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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189일] 일상속에서 만나는 보테로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4. 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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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1 1 . 0 8 . 일 | 콜롬비아 메데진 Colombia Medellin


    이층침대가 10개나 있는 광활한 도미토리에서 
    우리만의 공간으로 방을 옮겼지만 쉽게 잠들지 못했다.
    잠들고 나서도 많이 뒤척이고 설쳤다.
    라니는 후두염에 걸렸을 때처럼 기침을 심하게 하고 나도 목이 칼칼하다. 

    도미토리와 달리 2인실은 아침이 나온다.
    우리가 너무 늦게 일어난 것인지 9시가 넘은 주방은 한산했다.
    시리얼에 우유를 따르고 있을 때 훤칠한 프랑스 남자 2명이 주방에 들어왔다.
    그다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 속에 넷이서 식탁에 둘러 앉아 아침을 먹었다.

    한 남자는 유람선에서 일하고 한 남자는 스쿠버 다이빙 강사란다.
    한 남자는 바다를 떠다니며 일하고 한 남자는 바다가 있는 곳을 돌아다니며 일한단다.
    그렇게 유랑하며 사는 삶은 어떨까 궁금했다.
    한 곳에 눌러 살며 집 평수를 늘려가는 것에서 뿌듯함을 느끼는 삶이 아닌
    이 도시에서 몇 개월, 저 도시에서 몇 개월 사는 삶은 어떤 느낌일까?



    부슬부슬 비 내리는 날씨 탓인지 몸이 축축 내려앉는다.
    빗방울이 두둑두둑 부딪혀 흘러내리는 창문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은
    창 없는 방에 들어 앉아 있으니 산소가 점점 부족해 지는 것 같았다.
    스스르 잠이 몰려왔다. 스스로 꺾은 외출의 의지를 비 탓으로 돌린 채 그렇게 잠들어 버렸다.
    ......
    2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비는 그쳐 있었다. 두꺼운 구름 사이로 햇빛이 힘들게 비집고 나오고 있었다.
    해 바라기를 하며 시내로 향했다.




    보테로 광장(Plaza Botero)부터 찾았다.
    보고타에서 보테로미술관을 다녀온 뒤로 보테로에게 마음이 많이 간다.
    그의 작품이 있는 미술관이 아닌 광장이라니. 기대가 되었다.
    가이드북에는 청동조각 23점이 있다고 나와 있다.
    미술관에서의 23점은 평범하게 느껴졌지만
    야외 광장에 서 있을 23점은 꽤 많게 다가왔다.

    광장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고향이라지만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광장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도,
    시민들의 일상 속에 세워져 있다는 것도,
    그런 광장을 만들었다는 것도,
    그런 광장에 기꺼이 작품을 내어준 것도.

    보테로가 존경스러웠고 메데진 시민들이 부러웠다.














    일요일.
    찌뿌둥한 날씨에도 광장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북적였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늘 보는 보테로의 조각상이 아닌 보기 드문 동양인에게로.
    조각상 옆에 서서 사진을 찍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단체로 소풍을 왔는지 견학을 왔는지 몰려다니는
    초등학생 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다음 작품을 보기 위해서 걸어가는데 졸졸 따라왔다.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며 지네들끼리 뭐라뭐라 소곤거렸다.
    차분한 감상은 어려워졌다. 
    기꺼이 동물원의 원숭이가 되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워줄까도 했지만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보테로의 작품도 좀 더 느긋하게 감상하고
    벤치에 앉아 한가롭게 일요일의 메데진 사람들도 구경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서둘러 물러났다.




    베리오 공원(Parque de Berrio).











    볼리바르 공원(Parque de Bolivar).













    산 안토니오 공원(Parque San Antonio).






    보테로 광장 이후 몇몇 공원을 둘로보고 도착한 산 안토니오 공원.
    이 곳에도 보테로의 작품이 몇 점 전시되어 있다.

    그 중 처참하게 찢어진 새 조각 앞에 섰다.
    1996년 게릴라들이 저지른 폭탄 테러의 참혹함을 보여는 작품이다.
    흉하게 파손되었지만 치워지지 않았다.
    보테로는 그 조각을 그대로 남겨두길 요청했고 
    원래 조각과 같은 모양의 새 조각을 다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옆에 나란히 놓았다.

    같지만 다른 두 조각이 대비되면서 테러가 어떤 것인지,
    뉴스나 영화를 통해 느껴지던 것과는 다르게, 조금 더 생생가게 다가왔다.

    또 다시 새가 죽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정녕 테러, 전쟁 없는 세상은 불가능한걸까?








    .공원 옆에 있는 Exito라는 이름의 큰 마트 방문.
    .면100%가 아닌 속옷과 양말 구입.
    .우리 것에 가장 가까웠던 라면이 없어 다른 라면 구입.
    .시내로 갈 때도 숙소로 돌아올 때도 택시 이용, 두 번 다 친절한 기사님들.
    .라면 끓이고 남은 밥 말아서 저녁.
    .아침식사 같이 했던 프랑스인과 얘기 좀 하고 파인애플 먹으면서 오늘 새로 도착한 한국분의 기타 연주 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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