.
    메뉴판을 펼쳤는데 난감했다.
    닭고기와 해산물이라는 뜻의 단어 외에는 알아먹을 수 있는 단어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남미 여행 3개월차. 이제는 메뉴판 앞에서 당황하는 일은 많이 줄었었는데 아직 멀었나 보다.

    다른 사람들이 먹는 걸 보고 주문하면 조금 나은데
    대부분 맥주만 홀짝이고 있었고 그나마 식사를 주문한 테이블은 이미 그릇을 비운 상태였다.

    그러면 어쩔 수 없다.
    아는 단어가 포함된 메뉴를 시키는 수 밖에.

    저녁에 먹으려고 홍합을 잔뜩 샀는데 내 앞에 내놓은 그릇에는 홍합이 잔뜩 담겨져 있었다.
    오늘은 홍합의 날인가. 입맛에 맞아 다행이었지만 저녁에 신선하게 맛 보려고 했던 홍합이 식상하게 되어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홍합 3킬로는 좀, 아니 많이 많았다.
    거기다 조개를 넉넉하게 샀다고 밥도 하지 않았는데
    밥도 없이 조개만 많이 먹다보니 금방 물렸다.
    억지로 먹다 먹다 결국 남겼다.

    오늘은 뭘해도 잘 안 되는 날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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