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해따라 세계여행::235일]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7. 16. 10:00
    반응형



    이색 아르바이트.

    차들이 신호 받고 멈추면 횡단보도로 나가 짧은 공연 보여주고 운전자들에게 팁을 받는 알바.




    0 9 . 1 2 . 2 4 . 목 | 칠레 라 세레나 Chile La Serena


    오늘은 이웃동네 코킴보(꼬낌보 Coquimbo)에 가볍게 다녀오는 것으로 시작했다.
    1번 버스를 타고 가 일단 어시장부터 구경.
    작지만 아기자기한 어시장에서 맛있어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각종 조개살과 생선살 등이 들어간 컵은 알록달록 이뻤지만
    그 알록달록의 일부를 맡고 있는 푸른 고수 때문이었다.
    웃으면서 "No cilantro(고수 빼구요)"라고 간단하게 말하니
    다행히 알아들으시고 고수만 뺀 채 새로 담아주셨다.

    양념 몇가지도 준비되어 있었다.
    일단 된장색깔을 한 소스에 코를 갖다댔다. 괜찮군. 투입.
    레몬이 있어 힘주어 짜 넣고.
    그 다음 양파를 잘게 다져 놓은 것. 하지만 고수와 함께 버무려져 있어 통과.

    참 힘들게도 먹을 준비를 마쳤다.
    한 숟갈 퍼서 입 안에 넣어 잘근잘근 씹으며 음미하는데,,,,,
    입 안 가득 퍼지며 코로 뻗어가는 고수향...

    분명 고수는 들어가지 않았는데 어디서 나는걸까?
    참고 먹어보려 했지만 결국은 그 작은 컵을 비우지 못하고 버려야했다.






    어시장 한켠은 식당가. 서로 자기 집으로 오라는 손길을 뿌리치고 가장 사람 많은 식당으로 선택.

    엠파나다(엠빠나다 Empanada)와 생선튀김으로 점심식사.



    식사 후 어시장을 나와 부둣가 구경. 간만에 쐬는 바닷바람.




    동물원도 아닌 부둣가에서 만나는 물개(인지 무엇인지 정확한 종류는 모르겠지만)를 만나 깜짝 놀랬다.





    공원과 시장을 거쳐 다시 숙소로 귀환.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란 노래가 있었다.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노래는 아니지만
    가사를 기억하기에는 너무 오래 전에 나온 노래지만
    그런 노래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별 생각없이 들었었다.
    추위에 옷깃을 여미며 만나는 크리스마스인데
    거기다 한 여름을 갖다붙이다니, 그저 조금 독특하다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 단지 노래 제목일 뿐이었던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가 현실이 되었다.
    우린 지금 남반구 칠레에 있고 내일은 12월25일이다.
    반바지에 쪼리, 혹은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 내일이 크리스마스다.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해서 팔이 긴 겉옷이 필요하고
    태양도 작렬하는 수준은 아니어서 후끈거리는 한 여름은 아니지만
    어쨌든 우리는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는 휴일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날이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만큼은 특별할 듯 하고 숙소 덕분에 특별하게 되었다.




    오전에 주인 아저씨 판초가 물어왔다.
    "오늘 크리스마스 파티를 해요. 1인당 6,000페소(13,200원) 내면 술과 음식을 드려요."

    돈을 내야 하긴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자청해서 빛내주시겠다고 하시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외출했다가 숙소에 돌아오니 아담한 마당에
    너무나 사랑스러운 상차림이 준비되어 있었다.




    피스코(삐스꼬 Pisco)와 포도주.

    주인아저씨 판초. 칠레 국기 모양의 앞치마를 입은 모습이 귀여우시다.



    숙소에 머물고 있는 손님들이 정원에 하나 둘 모여들었다. 
    미국 커플, 영국 커플, 벨기에 아가씨, 스위스 아줌마 등.
    와인이 유명한 칠레, 역시 포도로 만들었다는 피스코라는 술을
    따른 잔을 들고서 인사를 나누고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칠레 국기 모양의 앞치마를 두른 주인아저씨 판초의 바베큐가
    완성되어 갈 때쯤 모두들 식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상은 그야말로 푸짐했다.
    집에서 직접 만든 음식들이 정성스럽게 차려졌다.

    작은 배를 탓하고 있는데 후식이 나왔다.
    과일꼬지를 겨우 먹었다.
    맛있는 칠레 과일, 더 먹고 싶었지만 배가 터질 것 같았다.
    그런데 판초와 함께 숙소를 운영하고 있는 마리아 아줌마가 또 주방에서 무언가를 들고 나왔다.

    케이크였다. 거기에 쿠키까지.
    다른 음식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집에서 만들어 조금은 어설프고
    투박한 모양이었지만 정성이 이쁘게 녹아 있는 케이크와 쿠키였다.
    배는 수용능력을 이미 넘어섰지만 그래도 정성에 보답은 해야겠기에 입에 담았다.


    정말이지 너무나 만족스럽고 행복한 파티였다.
    날이 새도록 쿵쾅거리는 큰 음악소리에 술을 퍼붓고 흥청망청거리는 파티가 아니여서 더더욱.

    촛불, 별빛, 와인잔이 부딪히는 소리, 칼과 포크가 그릇에 만나는 소리, 웃음소리가
    가득한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