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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따라 세계여행::186일] 야간냉동버스
    세계여행/남미 2009 2011. 3. 2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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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9 . 1 1 . 0 5 . 목 | 콜롬비아 카르타헤나(까르따헤나) Colombia Cartagena


    여행중인 지금, 가급적이면 걷는다. 어쩌다 버스를 탄다.
    어쩔 수 없을 때에만 택시를 선택한다.

    여비 절약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걸음이 주는 재미가 있다.
    버스 노선을 잘 몰라 물어보고 헤매고 하는 것이 번거로워 걷기도 한다.
    택시는 비싸기도 하지만 때론 위험하기도 해 가급적 피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잡아타기만 하면 된다.
    물론 버스나 지하철이 끊긴 직후 술자리를 파한 이들이 몰릴 때면 따블, 따따블을 외치고
    행선지를 택시기사에게 먼저 여쭤보아야 할 때도 있고 아주 시골에서는 행선지에 따라
    요금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타기만 하면 요금은 미터기가 알아서 계산해 준다.

    다녀보니,
    미터기가 달려 있어도 쓰지 않는 나라도 있었고
    아예 미터기가 달려 있지도 않은 도시도 있었다.
     
    이런 나라에서는 미리 숙소에 물어 목적지까지의 요금을 알아 놓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택시기사와의 요금협상은 그 의미를 많이 잃게 된다.



    카르타헤나의 버스터미널은 숙소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택시를 타기로 했다. 숙소에서는 12,500페소라고 알려줬다.
    택시를 잡고 다부지게 흥정할 마음가짐을 갖고 요금을 물었는데 처음부터 12,000페소를 불렀다.
    깎아달라느니 더는 안된다느니 하는 고된 흥정없이 가뿐하게 올라탔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달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


    우리나라의 시외버스터미널이나 고속버스터미널에도
    여러 버스회사가 있지만 손님은 버스회사를 신경쓰지 않는다.
    선택사항은 행선지와 출발시간이다. 버스회사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터키 등에서 이미 경험하긴 했지만 
    여기 카르타헤나도 같은 노선을 복수의 버스회사가 달린다.
    메데진(Medellin)으로 가는 버스회사를 찾고 가격비교를 해야했다.

    버스회사는 어렵지 않게 찾았지만 시간표와 가격은 친철하게 내걸려 있지 않았다. 
    조금씩 단어를 습득해 가고는 있지만 회화는 고사하고 어린 아이보다도 못한 어휘력으로
    버스표를 사는 일은 만만하지 않았다.

    수첩과 펜, 계산기가 동원되었다.
    출발시간을 정했다. 가격은 흥정이 되지 않았다.
    가급적이면 앞쪽 자리에 앉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수첩에 버스 내부를 대강 그렸지만 매표직원은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순박하게 생긴 젊은 처자, 짜증내지 않고 웃으면서 받아줘 고마웠다. 
    겨우 겨우 오후 5시 반에 떠나는 8,9번 자리 표를 손에 쥐었다. (버스표)


    *


    먼저 여행하신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에어컨을 심하게 튼다는 것을 알게 되었었다.
    혹시나 해서 더운 날씨임에도 긴 바지를 입고 양말을 신고 운동화를 신었다.
    설마 하면서 모자 달린 후드티까지 짐칸에 들어가는 큰 배낭에 넣지 않고 가지고 탔다.

    희한하게 운전석과 승객좌석이 칸막이로 분리되어 있었다. 문이 달려 있었다.
    버스가 출발하면서 문은 닫혔다. 무슨 죄수 호송하는 버스도 아니고.
    운전석과 분리되어 밀폐되었고 곧 이어 에어컨이 작동되기 시작했다.
    멈추지 않고 최강으로 찬바람이 쏟아져 나왔다.

    한동안 세게 틀다 낮추겠지 하는 예상은 기분 나쁘게 엇나갔다.
    우리 머리 위의 에어컨 송풍구는 애시당초 닫았지만 허사였다.
    후드티를 껴입고 모자를 뒤집어 쓰고 몸을 최대한 웅크려
    체온을 빼앗기지 않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냉동탑차의 생선처럼 얼어갔다. 

    불행 중 천만다행으로 인내의 한계점에 다다를 때쯤  버스가 멈추어섰다. 주유소였다.
    말도 안 통하는데 겨우 승무원에게 의사전달을 해 짐칸을 열었다.
    그리고 배낭에 묶어 놓은 침낭을 떼어냈다.

    그거라도 덮으니 그나마 살만했다.
    버스 안이 얼마나 추운지, 바깥과 얼마나 온도차이가 많이 나는지 창문에 이슬이 가득 맺혔다.
    날이 너무 추워 히터를 튼 차 안에 이슬이 맺힌 적은 있어도
    에어컨을 세게 틀어 바깥에 이슬이 맺힌 것은 처음이다.

    운전기사와 승무원은 분리된 공간에 있어서 이렇게 추운 줄 몰랐던걸까?
    우리야 스페인어를 못하니 말을 못한다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왜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앉아 있을까?

    얼어 붙은 미스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버스는 열심히 메데진을 향해 달렸다.




    .12시 조금 넘어 체크아웃.
    .배낭 메고 그저께 갔던 숙소 근처의 식당에서 점심.
    .닭고기+밥+채소+감자.
    .스프에 뿌려놓은 코리엔더의 향은 여전히 적응하기 힘든 고약한 향.
    .2시 조금 넘어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5시반 메데진행 버스 예약.

    .사진 정리하다 그랬는지 웹에 백업하다 그랬는지 분명 이 날 사진을 찍었는데 모두 분실.



    > 버스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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