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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200일] 정전 속 촛불식사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4. 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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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1 1 . 1 9 . 목 | 에콰도르 키토(끼또) -> 바뇨스 Ecuador Quito -> Baños


    어제는 안데스 산맥을 부숴내릴 듯이 비가 쏟아지더니
    키토를 떠나기 위해 짐을 싸는 오늘은 너무 맑고 화창하다.

    날씨.
    때론 여행의 향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때론 여행의 분위기를 좌지우지 하기도 한다.

    해변으로 유명한 프랑스 니스.
    우리가 방문한 9월에는 머무는 내내 흐린 날씨에 비까지 추적추적 내렸다.
    그런 날씨 덕에 바다는 반짝이지 못했고 강한 바람만 맞았다.
    우리에게 니스는 스산하게 남아 있다.

    니스에 머물면서 당일치기로 다녀온 모나코.
    그 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은 날씨였다.
    푸른 바다 위 호화 요트, 푸른 하늘 아래 고급 승용차.
    모나코는 자체발광의 이미지로 새겨졌다.




    바뇨스라는 곳으로 간다.
    온천이 있는 아주 작은 마을.

    터미널에는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버스정류소까지는 배낭을 메고 가기에 멀었다.

    가이드북에는 미터기를 사용하는지 확인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목적지까지의 요금을 미리 정해야한다고 안내되어 있었다.
    택시를 잡았다. 터미널로 간다고 얘기하니 기사는 타라는 말 대신 요금을 불렀다.
    알아들을 수 없어 계산기를 내밀었더니 12를 찍었다. 미련 없이 떠나보냈다.
    이 양반, 뭣 모르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건 올리려 했나 보다.
    다음 택시, 6달러에 합의 보고 탈 수 있었다.

    택시는 시내를 벗어나서도 한참을 달렸다.
    얼마간 후에는 청명한 날씨 속에 드라이브 하는 기분도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택시는 편하지만 때로는 그보다 더 큰 양의 불안감을 싣고 달린다.
    30분을 훌쩍 넘기고서야 번듯하게 서 있는 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은 새로 지은지 얼마 안 되었는지 말끔했다.
    현대식 건물로 크기도 크고 구조도 잘 만들어져 있었다.
    자연채광으로 건물 안을 밝혀 한결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고
    도착과 출발하는 공간을 1층과 2층으로 나눠놓아 혼잡하지 않았다.

    꽤 인상적이었던 탓에 카메라를 꺼내 여기저기를 찍는데 
    순찰을 도는 경비원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와서는 제지를 했다.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를 거두었다.
    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지 궁금해 하며 라니가 배낭과 함께 앉아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경비원들에겐 미안했지만 버스를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 몰래 딱 1장만 담았다.




    이 곳에도 그런 시스템이었다.
    같은 노선을 여러 버스회사에서 운영하는...
    많이는 아니지만 요금 차이가 있었다.
    3.5달러라는 것을 3달러로 깎았다.

    몇달전 터키에서도 그랬고,
    바로 얼마전 콜롬비아에서도 그랬지만
    시외버스 요금을 깎는 것이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 버스표






    터미널은 번듯하게 잘 지어놓았지만
    운행 시스템은 예전 그대로인 듯 했다.
    터미널을 떠난 후 얼마지나지 않아 길거리에 
    정차해 손님을 태우기를 몇 번 반복했다.
    터미널을 너무 외딴 곳에 지어놓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제일 앞 줄에 앉은 탓에 목을 좀 꺾어야만 볼 수 있는 
    브라운관 텔레비젼에서는 '2012'라는 영화가 나왔다.
    요즘은 영화에 대한 정보를 통 접하지 못했던터라 무슨 영화인가 했다.
    스페인어로 더빙이 되어 있었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불편은 없었다.


    .1시 조금 넘어 터미널 도착. 2시15분 버스표 구입. 조금 늦게 출발.
    .3시간 넘게 걸려 바뇨스 도착.




    바뇨스는
    인터넷에서 봤던대로 산 속 아담한 마을이었고
    가려고 했던 숙소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방을 잡고 잠시 숙소를 둘러본 후 저녁식사를 할 식당을 알아보기 위해 가이드북을 뒤적거렸다.
    놀라웁게도 이 산골짜기에 중식당이 있다. 그것도 저렴한 식당으로 분류되어 있다.
    망설임 없이 찾아나섰다. 

    숙소를 막 나서는데 정전이 되더니 식당도 불이 꺼져 있었다.
    아직 저녁식사 시간 전이어서 그런지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중국인 아주머니는 콜라와 스프라이트 빈 병에 초를 꽂아서 내오셨다.

    처음에는 뜬금없는 정전상태에 어리둥절했지만 나름 괜찮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식당 하나를 빌려 놓고 초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비록 이쁜 초가 아닌 제사 때 사용하는 하얀 색 기본형 초이지만 상관 없었다.

    고급스러운 식기들이 아닌 싼 티 나는 양념통이 올려진 식탁이고
    근사한 상차림이 아닌 산처럼 그릇 한가득 쌓여져 나온 새우볶음밥과
    소박한 완당스프가 올려진 식탁이지만 상관 없었다.

    어디서 함부로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의 특별한 저녁식사였다.

    우리 입맛에 더 없이 맞고 곱배기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푸짐한 양은 만족을 더욱 배불렸다.
    그리고 마치 연극이 끝나면 조명이 환하게 켜지는 것처럼 식사가 끝나자 전기가 들어와 식당이 밝아졌다.

    바뇨스, 첫날 밤부터 괜히 느낌이 좋다.




    .생각지도 못한 중식당처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마트에 가서 우산, 라면, 과일 사서 귀가.
    .황금어장 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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