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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04일] 불꺼진 대합실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5. 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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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1 1 . 2 3 . 월 | 에콰도르 바뇨스 -> 암바토(암바또) -> 로하 , Ecuador Baños -> Ambato -> Loja


    .체크아웃, 숙소에 배낭 맡기고 외출.
    .헤매이다 괜찮아보여 들어간 식당에서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브로콜리 스프, 닭고기 샌드위치 주문.
    .비싸고 무척 짠 음식, 먹다 먹다 샌드위치는 결국 많이 남김. 
    .숙소로 돌아와 인터넷 사용, 리마 숙소 예약.


    우리 입에는 너무 짜서 제대로 먹지 못한 점심.
    배낭을 메고 터미널로 가는데 힘이 쪽쪽 빠져나가는 느낌.
    그런 가운데 마침 어제 슬쩍 둘러본 시장을 지나게 되었다.

    큰 지붕이 덮혀진 시장.
    한쪽에는 우리네 시장처럼 자그마한 개방형 식당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실패한 식사 때문에 허기진데 또 다시 성공 가능성 미지수인 음식에 도전하기는 무리.
    옆에 있는 과일주스가게로 향했다.

    진열된 과일을 가리키며 주문.
    오렌지+바나나, 산딸리+바나나.
    한잔에 75센트, 우리 돈으로 1천원도 하지 않는데 푸짐하기 이를 때 없다.
    손잡이가 달린 맥주잔보다 더 큰 컵에 가득 따라주고도 믹서기에 주스가 남아 있었다.
    그건 또 다른 작은 컵에 마저 부어주었다.
    벌컥벌컥 들이마셨더니 금새 배가 볼똑 일어났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마셔서인지 암바토행 버스에 올라
    출발하기를 기다리는데 마치 체한 것처럼 속이 답답해져왔다.
    산골마을을 벗어난 버스는 능선을 따라 난 구불구불한 길을 아슬아슬하게
    때때로 급정거를 하며 달렸고 덩달아 속도 함께 출렁였다.
    평소에 잘 하지 않는 멀미가 심하게 찾아왔다.





    다행히 과일주스를 다시 확인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암바토 버스터미널에 내려 힘 없어 보이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안정을 취했다.
    겨우 일렁였던 속을 진정시키고 로하행 버스를 알아보러 나섰다.

    손짓을 하고 수첩에 적고 그려가며 겨우 의사소통을 했다.
    표는 이 터미널에서 살 수 있는데 버스는 다른 곳에 가서 타야한다는 얘기를 눈치껏 받았다.
    7시15분과 8시15분 버스가 있었고 자리는 모두 화장실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오십보 백보지만 화장실에서 한칸 더 먼 자리에 앉을 수 있는 8시15분 버스를 선택했다.
    밤새 달릴텐데 화장실 앞에서 들락거리는 소리에 잠을 설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혹시 모를 화장실 냄새로부터도 될 수 있으면 멀어지고 싶었다.
    10시간을 타고 가야하는데 1시간 정도는 더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다.
    > 버스표


    택시를 타고 로하행 버스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보통의 가게 정도 되는 규모에 창구가 하나 있고 거기에 아주머니 한 분이 앉아계셨다.
    손님은 없었다. 버스가 오려면 아직도 2시간은 더 남았다.



    다행히 콘센트가 있었다.
    노트북에는 아껴두었던 아직 보지 않은 '1박2일'이 남아 있었다.
    아답터를 꺼내고 노트북을 켜고 있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암흑천지 속에서 창구의 아주머니가 조용하지만 능숙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작은 빛이 마련되었다. 가련한 촛불 하나가 침침하게 대합실을 밝혔다.



    작은 노트북, 작은 밧데리.
    1시간을 채 견디지 못하고 노트북도 꺼져 버렸다.
    한참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그만 보고 공부하라며 엄마가 텔레비전을 훅 꺼버린 것 같은 상황과 느낌.

    어둠만큼이나 막막한 시간이 다가왔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아주머니에게 어렵게 7시15분 버스로 바꿀 수 있는지 물었다.
    단호한 '안돼'와 함께 까칠하게 스페인어를 쏟아내었다.
    길게 얘기를 하는데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그냥 체념하고 8시15분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7시15분 버스는 3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여기서 새 버스가 출발하는 것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람을 태운 버스가 오는 것이었다.
    우리도 더 기다려야겠구나 하며 한 숨 푸~욱.. 그래도 우리 버스는 20분 밖에 늦지 않았다.

    이전에 탔던 2번의 에콰도르 버스와는 조금 달랐다.
    짐에 표식도 붙이고,,, 형식적이라 할지라도 나름 형식을 갖추고 있었다.

    대합실만큼이나 침침한 버스에는 우리가 앉을 자리만 빼고 가득 차 있는 듯 했다.

    버스 맨 뒤에 있는 화장실의 문은 잘 열리지 않았다.
    그걸 굳이 열고 들어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불편함 때문인지 이용빈도는 낮았다.
    다행이었다.

    남미에서의 세번째 야간버스가 남으로 남으로 달렸다.
    그리고 얕은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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