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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40일] 한순간에...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7.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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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1 2 . 2 9 . 화 | 칠레 발디비아 Chile Valdivia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눈을 떴을 때 날은 밝아져 있었다.
    버스 창문에는 비가 흘러내린다.
    오랜만의 비, 하지만 반갑지는 않다.
    비 내리는 길을 걸어 숙소 찾아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눅눅해진다.
    도착할 때 쯤에는 그쳐 주기를 혹은 도착지는 다른 날씨이기를 바란다.

    아침이랍시고 작은 종이상자를 차장이 나눠준다.
    이 회사의 대표 색상은 파란색인가보다.
    담요도 파란색, 상자도 파란색.
    뭐가 들었을까 기대하며 열었는데 열자마자 실망이다.

    칠레에서 얼마전에 야간버스 탔을 때도 같은 구성이었다.
    다른 회사인데도 똑같이 복숭아 주스와 과자다.
    입안이 까실한 아침에 왜 딱딱한 과자를 줄까? 아쉽다.
    과자는 그냥 두고 복숭아주스만 들이켰다.


    아쉬운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아직 새벽인데다 비도 오고 있어 싸늘한 느낌이 돌고 있고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미리 담요를 걷어가 버린다.
    차장 아저씨, 장인정신이 묻어나는 손길로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담요를 접어서 차곡차곡 포개서 선반에 정리해 넣는다.
    승객의 안녕보다는 본인의 칼퇴근이 더 간절하신건가...



    .10시간만인 7시 40분에 발디비아 도착.
    .숙소 잡고 숙면.
    .너구리 끓여 점심 식사.


    흐린 날씨와 야간버스탑승후유증이 겹쳐 나가고 싶은 마음이 깨끗이 사라졌다.
    다운 받아 놓은 황금어장이나 1박2일을 보려고 침대에 앉았다.
    노트북을 켜면서 라니에게 외장하드를 꺼내달라고 부탁했다.

    가방에서 외장하드를 꺼내 들어올리는 순간,, 대형참사가 발생하고 말았다.
    외장하드의 안전을 위해 감싸놓은 헝겊 사이를 타고 외장하드가 추락을 해 버렸다.
    고무 찰흙이 바닥에 달라붙듯 찰싹하고 떨어졌다.

    거의 사망사고나 다름 없음을 직감했지만 그래도 확인을 위해 노트북에 연결했다.
    역시나였다. 딸각거리는 소리만 내고 인식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사진은 이미 웹하드에 다 올려 놓았다는 것.
    아직 못 본 영화와 동영상이야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시 받으면 되는 것이고.



    외장하드의 사망도 안타깝지만 그것보다 더 허망한 것이 있다.
    외장하드 연결 케이블.
    한국에서 가지고 나왔던 것은 점점 접촉이 불량해졌고
    연결을 위해 필요한 인내심도 점점 더 불어났었다.
    그러다 바로 어제 산티아고(산띠아고 Santiago)에서 새 USB연결선을 구입했다. 
    바로 어제.....

    이제는 그냥 연결해 놓기만 하면 편하게 무릎팍도사를 볼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에 부푼채 발디비아행 버스를 탔다.
    그런데 단 한번도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복구도 생각해 봤지만 여긴 한국이 아니다.
    복구하는 곳을 찾는데 얼마의 노력이 들 것인지
    또 설사 찾는다 해도 복구하는데는 또 얼마의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한 사진은 웹하드에 고이 남아 있으므로 그걸로 됐다.

    새 외장하드를 구입하는 것도 고려해 봤지만
    여기서 사는 것 보다 그냥 부지런히 웹하드에 올리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



    헛헛한 마음 겨우 다잡고 노트북의 하드디스크에 남아 있던 황금어장을 틀었다.
    웃음으로 마음을 달래 보려 하지만 절반만 성공이다.
    숙소 근처의 마트에서 가서 저녁거리를 사려고 했지만
    마땅히 해 먹을만한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구워놓은 통닭 한마리만 샀다.
    그마저도 맛이 없다.

    여파는 말다툼으로까지 번졌다.
    결국 마음 상한채로 잠들었다.
    둘이 있지만 외로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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