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해따라 세계여행::203일] 치바투어, 첫 이발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5. 6. 09:30
    반응형




    0 9 . 1 1 . 2 2 . 일 | 에콰도르 바뇨스 Ecuador Baños


    숙소에서 나오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10반에 출발하는 치바(Chiva)투어에 참여하려고 했는데...
    비 땜에 다음 시간대로 미루기로 하고 더 이상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아침을 먹으러 갔다.

    아침식사가 된다고 붙여놓은 집은 많았지만 마땅한 곳을 정하지 못하고 한동안 걸었다.
    그러다 결국 가이드북에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음식이 좋다고 추천해 놓은 카페를 찾아갔다.

    그런데 조금 비싼게 아니라 제법 비쌌다.
    숙소에서 똑같은 구성으로 주는 아침이 2.5달러,
    다소 빈약하긴 해도 2달러를 덜 받는 식당도 있었는데 이 곳은 무려 4달러.
    물론 질적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마음은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여행사에 들러 투어시간을 확인해 보니 10시반 다음은 1시 출발이 가장 빨랐다.
    6달러 부르는 것을 5달러로 깎았다.






    온천과 더불어 각종 레포츠로 유명한 바뇨스.
    래프팅, 카약, 번지점프를 비롯해 말이나 자전거, 또는 사륜 오토바이를 대여해
    산과 계곡을 누빌 수 있다는 광고하는 여행사들이 작은 마을의 한켠에 오글오글 모여 있었다.

    화산투어에 관심이 있었다.
    시뻘건 용암이 줄줄 흘러 나오고 유황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화산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하지만 요즘은 화산이 너무 잠잠한 듯 했다.
    여행사 직원이 하는 얘기를 모두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아무튼 'Fire'는 볼 수는 없는 요즘이라 했다.
    아무래도 실망할 것 같은 예감.

    그래서 대신 치바투어를 선택했다.




    사진 속의 버스 같기도 하고 트럭 같기도 한 장난감 같은 이 차가 바로 치바.
    이 차를 타고 바뇨스 주변을 돌아다니는 투어에 참여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을 떠나 협곡을 따라 난 좁을 길로 들어섰다.



    잠시 후 번지점프 하는 곳에 도착했다.


    우리 차에 탄 사람 중에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아 잠깐 구경만 하고 다시 출발.


    계곡 건너편에 사는 사람들에겐 유일한 운송수단.


    관광객들에겐 아찔한 즐길거리.


    조종실을 보고 있자니 더 아찔했다.


    케이블카 타는 곳과 함께 있는 식당.


    양식도 함께.


    숯불에 굽는 생선, 치즈를 끼운 바나나.


    특별한 식당, 각별한 식사.




    폭포 보러 내려가는 길.









    아주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에콰도르의 깊숙한 곳을 들여다 본 듯한 느낌.
    치즈가 녹아든 바나나구이와 함께 오래 기억될 시간.




    여행 시작하기 전에 머리를 깎았고
    여행을 시작하고 6개월이 넘도록 한번도 머리를 깎지 않았다.
    다듬기도 없이 이렇게 오랫동안 머리를 길러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말이 통하는 한국에서도 종종 원하는 모양새로 잘라주지 않아 집에 와서 궁시렁거리는 경우가 있는데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원하는대로 자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고 그래서 머리를 내맡길 수 없었다.
    영어가 통하는 곳에서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미묘한 그 설명을 할 수 없어 포기했다.
    유럽에서 고비가 왔지만 부담스러운 비용 때문에 지나쳤다.

    라니는 이번 기회에 묶을 수 있을 정도로 길러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했지만 더 이상 스스로가 견딜 수 없었다.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가는 길에 마침 미용실이 있었다.
    수줍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손님 머리를 만지고 있던 미용사, 이 작은 마을의 사람들은 죄다 알고 있을 것 같은
    소박한 미용실의 미용사는 난데없는 동양인의 등장에 놀라는 눈치였지만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순서를 기다리며 사진첩을 넘기며 원하는 스타일을 찾았다.
    하나같이 부담스런 머리를 한 남자들을 넘기고 넘겼다.
    그나마 가장 근접한 스타일을 하나 찾아냈다.

    미용사에게 내밀어 보여주고 드디어 거울 앞에 앉았다.






    머리가 싹둑싹둑 잘려나갔다.
    아주 조심스런 손길임이 머리카락을 통해 느껴졌다.
    덩달아 긴장을 했다. 과연 제대로 나올까?
    여기 사람들 머리카락과 우리 머리카락의 질감은 많이 다를까?
    그녀는 동양인의 머리를 다듬어 본 적이 있을까?

    사진 속의 남자가 한 머리 스타일과는 달랐고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짧게 자르긴 했지만 만족스러웠다.
    급격하게 짧아진 머리 때문에 어색하긴 했지만 2달러가 아깝지 않은 정성이었다.

    에콰도르에서 머리 깎기. 외국사람에게 처음 맡겨본 머리.
    이발 이상의 재미난 경험이었다.





    다시 찾은 중국집. 새우볶음밥과 탕수육 소스처럼 끈적한 소스를 얹은 우동.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