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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194일] 세뇨르 하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4. 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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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1 1 . 1 3 . 금 | 콜롬비아 살렌토(살렌또) -> 칼리(깔리) Colombia Salento -> Cali


    살렌토. 아담하고 귀엽고 조용한 마을. 
    구미에 맞는 마을인데 이상하게도 몇일 더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 이유를 모른 채 이틀 밤만 자고 떠난다.
    애초의 방문 목적인 커피농장 견학만 하고 칼리로 떠난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아르메니아(Armenia)로 나가는 버스가 숙소 앞에 도착했다.
    버스 뒷편에 있는 짐칸은 작은데다 이미 다른 사람들의 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겨우 배낭을 집어넣고 커피를 마실 때마다 떠오를 살렌토를 떠났다.






    아르메니아에서 세시간 정도 걸리는 칼리까지는
    가운데에 문이 달린 20명 남짓 타는 중형버스를 타고 갔다.
    의자가 불편해서 그런지 간격이 좁아서 그런지 아니면 에어컨을 틀지 않아서 그런지
    메데진에서 아르메니아까지 6시간 넘게 걸릴 때보다 오늘의 3시간이 더 힘들었다.

    힘든 건 칼리에 들어서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에어컨을 틀지 않아 열어놓은 창문으로 탁한 매연이 넘어 들어왔다.
    서울의 매연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농도가 짙었다.
    더불어 칼리에 대한 첫인상도 진하게 남겼다.


    .터미널에서 늦은 점심, 닭고기1/4조각+밥+샐러드 세트.
    .국경도시 이피알레스(이삐알레스 Ipiales)로 가는 버스 시간과 가격 확인.




    택시를 잡아탔다. 큼직한 배낭과 함께 택시를 잡는 일은 늘 부담스럽다. 배낭의 크기만큼이나.
    기사 아저씨가 험상궂게 생겨서 여느 때보다 더 부담이 커졌다.
    스포츠보다 더 짧은 머리. 민머리에서 이제 막 머리카락이 두피를 뚫고 나온 정도의 길이.
    덩치는 산만해 운전석이 좁아 보였다. 굵은 팔뚝 때문에 운전대가 가녀리게 보였다.
    스페인어를 할 줄 알아도 함부로 말을 붙이기 힘들 것 같았다.
    과격한 운전 스타일은 그의 성격을 대변하는 듯 했다.

    주소만으로는 숙소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 듯 했다.
    근처에 와서 조금 해멨다. 도저히 안 되겠는지 차를 멈추었다.
    안 그래도 우리도 내릴 참이었다. 
    요금을 치르고 배낭을 내리는데 그도 내렸다.
    그리고는 다른 건물에 있던 이에게 물어보더니 우리에게 길을 가르쳐 주었다.
    돌아서기 전에 살짝 흘린 미소는 그의 풍채와 어울리지 않게 아주 조금 귀엽기까지 했다.




    짐을 풀고 인터넷으로 칼리에 대해서, 그리고
    에콰도르로 넘어가기에 대해서 찾아보다 숙소를 나섰다.
    저녁거리를 사든 식당에서 사 먹든 일단 나가봐야했다.
    어둑어둑해지는 거리를 살짝 긴장한 채 걸었다.
    길을 잘 못 든 것인지 큰 마트도 작은 슈퍼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번쩍 눈이 뜨였다. 일본식품을 파는 가게였다.

    통유리창 너머로 가게 안을 살피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일본인이 있을 줄 알았는데 백발의 콜롬비안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살 만한 것이 있나 살펴보는데 푸근한 미소와 함께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며 영어로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혹시 한국사람이랑 결혼했나?
    그게 아니었다. 한국인 친구가 있다고 했다. 세뇨르 하. (Señor, 영어의 미스터 Mr.)
    라니가 자기도 성이 '하'라며 더 반갑게 답했더니 
    아저씨, 무슨 로또라도 맞은 것처럼 급하게 수화기를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스페인어로 뭐라뭐라 한참을 얘기하더니 우리에게 수화기를 내밀었다.
    친구 세뇨르 하에게 전화를 한거였다. 콜롬비아의 전화기에서 한국말이 들려왔다.
    얼떨결에 인사를 나누었다. 가게가 가까운 곳에 있으니 내일 잠깐 들러서
    차라도 한 잔 하고 가라는 말씀이 이어졌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하신게 아니었다.
    수화기를 다시 건네받은 콜롬비안 아저씨는 가게 주소를 받아적고 있었다.

    별나고 신기한 인연이다.
    콜롬비아의 일본식품 가게에서 콜롬비아 사람을 통해
    연결된 흔하지 않은 성을 가진 한국 사람.
    다니다 다니다 별 일이 다 있다.




    반갑게 맞아주고 독특한 경험을 안겨준 아저씨가 고맙긴 했지만,
    아무 것도 사지 않고 빈 손으로 나와야만 했다. 
    태평양 반대편 멀고 먼 곳에서 수입된 일본라면, 우동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가격이 꽤 나갔다.

    돌아다니다 작은 슈퍼를 발견했지만 마땅한 식재료도 없고 라면조차도 팔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더 방황하다 일본음식점에 들어갔다. 음식점이라기 보다는 레스토랑이 더 어울리겠다.
    인테리어에 상당한 공을 들인 듯 했다. 나름 고급식당을 표방하는 듯 했고
    그런 의지는 가격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었다.

    5천원이 넘는 라면, 1만원이 웃도는 볶음밥.
    콜롬비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음식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주고 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시간도 많이 늦었고 지치기도 해 그냥 주문을 해 버렸다.


    콜롬비아의 일식은 어떨까 궁금해 하며 기다리는데
    방금 들렀던 일본식품점의 그 아저씨가 짐꾸러미를 양손에 들고 식당으로 들어왔다.
    여전히 싱글벙글 환한 미소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고 돌아가셨다.
    그저 그 미소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고대했던 음식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라면은 일본 특유의 생면을 기대했지만 고불고불한 일반 라면이었다.
    닭고기와 갖은 채소로 면의 부실함을 만회하려는 듯 했다.
    볶음밥은 장식에 엄청난 열의를 쏟아부은 채 나왔다.
    소금도 더불어 한껏 쏟아부었는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짰다.

    결정적으로 두 음식에 공히 고수가 듬뿍 들어가 있었다.
    주문할 때 고수를 빼달라는 'Sin cilantro'라는 말을 했었어야 하는데 깜빡했다.
    어떻게 설명하기가 힘든 고수의 맛, 아무리 먹어도 적응하기가 힘들다.

    라면은 건더기만 건져먹고 볶음밥은 결국 남겼다.
    거기다 -아무리 고급이라지만 호텔도 아닌데- 메뉴판의 가격에
    세금 10%, 봉사료 10%까지 붙은 계산서가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고수 때문에 불편한 속이 더 부대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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